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길고양이 중성화의 날 봉사 후기

예비 수의사로서의 책임

by 박현민





3월 17일 일요일, 동대문에서 시행된 서울시 길고양이 TNR(Trap-Neuter-Return)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봉사활동에서는 중성화 수술을 위한 마취 작업을 돕는 일을 맡게 되었다.

이날의 봉사를 통해 수의사로서의 책임과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봉사활동은 대개 보호소 청소나 산책 봉사였지만, 이번 수의료봉사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었다. 그중에서도 마취 파트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이를 통해 느낀 몇 가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1. 수의사로서의 딜레마와 사명


수의사는 사실 동물이 아프다는 것을 전제로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이것은 내가 가진 예비 수의사로서의 딜레마이다. 동물을 사랑해서 수의사가 되고자 했지만, 모든 동물이 건강하다면 수의사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고민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수의사가 다른 직업과는 차별화되고, 단순한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으로만 취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의사에게는 다른 직업에게 요구되는 것 이상의 도덕성과 직업적 윤리가 요구된다. 이는 수의사가 동물의 출생, 성장, 사망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수의료봉사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수의사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 이상으로 동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의무이며, 수의료봉사는 이러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봉사활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현장에서 일을 경험하고,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수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수의료봉사는 이러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체험하고 배움으로써 실력을 키울 수 있으며, 여러 상황을 경험해 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도록 정신을 단단하게 무장시켜 준다. 이러한 경험은 수의사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날의 봉사 경험을 통해 예비 수의사로서 더욱 발전할 수 있음을 느꼈다.


2. 빨간색이 어울리는 사람


이번 봉사에서는 마취팀을 따라다니며 마취가 진행되는 과정 전반을 경험해 보았다. 내가 심도 있게 배우고자 하는 분야인 마취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중성화를 하는 데에도 추가로 대처해야 할 일이 여럿 있었다. 추가 마취를 해야 하는 경우도 간혹 존재했고, 수술 중에도 있을 사태에 대비해야만 하였다. 마취팀은 수술이 끝나고 환자가 마취에서 깰 때까지 계속 환자를 유의주시하고 있어야만 했다.

마취제를 배합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건강 상태 평가, 사납게 날뛰는 고양이의 보정, 마취 주사, 마취가 됐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마취가 되었다고 일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중성화를 하는 데에도 추가로 대처해야 할 일이 여럿 있었다. 추가 마취를 해야 하는 경우도 간혹 존재했고, 수술 중에도 있을 사태에 대비해야만 하였다. 그래서 마취 팀은 대부분의 업무가 끝날 때까지 혹시나 있을 상황에 대해 늘 대비하고 있으면서, 마취에서 깰 때까지 계속 환자를 유의주시하고 있어야만 했다. 봉사에서는 응급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수술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여쭤보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응급 상황이나 서로 소통이 힘든 상황을 상정하면 이후 외과 수술에 대한 지식도 충분히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양이 보정이 끝난 후 추가 마취를 들어가는 것과 중성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전반적으로 둘러보았다. 수술뿐만 아니라 다른 진행상황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만 성공적인 마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취뿐 아니라 폭넓은 견해와 지식이 마취 수의사로서 전문성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수의료봉사는 여러 마리의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건강평가, 제모, 후처치, 수술 등 여러 팀과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느꼈다. 다른 팀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쓸 수 있는 수의사가 되어야 함을 느꼈다.

결론적으로 마취는 단순히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취과 의사는 전 투약제 투여부터 수술이 끝나서 환자가 회복될 때까지 환자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 마취에 대한 지식뿐만이 아니라, 내, 외과를 아우르는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취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임상수의학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봉사에서 마취팀의 일을 도우며 이러한 사실을 여실히 느꼈다. 앞으로 마취에 대해서도 공부하며 다른 임상 분야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한 걸음걸음이 즐겁고 보람찬 길일 것이기에 앞으로가 기대된다.

마취팀은 빨간 스크럽과 겉옷을 입는다. 마취과의 빨간색은 혈액과 느낌을 주었다. 응급 상황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빨간색. 그리고 사람들을 주목하게 하는 빨간색. 응급 상황일 때 타 과 사람들이 빨간 옷을 보면 안심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상황 컨트롤이 가능하고 다른 사람을 안심하게 만드는 색깔.

나도 빨간색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3. 동물에 대한 존중과 배려

마취 봉사를 맡게 된 경험은 나에게 생명 존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동물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느끼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특히나 인간과 달리 고통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아픔을 제일 먼저 파악해서 통증을 줄여주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수의사로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특히 마취를 통해 동물들이 안전하게 수술을 받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수의사의 의무이자, 동물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봉사 활동을 하며 마취 전의 신체검사에서부터 이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길고양이들이 놀라지 않도록 케이지를 섬세하게 다루며 최대한 진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동물에 대한 존중이 느껴졌다.

이번 활동을 통해, 수의사로서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 이상으로 동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나의 목표를 다시금 명확히 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노력하여, 동물들과의 소통과 치료에 보다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이번 센터에서 TNR 봉사의 의의를 들으며, 단순히 지식적인 측면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닌, 사회적이고 공익적 측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번 봉사 활동을 통해 배운 소중한 가치들이 나의 수의사로서의 길을 밝혀주고, 앞으로의 학문적인 발전과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