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싸우는 나

그림자와의 화해를 위하여

by agon바두슴

그것은 꿈속에서 반복되는 가위눌림 같다. 눈을 떠도 여전히 이어지는 낯선 무게. 감정으로 가득 찬 나는 내 속의 미움과 질투와 맞서 싸운다. 그것들은 나의 그림자이자, 쉽게 벗어날 수 없는 또 다른 나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속 대사가 떠오른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데도, 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세상에 짓밟힐 때가 있어.”


그렇다. 우리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상처받는다. 세상이 던지는 오해와 냉혹한 시선 앞에서, 결국 남는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스스로의 그림자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그림자를 부정하는 순간, 인간은 자신을 잃는다.”
내 안의 질투, 분노, 불안은 결코 제거할 수 없는 그림자다. 우리는 그것을 감추려 애쓰지만, 그림자는 늘 발밑에 붙어 따라온다. 싸우고, 외면하고, 두려워하기보다, 그 그림자를 끌어안는 순간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나와 싸우는 일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사랑하려는 몸부림’이며, 그림자와의 오래된 협상이다. 세상이 나를 짓밟더라도 내가 나를 짓밟지 않겠다고 다짐할 때, 비로소 작은 빛이 그림자 위로 스며든다.

오늘도 나는 나와 싸운다. 그러나 이 싸움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다. 패배 속에서도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그림자와 함께 걸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성숙해지는 방식이며,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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