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33일간의 동행 그리고 이별...(7)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항암후유증과의 전쟁

"항암의 고통을 눈으로 보다"


지난주 많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무난하고 자신만만하게 시작하였던 아버지의 항암치료는 첫 1차 주사를 맞으신지 만 1주 정도가 지나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피로감과 무기력증 같은 후유증이 나타났고, 급기야 우려했던 급격하게 식욕이 떨어져 매끼 식사를 제대로 못하게 되셔서 체력과 컨디션관리가 안 되는 큰 어려움과 걱정에 봉착하게 되었다. 나야 멀리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안부전화나 할 수 있을 뿐 뭐 하나 제대로 어찌해볼 도리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통화라도 하면서 아버지 식사여부와 컨디션을 목소리로 직접 확인하고 챙기고서야 겨우 일이 손에 잡혔다. 


그나마 새해 첫날 찾아와 준 우리 집안의 화해무드의 평화로운 선물 때문인지 다들 아버지의 치료에 집중해 주어 언제 그랬냐는 듯 더없이 고마운 마음만이 들었다. 특히나 큰형수님과 작은형수님! 그리고 누나까지 마치 밀린 효도와 숙제를 하듯 각자가 할 수 있는 이것저것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바리바리 사들고 찾아뵙고 수시로 돌보아 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그런 가족들의 노력도 시간이 흐를수록 무용지물이었고 입맛이 없어 제대로 드시지 못했다는 말만이 자꾸만 가족들의 입을 통해서 걱정스럽게 반복되어 전해지고 나에게 돌아왔다. 아버지는 그렇게 심한 피곤함을 호소하며 자꾸만 자리에 몸져눕고 싶어 진다는 말을 하시고는 기력 없이 힘든 모습만을 보이신다는 말이 매일 마음에 걸렸다. 자고 나면 머리카락도 한 움큼씩 베개에 빠져 눈에 띄게 머리숱도 줄어든 모습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것이 항암치료의 본모습인가 싶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진행할 것을 생각하니 심한 걱정만이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이래서 다들 항암치료가 힘들다고 하는 것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중도에 포기하시면 어떡하지? 처음부터 항암치료가 달갑지 않다시던 아버지를 억지로 설득해서 내가 항암치료를 해보자 괜한 고집을 피웠나? 싶은 마음이 들어 덜컥 겁이 났다. 항암치료에 대해서는 형제들과는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던 터라 더욱 나 혼자만의 실수나 고집이 될까 싶은 걱정이 밀려왔다. 여전히 내 머릿속은 작년 말 첫 검사결과 상담 시에 조영재 교수님이 해주신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말이 머릿속을 내내 맴돌며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항암치료는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라면 그냥 한 번 해보는 것이 자식의 도리로서 맞다는 생각으로 나의 마음을 스스로 다시 다잡고 정리를 해야만 했다.   


2018년 새해가 밝았고 눈 깜짝할세 며칠이 금방 지나가 버리고 포항에 계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앞으로의 정밀항암치료계획을 상담받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을 연초부터 나 혼자서 찾았다. 환자에게 좋고 도움이 되는 간단한 영양교육과 항암치료 시 주의사항들과 알아두면 유용한 항암환우가 있는 가족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안내자료를 받아 몇 번을 읽어 보았다. 사실 정밀치료계획이라 해봐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고 항암치료 주기에 맞춰 항암주사를 무리 없이 잘 맞고 모든 주사과정이 끝나면 다시 방사선치료로 전환하여 진행하면서 종양의 상태나 병증의 추이를 보자는 정도였다. 담당 선생님도 대부분 환자가 치료 중 식욕이 많이 떨어져 힘들어할 테니 아버님도 미리 병원에서 권장하는 영양제 보조제 형태의 드링크음식이라도 주문하여 두라 권하기에 그 자리에서 주문해 두었고 치료 중에는 굳이 가릴 음식도 없으니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무조건 잘 드시도록 관리해 달라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다. 


작년 말부터 집사람이 폐암환자들에게 좋은 차 종류와 음료와 음식들, 그리고 과일과 채소 각종 약재와 민간처방들 등 여러 가지 알아본 음식과 식재료들 그리고 치료법에 대하여 이야기를 주절이 주절이 쉴 새 없이 해주었지만 그냥저냥 머리가 멍해질 뿐 기억에 전혀 남지도 해야겠다는 의지도 들지 않았었다. 우선은 뭐든 아버지가 잘 드셔야 하는데 안 드시게 되니 그것이 걱정이고 어려움이었다. 자꾸만 빠져가는 머리카락이 그리고 줄어드는 체중이 매일매일 신경을 긁어대며 자극하는 날이 많아졌다. 소위 항암치료와 마치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는 그런 느낌만이 강해졌다. 매일매일이 전쟁터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이전글 233일간의 동행 그리고 이별...(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