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로드트립 여행기-1
때는 2019년이었다. 호주에 살고 있던 친구가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오랜만에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동안 묵혀왔던 수다가 한참 이어졌다. 웃음과 이야기가 한참 이어지던 중, 누군가 외쳤다.
“우리 다 같이 해외로 여행 가자! 친구가 해외에 있을 때 여행 가보지 언제 가보겠어."
그 말을 시작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카카오 모임 통장을 만들었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끼리 계를 시작했다. 1년 가까이 돈을 모으고 있던 어느 날,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해외여행이 어려운 상황이 되자, 우리는 잠시 곗돈 모으는 것을 멈추기로 하였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흘렀다. 팬데믹이 끝나가자 다시 여행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는 다시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갈 마음을 모았다. 멈춰있던 모임 통장은 다시 곗돈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곳간은 채우고 있으니 다음은 여행지를 정할 차례였다. 후보는 호주와 뉴질랜드. 여행할 시기는 1월이었다. 남반구에 위치한 두 나라가 여름인 시기였다. 호주에 살고 있는 친구가 여름에 뉴질랜드를 가 보고 싶다고 했고, 다른 친구들은 ‘어디든 좋아’의 반응이었다. 그럼, 뉴질랜드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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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1월이 여름이자 여행 성수기이다. 항공권 가격은 점점 오르고, 숙소도 하나둘 예약 완료가 되고 있었다. 해외여행은 어디든 빨리 예약할수록 싸다.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총대를 매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을 독려하여 2024년 5월, 뉴질랜드로 향하는 항공권을 끊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이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직 항공권만 있을 뿐, 더 중요한 숙소와 렌터카 예약이 필요했다. 6월에는 호주에 사는 친구와 시간을 맞춰 두 차례 화상 회의를 했다. 여행 일정을 함께 짜고, 각자 여행지를 맡아 숙소를 구하기로 하였다. 내가 맡은 지역은 테카포(Tekapo) 였다. 에어비앤비를 뒤지며 전망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은 곳을 찾았다. 성수기라 그런지 1박당 40만원 이상인 곳이 많았다.
8월에 한번 더 화상 회의를 열어 각자 예약한 숙소를 함께 확인하고 일정을 검토했다. 줌(ZOOM) 은 기본 사용자인 경우에는 회의 시간이 40분만 가능하다. 얘기하다 보면 회의창이 사라졌다. 40분이 지났다는 거다. 친구들과 번갈아가며 줌(ZOOM) 회의를 열었고, 여행과 관련한 내용들을 정했다. 한 번 할 때마다 두 시간씩은 기본으로 했으니, 얼마나 열의를 쏟았나 싶다.
우리의 여행은 뉴질랜드 남섬과 북섬 모두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대략적인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뉴질랜드 남섬의 퀸즈타운(Queenstown) 으로 입국하여 렌터카로 남섬을 9일간 여행하고, 북섬의 오클랜드(Auckland) 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북섬에서도 3일 동안은 렌터카로 여행한 후에 오클랜드(Auckland) 에서 출국하는 일정이다. 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16일간의 일정을 이렇게 정했다.
와, 로드트립이라니! 뉴질랜드는 로드트립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기념 자석도 각 지역 도시 이름과 도로 표지판 모양으로 되어있었다. 보통 여행을 하면 방문한 도시 중 하나의 도시만 골라 나를 위한 기념 자석 1개만 사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첫 해외 로드트립을 기념하고 싶어서 방문한 도시마다 기념 자석들을 샀다.
나는 해외여행에 대한 경험이 많이 쌓인 편이었지만, 로드트립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전 여행에서는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공부를 하며 여행을 준비했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짐을 챙기는 것과 관련한 실질적인 부분에 더 신경 써야 했다. 그만큼 이번 여행에서는 미리 알아두고 챙겨야 할 게 많았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이렇게까지 꼼꼼히 준비물을 챙겨본 적은 처음이었다. 새로운 여행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더욱 설렜다.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좌측통행 운전에 대한 공부였다. 뉴질랜드는 좌측 통행인 나라다. 차선이 한국과 반대다. 실제로 뉴질랜드에서 렌터카 운전을 하다가 역주행 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전에 여행 중 만났던 가이드님들이 늘 강조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나라별로 교통 표지판은 공부해야 한다" 는 것. 그 말이 생각나 뉴질랜드 교통 표지판과 좌측 통행에 대해 공부하였다.
유튜브 검색 창에 ‘뉴질랜드 운전’을 검색하고, 동영상을 보며 좌측통행일 때 운전 하는 시야를 익혔다.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볼 수 있는 표지판에 대해 공부하였다.
두 번째는 비상약과 식품 챙기기였다. 나는 허약 체질이라 해외여행을 갈 때는 항상 약을 잔뜩 챙긴다. 더욱 이런 습관이 생기게 된 건 슬로베니아를 여행할 때 낙마를 한 이후부터이다. 그때 챙겨갔던 비상약 덕분에 말도 잘 안 통하던 곳에서 무사히 버틸 수 있었고, 컨디션을 잘 회복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들 때문인지 한국 사람은 한국 약이 잘 맞는다는 이상한 곤조가 마음속에 자리 잡아 있다. 이번에는 피부과에서 받았던 약물 알레르기 약도 챙겼다. 그리고 이 약들은 이번 여행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럼 늘 챙기는 비상약들인데 왜 미리 준비했다고 썼을까? 뉴질랜드는 식품과 약품 반입에 엄격하다. 특히나 식품에 대한 검사가 까다롭다. 그래서 비상약과 식품 목록을 만들게 되었다. 최대한 입국 수속을 받을 때 평화로우면 좋으니깐! 비상약은 3개월 미만의 복용량이면 신고 없음으로 하면 된다. 수속할 때도 꼼꼼히 보지 않는다.
이번 여행은 에어비앤비에서 숙박할 때가 많아 자주 음식을 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는 우스갯 소리로 이번 여행의 역할 분담을 했는데, 운전, 언어, 요리, 이수근 역할 이렇게 4개로 나누었다. 나는 요리를 맡았다. 에어비앤비에서 여러 명이 함께 요리하는 여행을 얼마나 하고 싶었던지! 숨겨왔던 나의 요리 욕구를 뽐낼 기회였다. 나는 한국의 맛을 낼 수 있는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등을 소분하여 챙기고, 동결건조 마늘, 청양 고추, 대파 그리고 코인 육수를 챙겼다. 느끼한 속은 내가 책임지리라!
문제는 입도 4개라 얼마나 많은 양을 챙겨야 할지 가늠이 잘 안 갔다. 그래서 나는 기내용 캐리어와 위탁수화물용 캐리어 2개를 챙기고, 위탁수화물용 캐리어 한 칸을 식품 칸으로 만들었다. 혹시나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할 때 캐리어를 열어야 한다면 내 캐리어만 열도록 하는 게 효율적일 거 같았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일어났다. 뉴질랜드 여행을 여럿이 여행한다면 한 사람의 캐리어에 라면, 햇반 등 식품을 다 모아서 넣는 게 좋다. 햇반 11개를 챙기며 이게 맞나? 싶었는데 이게 맞았다. 아이들이 매우 잘 먹어주어 여행 중반에 식품 칸은 모두 비워졌다.
뉴질랜드 퀸즈타운(Queenstown) 공항에서 입국 수속할 때 일행 중 나만 식품이 있는 것으로 표시하고, 신고하는 쪽으로 줄을 섰다. 식품 목록에 사진까지 함께 있으면 수월하게 지나갈 수도 있다는 후기를 보고, 내 목록에도 사진을 넣었다. 내 차례가 되어 식품 목록을 보여주며 얼른 잘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러나 내 바람과는 달리, 공항 직원은 캐리어를 열라고 했다. 캐리어 속의 식품들을 하나하나 꺼내며 사진과 맞는지 확인을 하였다. 그중 소고기 고추장은 사진이 없었는데, 직원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았다. 소고기 고추장은 캐리어 닫기 직전에 급하게 추가로 넣은 거라 목록에는 없었다. 와,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본다고?
그래서 약간의 기지를 발휘하여 첨부 사진 없이 고추장이라 적어놓았던 목록을 가리켰다. 입국 심사를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공항 직원과 소통할 때는 믿어도 된다는 신뢰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온화한 표정으로 직원을 바라보았다.
직원은 소고기 고추장 성분표를 살펴보더니 돼지고기가 들어간다며 압수하였다. 뉴질랜드에서는 식품에 고기가 들어가는지를 유심히 보는데 특히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 다행히 소고기 장조림 통조림은 무사 입국 하였다. 아니 이름이 소고기 고추장인데 진짜로 성분표를 보니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다고 적혀있었다. 나의 소중한 소고기 고추장을 뺏겼지만 다른 식품들은 모두 지켰다. 식품을 챙길 때는 미리 목록을 만들어 공항 직원에게 신뢰를 주길 바란다.
check!
☞ 뉴질랜드는 식품과 약품 반입에 엄격하다. 특히나 식품에 대한 검사가 까다롭다. 비상약은 3개월 미만의 복용량이면 '신고 없음'으로 하면 된다. 뉴질랜드를 여럿이 여행한다면 한 사람의 캐리어에 라면, 햇반 등 식품을 다 모아 넣고 한 사람만 식품 신고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식품에 고기가 들어가는지를 유심히 보는데 특히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 식품을 챙길 때는 미리 목록을 만들어 공항 직원에게 신뢰를 주길 바란다.
세 번째로 준비할 건 차량용 거치대와 충전기였다. 한국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때, 차량용 거치대와 충전기를 챙겨 네비게이션을 편하게 봤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집에 있던 차량용 거치대와 충전기를 챙겼다. 이번 여행에서도 정말 요긴했다.
네 번째로 준비할 건 관광 비자 신청이었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관광 비자를 받아야 입국 할 수 있다. 경유지인 호주도 경유 시간 동안 여행하려면 두 나라의 관광 비자가 필요했다. 뉴질랜드와 호주 모두 어플을 깔아서 관광 비자를 신청하면 된다. 뉴질랜드는 NZeTA, 호주는 AustralianETA 어플이 필요하다. 늦어도 출국 일주일 전에는 신청해놓고 승인 메일이 왔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다섯 번째로 준비할 건 비상 연락망이었다. 귀국할 때 비행기는 경유 2회였고, 경유 시간이 2시간 정도로 짧은 편일 때가 있어 짐 분실이 우려되었다. 그래서 친구들의 집 주소를 받아 영문 이름표를 만들었다. 이름표의 앞에는 뉴질랜드 일정, 뒤에는 한국 주소를 적었다. 짐을 잃어버려도 시점에 따라 보내주기 편하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돌려받겠다는 의지랄까. 이 정도 했는데 잃어버리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이걸 만들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이 이번 여행이 해외여행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디 여행의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이걸 나누어줄 때는 여행사 직원이 된 거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내가 간달프다! 내가 길을 밝혀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