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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일라 Nov 03. 2023

친구가 제발 써달라고 해서 남기는 호주 여행기

친구따라 오세아니아 속으로-1

2023 여름, 나는 친구가 살고 있는 호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올해 4월에 이사를 하고 처음 가는 공항이라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길도 낯설고, 시간이 얼마만큼 걸릴 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걸어서 15분 거리였는데, 6년가량 나와 함께했던 캐리어는 조금씩 하자가 생기고 있어 손잡이가 자꾸 돌아가고 있었다. 그걸 잊고 있었던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다.


처음 가는 이 길은 오르막길이었고 인도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모래와 작은 돌이 함께 있었다. 캐리어의 바퀴가 잘 안 움직여 캐리어를 거의 들고 그 길을 걸어갔다. 호주는 겨울이라고 하여 옷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34도의 기온에 얇은 긴팔과 긴바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땀이 삐질삐질 나왔다. 캐리어 버리고 가고 싶은 걸 참아가며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역시 여행은 고생이 있어야지. 


공항버스는 예정 시간표보다 10분 늦게 왔고, 퇴근 시간대라 인천 가는 고속도로가 막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시간에 갈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건 그거고 버스정류장 가는 길이 고단했는지 바로 자버렸다. 눈을 뜨니 버스는 어느새 고속도로에 진입해 있었고, 꽉 막힌 고속도로가 펼쳐졌다. 제시간에 갈 수 있을까 걱정되던 그때, 가변차로로 공항버스가 빠져서 가기 시작했다. 막혀있는 차를 옆에 두고 쭉 도로를 타는 쾌감은 엄청나다. 이래서 공항버스가 시간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구나! 이렇게 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체크인 카운터 수속을 마치고, 환전 맡긴 금액을 찾았다. 그리고 편의점을 갔다. 여긴 크니까 소고기 고추장이 있을 거야. 어라? 여기도 소고기 고추장이 없네? 소고기 고추장을 찾으러 이틀간 각종 편의점과 마트를 갔지만 없었다. 대형마트가 아니면 잘 팔지 않나 보다. 내 여행 필수템인데 이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보안 검색대로 들어갔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목요일 저녁시간 대였는데도 사람도 많고 보안 검색을 철저히 해서 놀랐다. 국내 보안 검색에서 내 몸을 만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도 역시 대한민국은 뭐든지 빠르다. 보안 검색대에 설 때까지는 20분 정도 기다렸으나, 그 이후 자동 수속까지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져서 총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사랑해요 대한민국! 이래서 나는 여행을 가는 건 좋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못 살 거 같다.




출국할 때는 홍콩에서 경유하는 비행기라 홍콩으로 가는 탑승구로 가야만 했다. 공항버스 타러 가는 길에 진을 한 번 빼서 많이 걷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 면세품 인도장과 탑승구가 엄청 근처였다. 탑승구 전광판에 쓰인 나라들을 보니 아시아권으로 출국하는 비행기는 탑승구 40~50번대에 주로 배정되는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면세품을 인터넷으로 구입했었는데 인도장과 탑승구가 비슷한 위치에 있어 얼마나 감사하던지. 인도장에서 면세품을 찾고 탑승구 48번 근처에 도착하니 출발 시간까지 한 시간 넘게 남아있었다.

 

인천-홍콩행(3시간)+경유시간(1시간 20분)+홍콩-멜버른행(11시간)으로 총 15~16시간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나는 아침, 저녁 약 12시간의 간격으로 물 세수를 하는 오랜 습관이 있다. 저녁 7시면 좀 이르긴 하지만 미리 세수를 해두어야 할 것 같아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 가니 아뿔싸! 물이 계속 콸콸 흐르는 시스템이 아니라 중간중간 손을 인식해야 물이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젠장.


그래도 세수는 해야 하니까 자꾸 멈추는 물줄기를 잡아가며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하고 나니 세면대가 온통 물바다가 되어 휴지로 열심히 닦았다. 안타깝게도 내가 사용한 화장실은 아시아권으로 출국하는 탑승구가 모여있는 곳이라 그런지 세안을 하시는 분들이 없었다.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친 거 같아 신경 쓰였다. 장거리 비행을 앞둔 사람이라 그런 거라고 이해해 주셨을 거라고 믿어본다.  



케세이퍼시픽 비행기는 좌석도 넓고 기내식도 맛있었다. 특히 차가 마셔본 홍차 중에 최고였다!
홍콩 공항은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 도서관의 열람실처럼 칸막이 책상과 의자, 충전기가 함께 있는 공간 등이 있어 굉장히 편안하게 비행기를 기다릴 수 있게 되어있었다.

 


홍콩에 도착할 무렵 핸드폰 시계를 보니 11시 30분으로 떠있었다. 엇, 멜버른행 비행기 탑승 시작 시간이 11시 40분이었는데 이거 괜찮은 건가? 하는 순간. 홍콩 현지 시간에 맞추어 핸드폰 시간이 10시 30분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경유하는 곳으로 질주를 했다. 늦은 시간대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보안 검색을 빠르게 받고 탑승구로 달려갔는데 다른 변동 사항 없이 탑승 시작 시간은 11시 40분으로 떠 있었다. 인천에서 출발할 때 지연해서 출발했던 터라 늦게 도착할 줄 알았는데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나 보다.


순간, 지금 한국은 11시 30분이니까 한국 시간 기준으로 탑승 시간을 생각해야 하나 싶었다. 일단은 움직이자는 마음으로 달렸는데 경유를 할 때는 경유지 현지 시간에 따라 경유 비행기 탑승 시각을 확인하면 된다. 다음에 경유하는 비행기를 탈 때 이 점을 잘 기억해야겠다.


check!

경유를 할 때는 경유지 현지 시간에 따라 경유 비행기 탑승 시각을 확인하면 된다.



멜버른행 탑승구에는 밤하늘이 전광판에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 11시 30분 넘어 홍콩에 도착했으니 평소 11시 전에 잠을 자는 아침형 인간인 나는 점점 잠이 쏟아졌다. 탑승 시작 시간까지 어찌나 시간이 잘 안 가던지. 비행기에 타자마자 기내식도 패스하고 열심히 잤다. 밤 비행기라 편하게 밤에 자면서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리를 뻗어 자는 게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자세가 불편해서 한 번씩 깼다가 다시 잤다가를 반복하며 잤다. 그래도 절대 잠을 못 자지는 않는다 하하. 한숨 자고 나니까 멜버른에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

  




멜버른에 도착하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꽤 길게 기다려야만 했다. 5곡 이상 들었는데도 내리지 못했으니 15분 이상은 기다렸던 것 같다. 다행히 우리나라 여권은 자동으로 수속할 수 있어서 기계를 통해 수속을 했다. 이럴 때 대한민국 여권 파워를 실감한다. 이제 여권에 도장 찍을 일이 줄어든 거 같아 아쉽기는 하지만 일사천리로 일이 이루어질 때의 쾌감이 나는 너무나 좋다.


입국 수속까지는 빠르게 마쳤는데 그동안의 여행 짬으로 볼 때 짐이 나오려면 한참 걸릴 거 같았다. 멜버른 숙소에서도 얼리 체크인은 어렵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기다리는 동안 세수를 하였다.


머릿속에는 세수 언제 하지? 생각 밖에 없었다. 공항에서 세수하는 건 신경 쓸 게 많아서 불편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가 개운해지는 게 좋다. 포기 못해. 내 물광피부


보통 세수를 하고 스킨케어까지 하면 10~15분 정도 걸린다. 얼추 짐이 다 나와있겠다 싶었는데 음? 아무것도 안 나와있었다. 하하. 호주는 정말 여유롭구나. 비행기 안에서 기다리고 짐을 기다린 걸로 멜버른 공항에 한 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누가 겨울 멜버른 날씨가 안 좋대?! 날씨요정은 우기에 가도 화창하지.



짐을 찾은 후 미리 예매해 둔 멜버른 공항버스인 스카이버스를 타고 멜버른으로 향했다. 버스를 예약하면 QR코드가 이메일로 오고 QR코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정말 여러모로 여행하기 편한 세상이다. 공항버스를 타면 멜버른 시내에 있는 서던크로스역(Southern Cross Station) 에서만 정차하기 때문에 어디서 내려야 할지 혼란스럽지 않다.


check!

☞ 멜버른의 공항버스는 스카이버스이다. 버스를 예약하면 QR코드가 이메일로 오고 QR코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공항에서 출발하여 서던크로스역(Southern Cross Station) 에서만 정차한다.



서던크로스역(Southern Cross Station) 에서 내리니 갈(매기)선생이 반겨주고 있었다.


 트램은 두 번째 그림처럼 전동차 그림 위에 전깃줄을 나타낸 선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서던크로스역(Southern Cross Station) 에서 숙소로 갈 때는 좀 헤맸다. 구글 맵에 나온 대로 트램을 타러 역 바깥으로 나가니까 자꾸 현재 내 위치와 가고자 하는 곳이 멀어져서 뺑뺑 돌았다. 


알고 보니 구글 맵은 서던크로스역 안에 들어가서 전철을 타도록 안내했던 거고, 나는 구글 맵의 전철 그림을 보고 트램 표시라고 생각해서 건물 밖으로 나가 길을 찾으려 했던 거다. 구글 맵에는 옆의 그림처럼 전철과 트램을 나타내는 표시가 다르다!








check!

☞ 위의 그림처럼 전철과 트램을 나타내는 표시가 다르다. 첫 번째 그림처럼 기차와 전철은 전깃줄을 나타내는 선 그림이 없고, 두 번째 그림처럼 경전철(트롤리)과 트램은 전동차 그림 위에 전깃줄을 나타낸 선이 그려져 있다. 트램은 버스 정류장처럼 도로 위에 있는 트램 정류장에 가서 탄다.




좌) 역 안으로 들어가서 타는 전철 표시.  우) 건물 밖에서 탈 수 있는 트램 표시. 트램은 전동차 그림 위에 선이 그려져있다.




호주는 맥까페의 원조. 어떤 맥도날드를 가도 커피가 맛있다.



어찌저찌 트램 정류장을 찾아 숙소 근처로 이동했다. 길을 한 번 헤매면 에너지가 쭉쭉 닳는다. 특히나 짐을 들고 헤맬 때는 더 그렇다. 숙소 가는 길에 배가 너무 고파 맥도날드에 들렸다. 

아, 역시 맥도날드 스낵랩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유럽, 호주 모두 맥도날드 스낵랩 속 고기가 매우 실하고 많다. 또, 고기를 그릴드로 바꾸거나 야채 추가, 소스를 적게 넣는 등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간단하게 한 끼 채우기에 참 좋다.


나는 소나무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이번에도 그릴드 치킨 스낵랩(한국에 없음) 라테 한 잔을 시켰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 와! 오늘의 피로가 싹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스낵랩과 커피를 시켰을 때 가격은 만원 중반 대라 그리 싸지는 않다. 그래도 체크인 시간까지 잠깐 앉아서 쉬고 갈 수 있어 좋았다.


check!

☞ 호주는 맥카페의 원조. 어떤 맥도날드를 가도 커피가 맛있다. 커피의 종류도 다양하고 우유, 디카페인 변경이 가능하다.





체크인 시간이 되어 숙소로 향했다. 에어비앤비 측에서 열쇠 박스 위치와 여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어 숙소까지 손쉽게 들어갔다. 짐을 풀고 나니 피로가 몰려온다. 이제 여행 시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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