나이테

by Barista K

오늘 또 하루를 버티었구나

장하다 오늘도 잘 살아냈구나

강물에 뛰어들지 않고 손목 긋지 않고 목 매달지 않고 잘 견디었구나.

휴...,

긴 한숨 한번 내뱉고 차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오른손에는 파리게이츠 손가방을 들고 눈은 1층부터 세어 내가 사는 6층 창문을 올려다보며 불꺼진 내집을 확인하며 출입구를 향해 걸었다.

겉으로 보기에 번지르르한 내삶에 나는 자존감이 바닥을 걷고 있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는제 공부하느라 다시 서울로 가고 나는 이리 또 혼자다.

가는 날 아침.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아쉬운 맘을 숨기지 못하고 아이앞에서 흐느껴 울었다.

빨리 와.계절학기 끝나고 빨리와...

부담주기 싫었건만 울보가 된 나는 23살 아이앞에

무너졌다. 눈물없던 아이도 굵은 눈물을 뚝뚝 떨구고 나를 안아주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앞에서 한참을 안고 울었다.

누가 죽은 것도 아니고 떠나서 오지 않는 것도 아닌데 딸아이와 나는 매번 애틋하고 그립다.

딸아이가 없는 부산은 쓸쓸하다.

퇴근길도 쓸쓸하고 아파트주차장도 슬프다.

딸아이는 내게 늘 짝사랑이며 첫사랑이다.

나이 오십이 되었어도 나이테 굵은 나무처럼 의연하지 못하고 사람의 말 몇마디에 괘씸하고 상처받고 부르르 치떨고 비수가 꽂힌다.

그때마다 아이는 얇은 나이테의 엄마를 위로하고 어루만져준다.

자식이 없었다면 벌써 죽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뿌나.엄마가 나이들어 병들어 외할머니처럼 죽어도 몸상하게 너무 많이 울지 말거라

했더니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먹지도 않고 울다울다 공황장애 와서 응급실에 상복 입은 채 실려간 게 누구였지.그런데 나보고 울지말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엄마.

딸아이가 놀렸다.


원래 말을 못하는 것이 나무지만

심어진 그 자리에서 자라고 굵어지고 늙어지는 나무처럼 굵어진 나이처럼 나도 의연히 휘둘리지 않고 싶다. 덜 울고 싶고 덜 슬퍼하고 행복하고 싶다. 무엇이 그리 대단한 삶이라고 이리도 휘청이는지 모르겠다.휘휘 부는 바람에도 무서워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그러지 않은 척 숨기고 잘 포장하고 살고 싶건만 매번 연약함을 여우같은 간교한 사람들의 들켜 막장인생들에게 들킨다.

손목 긋지 말아야지, 목 매달지 말아야지.강에 바다에 뛰어들지 말아야지.강해져야지 되뇌인다.

그러다 정 안되면 죽어버려야겠다 생각되면 통곡하고 쓰러져있을 딸아이의 눈물을 떠올려야겠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애틋하고 애틋한 내새끼곁을 생각해야지.

나는 어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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