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파시즘?

by 진경환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논란이 많은 '유사 파시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김에, 로버트 팩스턴의 《파시즘》을 열어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파시즘의 이념 중에는 합리적인 계획의 영역이 아니라 본능적인 느낌이나 감정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결집된 열정”이라 했다. 그는 그것을 다음 9개의 정의로 설명한다.


작금의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대체적인 윤곽으로 볼 때 호소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1) 어떤 전통적인 해결책도 소용없는 불가항력적 위기감


(2) 개인의 어떤 권리보다 집단에 대한 의무를 우선시해야 하며, 개인은 집단에 복종해야 한다는 집단 우월주의


(3) 자신의 집단이 희생자라는 믿음. 내부의 적이든 외부의 적이든 모든 적에 대해 법률적, 도덕적으로 한계가 없이 어떤 행동도 정당화하는 정서


(4) 개인주의적 자유주의, 계급갈등, 외부의 영향으로 공동체가 몰락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5) 가능하다면 동의를 구하겠지만 필요한 경우 배제적 폭력이라도 동원해, 공동체를 더 깨끗하게 더 긴밀하게 통합해야 한다는 요구


(6) 공동체의 운명을 단독으로 구현할 국가 지도자에 대한 갈망


(7) 지도자의 본능이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이성보다 우월하다는 믿음


(8) 집단의 성공에 바쳐지는 폭력의 아름다움과 의지의 힘을 찬미하는 태도


(9) 선택된 민족(종족)이 인간의 법이건 신의 법이건 어떠한 형태의 법적 제약도 받지 않고 다른 민족(종족)을 지배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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