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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Apr 02. 2024

한식(寒食)


며칠 있으면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고 묘제(墓祭)를 지낸다는 한식이다. 지금은 묘제 풍습 정도만 간신히 남아있지만, 조선 시대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였다.


《경도잡지》에 따르면, 이 4대 명절 가운데 한식과 추석에 묘제를 많이 올렸는데, 특히 한식엔 묘제를 가느라 사방의 교외에서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져 끊이지 않았다.


“한식은 냉절(冷節) 혹은 숙식(熟食)으로 불렀는데, 이는 대개 자추(子推)가 불에 타 죽었기 때문에, 불에 태운 것을 마음 아파하고 가련히 여기는 유풍(遺風)이다.”(《동국세시기》)


그러나 육당 최남선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근거 없이 만들어낸 말”이다. “시속에서 이르기를 중국의 춘추(春秋) 시절에 진(晉) 나라의 조정에 가정 풍파가 있어 임금의 아들이 망명 도주할새, 개자추라는 충신이 이이를 따라서 18년 동안 각국으로 돌아다녔더니, 나중에 그이가 돌아와서 임금이 되었으나 잊어버리고 그 공을 갚지 아니하니, 자추가 원망하는 일 없이 그 어머니를 모시고 산중으로 들어가서 숨고 나오지 아니하였는데, 임금이 뒤에 정신을 차리고 자추를 찾다가 못하여, 산에 불을 질러서 자추가 그만 타 죽은 고로, 세상에서 그를 동정하여 그 타 죽은 날 불기[火氣]를 하지 않고 찬밥을 먹게 된 것이 한식이니라 함은 근거 없이 만들어 낸 말입니다.”(《조선상식문답》)


한식을 기리는 것에는 오히려 종교적인 근거가 강하다. 일 년에 한 번 봄에 궁궐에서 새로 불씨를 만들어서 민간에 그것을 나누어주는데[반화(頒火)], 그에 앞서 묵은해에 써 오던 불씨를 금단하였다. 그래서 이 날엔 불이 없어 지어 두었던 밥을 찬 채로 먹게 된 데서 유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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