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서재에서 마주한 2045년 대한민국의 미래
어젯밤, 서재에서 정부의 과학기술 미래전략 보고서를 펼쳤다. 2045년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을 때, 문득 그때 우리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많이 자란 아이들이 한창 사회에서 활약하고 있을 그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보고서를 읽어가며 놀라웠던 것은 정부가 단순히 기술 발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더 건강하게 살고, 인공지능과 함께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며,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더욱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그런 미래 말이다.
15년 넘게 R&D 현장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그 미래를 치밀하게 설계하고,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래서 'Foresight'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단순한 예측이 아닌, 미래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도출하는 과정이다.
핀란드, 싱가포르, 영국 같은 나라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국가 전략을 세워왔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 대열에 합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AI로 디지털 대전환, 과학기술로 미래선도"라는 비전을 보면서, 이것이 단순한 슬로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130만 건이 넘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생성형 AI까지 동원해서 도출한 치밀한 전략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성별, 연령, 지역별 비율에 따라 선정된 1,000명을 대상으로 과학기술과 관련된 미래 비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는 점이었다. 정부 관료나 전문가들만의 생각이 아닌, 진짜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 연구가 얼마나 성숙해졌는지 느꼈다. 과거에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일방향적 정책이 많았다면, 이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쌍방향 소통을 통해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2045년 우리가 희망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가슴이 뛰었다.
차세대 바이오 의료 기술로 지금보다 훨씬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고, 인공지능과 함께 인간의 신체적, 지적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더욱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신개념 이동수단으로 생활권이 확장되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다.
우주나 심해 같은 미지의 공간도 개척해서 새로운 삶의 터전과 자원을 찾을 수 있고, 에너지나 식량 부족 걱정도 없어진다. 재난재해나 기후변화, 감염병 같은 위협에도 과학기술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환경오염 없는 지속가능한 문명을 만들어간다.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AI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였다. 1조원 규모의 범용 AI 기술개발 사업과 8,100억원 규모의 정책펀드까지. 숫자로 보니 정부의 의지가 확실히 느껴졌다.
양자컴퓨터 1,000큐비트 개발이라는 목표도 인상적이었다. 2032년까지라는 시한이 있어서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올해가 UN이 정한 양자의 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런 대규모 투자와 도전적인 목표 설정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정말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R&D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반가웠던 소식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폐지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훨씬 빠르고 유연하게 R&D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12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선도형 R&D 투자를 2027년까지 정부 R&D의 35%로 확대한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기존의 따라가기식 연구에서 벗어나 우리가 먼저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인상적이었던 또 다른 변화는 미래전략 수립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10년은 너무 긴 시간이라는 판단인 것 같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변화의 속도와도 맞닿아 있다. 5년 전만 해도 ChatGPT 같은 생성형 AI는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일상이 되었으니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변화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기술 주권을 확보하면서도 국제협력을 강화해나갈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과학기술공동위원회 확대, APEC 연구협력 이니셔티브 추진, 과학기술 외교 이니셔티브 마련 등 구체적인 계획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과학기술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면서도 글로벌 협력을 이어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균형감 있게 접근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엿보였다.
이번 미래전략 수립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데이터 기반 접근법이었다. 2년 반 동안 130만 건이 넘는 자료를 수집하고, 텍스트 마이닝과 생성형 AI로 분석했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평소 강조해온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직감이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려는 노력이다.
보고서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다. "동 전략은 국가 전체의 관점을 견지하여 정부, 연구기관, 기업, 개인에게 비전을 공유하며, 정부뿐 아닌 국민 모두가 전략의 실행주체에 해당한다"는 부분이었다.
미래는 정부나 전문가들만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와닿았다. R&D 현장에서 일하는 나도, 일반 국민들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이 미래전략의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다시 서재에 앉아 생각해보니, 괜히 가슴이 벅차올랐다. 2045년 우리 아이들이 한창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을 때, 정말로 이런 멋진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물론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그런 미래를 향해 체계적으로, 과학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다.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그 미래를 위한 작은 한 걸음을 내딛어본다.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 피터 드러커
오늘도 미래를 만들어가는 모든 분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낸다. 우리가 함께 꿈꾸고 만들어가는 그 미래가,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2020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5년 과기정통부 업무계획」, 2025.1.14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조정실장 브리핑, 2025.1.14
KISTEP, 「KISTEP Think 2025, 10대 과학기술혁신정책 아젠다」, 2025
STEPI, 「과학기술기반의 국가발전 미래연구 Ⅲ」
국가전략정보포털, 과학기술 미래전략 관련 자료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과학기술정책 관련 보도자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12회 심의회의」 관련 자료
KISTEP, 「2023년 글로벌 과학기술 & ICT 정책 기술 동향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