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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pathy Jun 18. 2024

창업자에게 좋은 VC란 무엇일까?

VC가 자본 외에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고민

이전에 낭만투자 파트너스에서 운영한 글로벌 VC 리서치 클럽 2기를 참여하면서, 최근 VC 면접을 보면서 좋은 VC란 무엇일까 생각해본 것들이 휘발되는 것을 막으려고 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진리의 케바케이고 상황에 따라 VC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수는 있다는 점을 미리 적어둡니다...


VC가 자본 외에도 value-add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VC들조차도 의견이 다르기도 하다. 어떤 곳은 직접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참여하지 않고 신뢰하고 위기에 있을 때 믿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VC도 있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a16z처럼 support조직을 마련해서 지원해주는 국내 VC들도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우선 VC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이란 어떤 존재일까? 스타트업은 개인적으로 실험을 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이를 반복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지를 보는 존재다. 일반 대학이나 연구소의 연구와는 다른 점은 성공했을 때 단순히 학문적 성취뿐 아니라 엄청난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VC가 투자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이다. 

1. 이 실험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정말 중요한 문제인가? 

2. 이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은 의도한대로 실험을 잘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인가? 

3. 문제를 해결해서 확장했을 때 정말 ROI가 나오는 시장인가? 


정도일 것 같다. 이 3개가 전제하에 투자가 이뤄진 이후에는 스타트업이 잘 성장하고 있는지 VC가 지켜봐야할 건 실험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정도인 것 같다. (시장과 문제의 중요도는 실험만큼 크게 변하는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험 자체에 대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보통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팀, 창업자)이라고 생각한다. 해결하려는 문제는 매우 복잡한 변수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똑같은 문제를 풀겠다고 달려들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토스라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다른 사람이 풀었다면 지금의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까? 송금 자체를 법으로 막는다고 한 순간 아마 대부분이 실험을 중단하지 않았을까...


실험을 진행하는 팀이 제일 답을 잘 찾는 요소이기 때문에 연구에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연구자가 하는 실험에 대해서 깊게 관여하는 것이 이상한 것처럼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 VC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이상하다. VC는 하나의 실험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포트폴리오 사들의 실험을 동시에 체크하고 확인하기 때문에 그 고민의 깊이가 팀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 답일까? 이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해봤는데 답은 결국 그렇지 않다였다.


아래는 머신러닝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 영역을 그래프로 그린 그림이다. 머신러닝에서 해결하려는 목표가 특정 값을(여기서는 z축)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래프 상에서 아래로 움푹하게 파인 부분들을 minima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건, Global Minima라는 전체 문제 영역에서 Best Solution이지만 실험을 하다보면 local minima에 빠져있기도, 아니면 반대로 Global Minima에 도달하기 직전인 큰 난관에서 방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출처 : https://medium.com/analytics-vidhya/journey-of-gradient-descent-from-local-to-global-c851eba3d3


머신러닝에서는 이렇게 고착화되어있거나 local minima에 갇혔을 때 탈출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이 이동해보도록 하거나 방향을 바꾸도록 하는 여러 장치들이 있는데 이걸 optimizer라고 한다. 


비슷하게 스타트업 역시도 창업자가 문제에 몰입하다보면 고착화되는 경우도 있고, 미시적으로 답을 헤메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때 optimizer처럼 순간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VC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까? 좋은 discussion partner가 되는 것이 답인 것 같다. 이걸 다르게 말하면 나는 좋은 질문을 던져주는 VC가 뛰어난 VC라고 생각한다. 결국 최종적으로 답을 찾는 건 해당 팀이 제일 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빠르게 global optima로 도달할 수 있게 좋은 질문을 던져주면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비전을 던져주는 것일수도, 아니면 비슷한 사례를 공유해주는 것일수도, 아니면 좀 더 본질적인 것에 접근할 수 있도록 input을 넣어주는 것일수도 있다. 제품을 만들어봤던, 창업을 해봤던 VC라면 경험을 들려줄수도 있을 것 같다.


일에 매몰되다보면 가끔씩 환기를 하거나 새로운 영역에서 영감을 받는 것처럼 나는 VC가 창업자에게 그런 역할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 평상시에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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