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까지 이어지는 혁신의 퍼즐
LA 할리우드 산타모니카 대로에 문을 연 테슬라 다이너를 처음 본 순간, 마치 시공간이 뒤섞인 듯한 묘한 감정이 들었다. 1950년대 미국 도로변 식당의 향수를 자극하는 외관 속에 번쩍이는 조명과 미래적 디자인이 공존하는 이 공간은, 일론 머스크가 2018년 선언한 후 7년 만에 현실이 된 꿈의 결과물이다.
차량 내 터치스크린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롤러스케이트를 탄 직원이 서빙을 해주고, 대형 LED 스크린으로 야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의 중심에는 휴먼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팝콘을 나누어주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모든 일이 테슬라 충전 시간 동안 벌어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여겨졌던 '충전 시간'을 브랜드 경험의 기회로 완전히 뒤바꾼 것이다.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테슬라 다이너를 두고 "자동차부터 주택, 레스토랑, AI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계를 위한 머스크의 청사진"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기기 간 연결성으로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테슬라도 자체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테슬라 솔라 패널로 충전한 전기로 로봇택시를 타고 이동해, 테슬라 다이너에서 휴먼노이드 로봇이 만든 음식을 먹는 일상을. 이것이 바로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 세상의 모습이다.
올해 2분기 테슬라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급감하며, 최근 10년 중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며 자율주행, 로봇택시, 휴먼노이드 로봇 분야의 진전이야말로 테슬라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이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작된 테슬라 로봇택시 서비스는 거리에 관계없이 6.9달러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 구글 웨이모나 우버 대비 2~5배 저렴한 수준이다. 심지어 미국에서 필수처럼 여겨지는 팁도 없다. 앱에서 팁 화면을 누르면 "농담입니다(Just kidding)"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도 머스크답다.
이런 저가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테슬라만의 접근 방식에 있다. 비싼 라이다 센서 대신 카메라만 사용하는 '비전 온리' 방식과 자사 차량에서 수집한 방대한 주행 데이터 기반의 FSD(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원가를 대폭 낮춘 것이다. 차량 제조에만 20만 달러가 드는 구글 웨이모와는 정반대 전략이다.
앞으로 출시될 로봇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캡'은 더욱 파격적이다. 운전대와 페달을 완전히 제거하고 터치스크린과 승객 두 명이 앉을 자리만 남긴 미니멀한 설계로, 부품을 절반 이상 줄여 원가 절감을 극대화했다.
테슬라의 휴먼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단순한 로봇을 넘어 '피지컬 AI'의 구현체다. 피지컬 AI란 인공지능이 언어와 사고 능력뿐만 아니라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환경을 이해하고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 로봇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작업만 반복했다면, 옵티머스는 AI 기반 모델로 실시간 환경 인식과 자율 판단이 가능하다. 오늘 물류창고에서 일하던 로봇이 내일은 간병 업무나 가정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 로봇으로 연간 30조 달러를 벌 수 있다며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안에 수백 대를 생산하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머스크의 가장 원대한 꿈은 여전히 화성 이주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할 때부터 품어온 이 꿈을 위해, 그는 내년 말 옵티머스를 우주선에 실어 화성에 먼저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인간이 도착하기 전 로봇들이 기지를 건설하고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쯤 되면 자율주행, AI, 로봇공학 같은 테슬라의 모든 기술이 결국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보인다.
물론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머스크의 우주 탐사 계획은 과거에도 여러 번 연기됐고, 빌 게이츠는 "그 돈이면 차라리 백신을 개발하겠다"며 돈낭비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테슬라가 시총 1조 달러를 넘는 최초의 자동차 회사가 되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전기차가 틈새 시장에 불과하던 시절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고, 재사용 로켓으로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 바로 이 남자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남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일론 머스크. 그의 발걸음이 지구를 넘어 화성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우리는 역사의 증인이 되어 지켜보고 있다.
테슬라 다이너의 롤러스케이트를 탄 직원들과 팝콘을 나누어주는 옵티머스 로봇을 보며, 우리는 이미 SF 영화 속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