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도마 위에 올려둬

나를 파먹지 못하게

by agon바두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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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늘 내 삶의 바닥에 깔린 그림자였다.


때로는 목을 죄는 족쇄처럼, 때로는 도망칠 수 없는 무게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불안은 나를 갉아먹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불안은 내가 성취를 이루도록 떠밀어준 힘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창작의 과정에서 “극복되지 않는 불안과 공포”를 말했다.


그 근원은 집착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은 마음, 실패하지 않고 싶은 마음, 끝내 완성해내고 싶은 집착.


이 집착이 해소되지 않을까 두려워서 불안은 끊임없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바로 그 불안이 작품을 낳고,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만든다.


불안을 감추려 해도 소용없다.


마치 썩어가는 재료를 덮어두면 더 악취를 풍기듯, 불안은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불안을 도마 위에 올려놓기로 했다. 날것 그대로 마주하고, 칼로 썰어내듯 차분히 해체해 본다.


불안은 그렇게 드러낼 때 비로소 다룰 수 있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말했다.


“인간은 부조리를 직면할 때 비로소 자기 삶을 긍정할 수 있다.”


불안을 없애려 하는 대신, 그것을 직면하고 겪어내는 용기 속에서 삶의 힘이 솟아난다.


시지프가 무의미하게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듯, 우리는 불안을 끝없이 반복해서 마주한다.


그러나 카뮈는 그 순간을 단죄가 아닌 삶의 형식으로 보았다.


불안 역시 그와 같다.


그것은 삶의 적이 아니라, 나를 나로 살아가게 하는 불가피한 동행자다.


되돌아보면 내가 성취한 것들은 언제나 불안의 산물이었다.


발표를 앞두고, 글을 쓰면서, 새로운 길을 걸을 때마다 불안은 나를 압도할 듯 밀려왔지만, 결국 그것은 나를 무너뜨리지 않고 밀어 올렸다.


불안이 없었다면 열정도, 성취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불안을 숨기지 않는다.


도마 위에 올려둔 불안은 더 이상 괴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삶을 조리하는 데 꼭 필요한 한 재료다.


불안이란,

내가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이루고 싶어 한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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