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 홈스쿨링 Jan 11. 2023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너는 특별하단다






“오늘은 여러분의 멈춰있는 두뇌를 풀가동 시켜줄 주인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타킹 지니어스를 소개합니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406회) 중에서


 ‘스타킹 지니어스’라고 소개된 이 아이는 0.9초 만에 지나가는 숫자 15개를 순식간에 암산해 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받아 적기도 힘든 어려운 숫자들을 듣는 순간 계산 해내고 15자리 15줄 암산까지 완벽하게 풀어내면서 방송을 보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놀랍게도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꼬마가 나의 아들이다. 아이는 말 트임이 늦었지만 책을 읽는데 흥미가 있었고, 세상의 흐름들을 숫자로 이야기하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었다. 울다가도 숫자로 된 블록을 손에 쥐여 주면 울음을 그치고, 길을 가다가도 간판에 쓰여 있는 숫자를 보면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특히 집 앞 정류장에 자주 오는 222번 버스를 좋아하였다. 그 버스를 타고 매번 새로운 풍경을 보듯이 해맑게 웃던 아이의 표정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유난히 지하철 노선도와 고속도로가 그려진 지도를 좋아해 온종일 지도를 그리는가 하면 마방진과 퍼즐 그리고 연산 문제를 만들어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에게 맞춰 보라고 하기도 하였다. 내가 문제가 너무 어렵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 아이는 만족해하며 까르르 웃곤 했다.

 

  아이가 32개월 되었을 때, 한 번은 다니고 있는 놀이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머니! 아이 검사를 해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일반적인 아이와 행동이 달라요.”

“어떻게 다른데요?”

“모둠활동을 지루해 하며 돌아다니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검사를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나의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 속상했던 나머지 그날은 남편 앞에서 많이 울었다. 유아기에 내가 일을 하느라 놓친 것이 많아 그런 것 같아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보통 이 나이 때의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지 않던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도 말보다 글을 더 편하게 생각하고, 숫자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 아이가 궁금해졌다. 이러한 성향이 병증은 아닐까 싶어 ADHD나 아스퍼거 증후군을 의심해 보았다. 그러나 소아청소년 심리검사와 한국 웩슬러 유아 지능검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내 아이가 좋은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직장에 다녀 주말에만 아이와 만나다 보니 외부 자극이 적어 말이 늦고, 애정결핍이 있다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교육에 대한 관점을 달리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의 교육 방식을 ‘홈스쿨링’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주지 못했던 엄마로서의 사랑을 채워주고 틀에 박힌 사고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자유로운 사고로 아이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詩 들꽃에서

 

  처음에는 “아이를 바보로 만드는 것 아니냐, 초등학교를 왜 안 보내느냐”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와 홈스쿨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홈스쿨링은 초등 기간 동안 지속하였고 아이는 어느새 고3을 앞두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교육 방식을 고수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내 아이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일찍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특별한 아이에게 특별한 교육을 해준 것이다.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홈스쿨링 기간이 너무 고되어 아이를 붙잡고 펑펑 운 적도 있었다. 서로 바라보며 화를 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 우리는 특별한 교육 방식을 통해 더 많이 웃을 수 있었고 더 많이 행복했다. 홈스쿨링을 생각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홈스쿨링은 특별한 것이 아니며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주의할 것은 홈스쿨링을 하는 동안 시간이 주어진 만큼 해이해지기 쉬워 아이가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다양한 경험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 중 하나이기에 부모가 부지런히 움직여줘야 한다는 점도 당부하고 싶다. 더 나아가 홈스쿨링을 통해 아이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과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은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감정과는 달랐다. 나 자신의 내면이 성장함과 동시에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홈스쿨링을 끝내고 새로운 목표가 생겨 지금은 공교육으로 들어갔지만 힘들 때마다 그때의 추억들을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시켜서 하는 것보다 스스로 해야 빛을 내는 아이’이기에 미래를 향해 부지런히 나아가는 내 아이를 믿고 끝까지 응원하고자 한다. 홈스쿨링을 한 내가 대단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보통의 또래와 달랐던 아이를 위해 아이에게 맞는 교육 방식을 선택하고 성장 과정을 지켜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자신의 아이에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면 훌륭하게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이며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 또한 성장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엄마 작가가 되다> 중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