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초대받은 정체들
나는 가끔 묻는다. “내가 그 사람 맞는가? 지구별에 잠시 초대된 듯 살아가는 내 정체는, 찾을 수 있는 답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물음표다.
정체성은 바람을 닮았다. 손으로 붙잡으면 흩어지고, 기다리면 다른 방향에서 불어온다.
발견된 보물이라기보다, 발견되지 않음을 살아내는 습관에 더 가깝다.
사람들은 흔히 바위 속에서 숨은 보석을 캐내려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정체성이란 바위 속 깊이 숨어 있는 보석이 아니라, 그저 거칠고 무거운 바위를 닦아내어 스스로 빛을 내는 바위보석이 되는 일임을.
삶은 정해진 목적을 수행하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목적 그 자체를 발견하고 세우는 모험이다. 길은 미리 그려져 있지 않고, 내 발걸음이 곧 지도가 된다. 그러니 방황은 미혹이 아니라 살아있음의 징표다. 괴테의 말처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어느 날 퇴근길, 주인 곁에 얌전히 앉아 있던 진돗개를 보았다. 앉아 있는 그 몸은 고요했으나, 눈빛은 이미 넓은 들판을 달리고 있었다. 멈춤 속에서도 뻗어나가는 자유 ― 나는 그 눈에서 정체성의 은유를 배웠다.
철학자 레비나스는 말했다. “타인의 얼굴은 나에게 다가와, 내가 나 자신을 정당화해야 함을 요구한다.” 내 정체는 홀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얼굴 앞에서 책임을 마주할 때, 바람 같은 흔들림은 방향을 얻고, 바위 같은 침묵은 빛을 품는다.
나는 다시 묻는다. “내가 그 사람 맞는가?” 아직 대답은 없다. 그러나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나는 바람 속을 걷고, 바위를 닦으며, 다른 이의 얼굴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