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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로보택시가 그려내는 미래의 풍경

메리치증권 김준성 연구원이 들려준 '지루한' 혁명 이야기


텍사스 오스틴의 어느 평범한 오후, 한 대의 테슬라가 조용히 거리를 달린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다. 승객은 뒷좌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차는 마치 20년 경력의 숙련된 기사가 운전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목적지를 향해 간다.


"이제는 너무 지루해졌습니다."


메리치증권 김준성 연구원이 테슬라 FSD를 체험하며 내린 결론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목숨 걸고 타는' 느낌이었던 자율주행이, 이제는 졸음이 올 정도로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루함'이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신호였다.


6.9달러가 말해주는 것들


현재 테슬라 로보택시의 요금은 6.9달러, 우리 돈으로 약 1만원이다. 언뜻 보면 평범한 숫자 같지만, 김준성 연구원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하루에 20번 정도 탑승한다면 일일 매출이 20만원, 연간 7천만원 정도의 매출이 나옵니다. 각종 비용을 제하고도 대당 연간 5천만원의 순이익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의 계산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테슬라는 VPP(가상발전소)를 통해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언박스 프로세스로 제조원가를 줄이며,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하나다. 가장 비싼 비용인 '사람'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건네는 말이 달라졌다


"친구야, 테슬라 사봐. 너무 편해!"


이것이 지금까지의 대화였다면, 이제는 이렇게 바뀔 것이다.


"친구야, 테슬라 사봐. 나 한 달에 200만원씩 벌어!"


차량이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수익창출 자산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내가 필요할 때는 개인용으로 쓰고, 그렇지 않을 때는 앱 하나로 로보택시 모드로 전환해 돈을 벌 수 있다. 마치 작은 빌딩을 소유한 것처럼 말이다.


김준성 연구원은 이를 "B2C에서 B2B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소비재에서 생산수단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 앞에서 전 세계 자동차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5천만원 이하 시장의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답은 명확하다.


3억 원의 선택, 5천만 원의 유혹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계산을 해왔다. 15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데 택시를 이용하면 3억 원, 차를 사면 각종 비용 포함해서 1억여 원. 당연히 차를 사는 게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로보택시는 이 계산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같은 거리를 5-6천만 원에 해결할 수 있다면? 게다가 운전이라는 노동도, 주차 걱정도, 정비 스트레스도 없다면?


"차와 이혼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김준성 연구원의 표현이다. 마치 이혼할 때 가사노동의 가치를 계산하듯, 우리도 운전 노동의 가치를 계산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계산의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파괴당하는 것들, 태어나는 것들


물론 모든 변화에는 그림자가 따른다. 택시기사들은 어떻게 될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주차장 사업자들은?


"누구나 파괴당할 수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김준성 연구원은 솔직했다. 애널리스트 업무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체할 수 있게 되면,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준비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전 세계 GDP의 53%가 노동에 대한 대가입니다. 그 중 상당 부분이 물리적 노동으로 대체 가능하죠. 이런 변화를 만드는 기업들과 함께 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중국에서 본 미래의 모습


김준성 연구원은 작년에만 중국을 네 번 다녀왔다. 상하이에서는 샤오미의 자율주행을, 심천에서는 화웨이의 스마트카를 직접 체험했다. 그의 평가는 이랬다.


"테슬라가 99.9점이라면, 화웨이는 97점, 샤오미는 90점 정도. 격차는 분명히 있지만, 따라잡힐 겁니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테슬라에게 위협이라고 보지 않는다. 아직 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이익을 거둬들인 기업이 없고, 노동 제거로 창출되는 가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모든 플레이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테슬라만의 시장이 아니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시장입니다. 현대차나 기아도 2-3% 점유율만 가져가도 기존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거예요."


팀 테슬라의 탄생


최근 일론 머스크가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을 언급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테슬라 홀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TSMC에 의존하던 파운드리를 다변화하고, ESS 사업 확장을 위한 배터리 파트너가 필요하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침체된 파운드리 사업의 돌파구를, LG에너지솔루션은 제한적 성장 로드맵의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서로에게 필요한 파트너십인 셈이다.


"일론 머스크가 우리를 구원해주는 게 아니라, 서로 윈윈하는 거죠."


2027년, 그 다음 이야기


김준성 연구원의 관심은 이미 로보택시를 넘어서 있었다. 2027년부터 테슬라 공장에 투입될 휴먼노이드 로봇, 컨베이어 벨트를 대신할 병렬 생산 시스템, 그리고 언젠가 우리 집에도 올 가정용 로봇들.


"설거지 할 수 있어요, 청소 할 수 있어요, 세탁기 돌릴 수 있어요... 강아지 산책은요? 앱스토어에서 300달러에 다운로드하세요."


그가 그려내는 미래는 SF 영화 같지만, 로보택시가 이미 현실이 된 지금,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이족보행을 시작한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뇌가 발달하게 된 것처럼, 이동 능력을 갖춘 AI가 다양한 작업을 학습해가는 것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


"수능 만점자가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심정입니다."


김준성 연구원의 마지막 말이었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고, 이제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확신에 찬 표현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파도에 올라탈 것인가?


답은 이미 텍사스 오스틴의 거리를 조용히 달리고 있는 그 테슬라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 그 차 안에서, 승객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별다른 감흥도 없이, 마치 지하철을 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것이 바로 혁명이 완성되는 순간의 모습이다. 놀랍도록 평범하고, 당연하며, 지루할 정도로 일상적인.


변화는 항상 그렇게 찾아온다. 갑작스럽지만 필연적이고, 파괴적이지만 창조적이며, 두렵지만 설레는 모습으로. 이제 우리는 그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참고영상] https://www.youtube.com/live/goz3YKL37Wg?si=NYOLRWm4Q_1qe3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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