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by 진경환


<삼국유사>의 '조신(調信)' 이야기는 대단히 세련된 표현과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로 보아 작자는 아마 한문에 능통한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조신이야기는 우리 이야기문학에서 이혼이 처음으로 나온다. 그것도 아주 충격적인 사건과 결부되어 있다.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조신에게 해어지자면서 그의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세사석일지환(細思昔日之歡),

적위우환소계(適爲憂患所階.)"


"지난 날 (우리 둘이) 즐거웠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걱정과 근심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어요."


가슴 아픈 토로가 세련된 표현을 얻었다고 하겠다. 그래서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각설. 나도 이제 지난 날을 되돌아보는 나이가 되었다. 우환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라도 좋은데, 젊은 날의 기쁨[歡]이 과연 있었는지 모르겠다. 간만에 Stairway to heaven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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