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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n 24. 2024

한시 짓기 연습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도연명의 시 <사시사(四時詞)>의 두 구를 놓고 시 짓기 의 한 예를 들었다. 물론 다른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 말이었지만, 흥미로운 연습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과 시를 논하면서, 탈태환골(奪胎換骨)의 법에 의거하여 시험삼아 두어 연구를 만들어 보았다. 이를테면 도연명(陶淵明)의 시


봄물은 사택에 가득히 차고 / 春水滿四澤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가 많도다 / 夏雲多奇峰


에서 수(水)ㆍ택(澤)ㆍ운(雲)ㆍ봉(峯)만이 바로 실자(實字)요 나머지는 모두 허자(虛)이므로, 이에 허자는 남겨두고 실자만 바꾸어,


봄 그늘은 사방 들에 가득하고 / 春陰滿四野

여름 숲에는 기이한 꽃이 많도다 / 夏樹多奇花


라 하였고, 또 실자만을 남겨 두고 허자를 바꾸어,


흐르는 물은 돌아가서 못을 이루고 / 流水歸成澤

갠 구름은 머뭇거려 봉우리를 만든다 / 晴雲逗作峯


라고 하였다."


이익은 "(아래의 두 시구를) 연명의 시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교졸(巧拙; 교묘함과 졸렬함)ㆍ진안(眞贋;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있다 하겠다"라고 했지만, 그런 얘기를 떠나 이 방법은 한시 짓기 연습에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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