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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경환 Jun 24. 2024

삼성혈(三姓穴)


제주에 가더라도 가볼 생각을 하지 않던 곳이다. 연전에 가서 보니, 볼품없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장소도 환경도(물론 근래에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신화적 숭고미 같은 것을 풍겼다. 단지 눈부신 햇빛 때문만은 아니었다.


삼성혈, 그러면 고씨, 양(良→梁)씨, 부(夫)씨, 이렇게 해서 흔히 ‘고량부’라고 하는데, 가만히 보니, 어느 구멍이 누구의 것인지 궁금했다. 훗날(조선 중종 때) 세운 것이기는 하지만, 제단을 중심으로 보면, 아무래도 가운데가 중요할 텐데, 그 임자는 과연 어느 씨일까, 괜한 생각을 해 보았다.


참고로 제주 삼성신화를 전하는 《고려사》에 이런 기록이 보인다. “고기(古記)에 이르기를, 태초에 사람이 없더니 한라산 북녘 기슭의 모흥혈(毛興穴)에서 양을나(良乙那), 고을나(高乙那), 부을나(夫乙那) 3신인(三神人)이 솟아났다. 이들은 사냥을 해서 가죽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살았다. 하루는 바닷가에 밀려온 나무함을 발견해 열어보았더니 돌함과 사자(使者)가 있었다. 돌함을 열자 푸른 옷을 입은 세 처녀와 송아지, 망아지, 오곡의 씨가 있었다. 사자는 ‘나는 일본국 사자인데 우리 임금이 세 딸을 낳고 이르시되, 서쪽 바다에 있는 산에 신자(神子) 셋이 탄강(誕降)하여 나라를 열고자 하나 배필이 없다 하시며 세 따님을 보내셨으니 배필을 삼고 대업을 이루소서’라고 말한 뒤 구름을 타고 떠났다. 세 사람은 나이순대로 장가들고 활을 쏘아 각자 거처할 곳을 정한 뒤 오곡의 씨를 뿌리고 소와 말을 길렀다.”


여기에는 ‘고량부’가 아니라 ‘량고부’로 되어 있다. 이 순서의 변화는 아마 후손 세력의 강약에 따른 변화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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