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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사전 Dec 02. 2021

감사하다

동사: 고맙게 여기다.

  

  이곳 박타푸르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답게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물론 그렇기에 입장료가 1,500루피로 엄청나게 비싼 편이고 숙박, 식당의 가격대도 상당하다). 사원들과 탑들은 다른 곳과 달리 선이 곱고 화려하며 그 비례들이 아주 좋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리틀 부다'나 '닥터 스트레인저'의 촬영 등으로 유명하고 수도 카트만두와 약 20분 거리로(13km) 가까워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의 유명한 특산물은 대규모로 생산하는 질그릇과 요구르트의 왕이라 불리는 즈즈더우로, 질그릇은 가마가 따로 없이 노상에서 짚으로 그때그때 만든 가마에 불을 지펴 만드는 독특한 제조 방식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는 요구르트로 세계 최고의 맛이라 알려져 있다. 요구르트의 왕! 그렇다. 그 카피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먹자마자 한 그릇을 더 시켰고 맛의 감동은 두 번째지만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여기서 그릇이라고 한 것은 정말 그릇에 요구르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 먹고 그릇을 주자 옆에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버리라고 한다. 아니 이 튼튼한 것을? 의문이 무색하게 쓰레기통에는 작은 질그릇들이 쌓여 있었다. 1회용 질그릇이라니. 

  가게를 나가며 맛있는 걸 먹게 해 줘 고맙다는 뜻의 힌디어 "단야바드"를 건네자 가게 주인이 웃는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내가 고맙다고만 하면 네팔리들은 하나같이 웃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Thank you라는 단어도 나 혼자만 사용했다. 처음에는 내 발음이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내가 아무리 고맙다고 표현해도 네팔리들은 한 번도 나에게 고맙다고 한 적이 없고 늘 말없이 웃기만 했다.

  여행 중반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책을 좀 잘 살펴보자) 네팔에서는 그 단어를 쓰지 않는단다.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걸작인데, 굳이 쓰지 않아도 다 알 것이라 생각해서란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단어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네팔리들은 사족 같은 표현인 "단야바드"란 말을 하는 외국인들을 정말 희한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회사 업무에서 이메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전화 통화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하루에도 십 수통의 메일을 보내고, 받고, 뭔가 첨부하여 다시 회신하는 일이 대부분인 요즘, 메일 말미에 거의 습관적으로 붙여 이제는 끝인사의 관용어가 되어버린 감사하다는 뜻을 이들은 실생활에서도 전혀 쓰지 않는다. 


  인도와 네팔에서 인사로 쓰이는 "나마스떼"라는 단어의 뜻이 '당신 안에 깃든 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어마어마한 뜻을 가진 것처럼 우리나라의 "안녕"이란 단어 역시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이란 깊은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너무 자주 사용해서 잊어버렸을 뿐.


  전혀 감사한 마음 없이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것과 감사하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생각하는 것의 차이를 알려면 나는 얼마나 여행을 해야 하는 것일까.




-감사하다: 고마움을 나타내는 단계 중 가장 미숙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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