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일라 Nov 03. 2023

프롤로그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몰랐다. 우리 집은 경제적 여유가 없었고 당장 먹고 자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기에 어딘가 놀러 가는 마음을 가지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했었다. 그 때문인지 나는 스스로를 여행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고, 다른 사람들이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고 말하면 부러운 마음이 들거나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없다. 대학생 때도 경제적 부담이 여전히 있었기에 일 년에 한 번 MT로 가는 곳이 내가 해 본 여행의 전부였다. 크게 바꾸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해 불만도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은 모순으로 가득 찬 모습을 참아야 하고 넘겨야 하고 스스로 버텨내야 했다. 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려면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정도의 행동력이 필요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떠나고 싶은 욕구를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껴봤달까. 공부할 때도 그런 마음이 안 들었었는데! 그만큼 사회생활을 하는 건 한 사람에게 주는 피로도가 엄청난가 보다.



마음이 생기니 그다음은 쉬웠다. 여행지를 고르고 떠났다. 물론 결정이 쉬워진 데에는 경제적 자립도 한몫 했다. 당장 여비가 나가도 괜찮아.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 그렇게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녀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국내 여행만 다녔다. 해외여행 경험이 전혀 없었던 나는 국내도 충분히 좋은 곳이 많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나를 보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젊을 때 비행기 타고 멀리 나가 보세요. 나는 젊을 때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가까운 국내로만 여행을 하다가 점차 가까운 해외인 아시아 그리고 유럽, 아프리카로 멀리 해외여행을 하게 된 경우인데 나이 들어 비행기 오래 타려고 하니 몸이 힘들어. 이때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봐요.”                


그 말을 듣고 한 번쯤은 도전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너무 해보지도 않고 갇혀서 생각하면서 나는 이게 잘 맞는다고 섣부르게 판단한 게 아닐까? 그래. 한 번 해보자! 국내 여행을 가는 대신 해외여행을 갈 돈을 모으고 여권을 만들었다.


그리고 첫 해외여행으로 몽골을 갔다. 그 당시 해외여행에 흥미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한국 사람이 많이 여행 가는 일본, 대만 등의 여행지에는 큰 매력을 못 느껴서였다. 그러다 해외여행에 대한 마음이 생기면서 몽골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다.      


나는 수능 시험에서 세계사를 선택해 시험 봤었고 세계사 시험 점수 덕분에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세계사 공부를 좋아했고 재밌어했다. 세계사 시험에서 원나라와 칭기즈칸 내용은 별표 쳐야 하는 부분이다. 내가 책에다 몽골에 대해 별표만 쳤지 이 지역의 모습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뭐 하나! 정작 생생하게 이 나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몽골을 검색하면 나오는 풍경 사진들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우와! 비행기로 세 시간이면 가면 되는데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고?


마음이 움직이는 곳을 찾았으니 바로 실행에 옮겼다. 한 달 후 몽골로 가는 항공권을 끊었다. 처음 사보는 항공권이라 이게 맞나 하면서 하나하나 조심하고 확인하며 결제를 했다. 그리고 한 달 후, 혼자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그때의 떨림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인천 공항 처음 왔다! 처음 해외를 간다!      



나는 도시보다 자연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본이나 대만 등의 여행지는 도시여행을 하러 많이 가는 곳이다 보니 그 당시 나에게는 큰 흥미가 없었던 것 같다. 몽골은 색다른 풍경과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여행지였다. 직접 몽골을 가보니 선생님께서 나에게 왜 해외여행을 해보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광활한 대자연은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이었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 사람과의 소통은 나를 더 크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이들과 잘 소통하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헤쳐 나가야 하는 다른 일들도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는 경험이 앞으로 내 인생에서 나를 잘 지탱해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인정했다. 세상은 이렇게 넓으니 다양한 세상을 좀 더 경험하고, 좀 더 넓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20대부터 시간이 나면 해외여행을 갔다. 여행과 비용은 함께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지출을 줄이고 여행을 위한 비용을 모았다. 비용이 커도 경험을 사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외여행을 하며 생긴 노하우와 여정에 대한 이야기, 감상 등을 브런치에 풀어보려고 한다. 어떤 여행은 생각이 깊어지게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여행은 순탄하게 여행지를 즐기는 나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정과 견문이 주가 되는 글이 쓰일 수도 있고, 감상이 많이 들어가는 글이 쓰일 수도 있다. 둘 다 소중한 여행의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남겨보려고 한다. 나의 글이 어느 방향으로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