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AI 석학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한 마디

"이건 버블 아닙니까?"

엔비디아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되고, AI 관련 주식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누구나 한 번쯤 품게 되는 의문이다. 2000년 닷컴 버블의 기억이 생생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당시에도 모두가 열광했고, 그 열광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까.


최근 공개된 한 패널 토론에서, 진행자는 바로 이 질문을 던졌다. 그것도 엔비디아 CEO 젠슨 황, 딥러닝의 아버지 얀 르쿤, 스탠포드 AI 연구소의 페이페이 리, 튜링상 수상자 요슈아 벤지오 같은 AI 분야 전설들 앞에서 말이다.


젠슨 황의 대답은 명쾌했다. "닷컴 버블 때는 깔아놓은 광섬유 케이블 대부분이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산되는 거의 모든 GPU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설비는 과잉 투자되었지만 수요는 따라오지 않았던 20년 전과 달리, 지금은 만들어지는 족족 팔려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의 설명에서 더 흥미로운 대목은 다음이었다. 과거의 소프트웨어는 미리 컴파일되어 저장된 것을 불러오기만 하면 됐다. 필요한 연산은 미미했다. 그런데 AI는 다르다. 지능은 실시간으로 생성되어야 한다. 맥락을 이해하고, 그 순간의 상황에 맞는 답을 만들어내야 한다. 미리 준비해둘 수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ChatGPT에 질문할 때마다, 그 뒤에서는 엄청난 계산이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를 거쳐 가장 적절한 답을 생성해낸다. 이 모든 것이 몇 초 안에. 전 세계 수억 명이 동시에 이런 요청을 하고 있다면? 젠슨이 말한 '두 개의 지수함수적 성장'이 실감난다. 한 번의 답변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연산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사용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런데 얀 르쿤은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제 LLM이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이건 더 이상 언어 모델이 아니에요." 그는 현재의 AI가 단순히 문장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여러 단계를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냉정한 시각도 잃지 않았다. "LLM을 계속 밀어붙인다고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페이페이 리도 같은 맥락에서 '공간 지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언어를 넘어, 세상을 지각하고 추론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 말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언어 기반 모델도 초보적인 공간 지능 테스트에서는 실패합니다. 우리에게는 고양이만큼 영리한 로봇조차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투자는 헛된 것인가? 요슈아 벤지오가 정리했다. "두 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LLM 기반으로 개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여전히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 측면에서 보면 버블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패러다임만으로 인간 수준 지능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버블입니다."


진행자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인간과 동등한 기계 지능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젠슨은 "이미 여기 있고, 이제 학문적 질문이 아니다"라고 했고, 요슈아는 "논쟁에서 항상 이기는 AI라면 20년 이내"라고 답했다. 빌 달리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며 질문 자체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토론을 들으며 나는 오후에 있을 세미나가 떠올랐다. 재단 실무자들에게 생성형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자리다. "3일을 반나절로: 생성형 AI로 R&D 업무 프로세스 혁신하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세계 최고의 석학들은 AGI가 언제 올지,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엇일지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지금 작동하는 기술로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기획서 작성에 3일 걸리던 일을 반나절로 줄이는 것. 데이터 분석에 며칠 매달리던 일을 몇 시간으로 단축하는 것.


젠슨의 말이 맞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범용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간 사회에 유용한 엄청난 양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이 기술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오늘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AI가 언제 인간을 대체할지는 학문적 질문이다. 하지만 AI가 지금 당장 우리 일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는 실무적 질문이고, 그 답은 이미 우리 손 안에 있다. 버블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것보다, 이 파도를 어떻게 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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