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의 이기적 면모에 대하여
아래의 이야기는 내가 되돌아보아도 너무나 낯부끄럽고 미숙해 보이지만, 지금의 나는 이런 식으로라도 누구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글을 써본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 나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인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공감해 주었으면, 나를 이해해 주었으면, 그러한 목적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글은 매우 주관적이며, 자기중심적이며, 공감을 원한다. 하지만 타인에게 온전히 공감하는 것은 매우 어려움을 알기에 공감에 대한 기대는 빠르게 접는 편이 낫다는 것을 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마저 나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이는 내가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하는 탓과 내가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는 탓과 그러한 행위들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 탓이다.
이승우 작가의 '오래된 일기'라는 책에서는 자아 성찰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 쓰기란 자아의 치부를 드러내려는 욕망과 은폐하려는 욕망의 힘겨루기를 통해 이루어지며 자기변명을 통해 자기 고백의 부담을 덜고 자기 정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더라. 나도 언젠간 그러한 자기 정화를 느끼는 날이 오길 바라며 나의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겪은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이기심에 대해 고찰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감정과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우선 ‘나’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과 이해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며 얼마 전 2학기 1회 고사를 치렀다. 어떤 사람은 인생에서 시험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앞으로 남은 인생의 길을 결정하기에 이 시기의 공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이에 대해 모두가 후자라고 말하며, 이제는 정말 가끔 얼굴을 볼 수밖에 없는 그립고 동경하는 사촌 중 한 명의 인생에서는 전자가 성립한다. 아무튼 나는 이번 시험을 못 보았다. 대차게 망쳤다.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이 결과가 과연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라거나 ‘내가 공부한 방법이 잘못되어서’라고 할 수 있을까? 나의 노력이 무시받을 정도인가? 물론 아니라는 사실이 오늘 밝혀졌다. 미적분, 기하, 물리 1 시험을 다시 풀어보았다. 매우 잘 풀린다. 잘 풀리는 것을 넘어서 내가 시험을 치르며 한 실수가 나의 풀이에 고스란히 담겨있었고 너무나 내 눈에 잘 띄어서 더 괴로웠다. 예를 들어 6을 66이라고 써놓고 16으로 착각해서 계산을 틀렸다거나, 발문을 잘못 보고 2를 두 번 나누었다거나,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다. 형편없는 내 인생. 내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 시험을 망친 것일까? 그저 내가 아니라고 믿고 싶은 것뿐일까?
주저리주저리 내 생각을 쓰다가 본론 밖으로 간 감이 있는데, 다시 이기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나 같은 사람이 고찰한 바에 무슨 관심이 있겠냐만,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생각을 그만두지 않으면 끝없는 절망에 빠질 것 같아 이야기해본다. 모든 인간의 본성은 이기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 이기심은 감정이 격해졌을 때나 몸이 힘들 때나 거슬리거나 신경이 곤두섰을 때 극대화된다. 어쩌면 내가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 이런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나 자신을 나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고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바로 깨달을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사실이었다. 아마 살면서 타인을 이기적이라고 평가했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배우기 전에도 인간은 아마 타인을 '‘이기적’으로 정의되는 무언가' 라고 평가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에 대해서는 이러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데,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편향적인 인간상을 내비친다고 할 수 있다. 즉 나를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그제야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진부하고 보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 어리석은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어머니는 내가 시험을 왜 못 봤는지, 앞으로 시험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하라 하셨다. 당연히 부모님의 입장에서 궁금해 미쳐버릴 내용이고 충분히 물어볼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왜 나는 그 말이 이토록 매정하고 서럽고 슬프고 아프게 다가올까?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무력감, 나에 대한 상실감, 허무감, 허탈감, 실망감 때문일까. 처음에 나는 어머니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말을 듣고 나서 나는 화를 내었다. 화보다는 짜증과 '뒤늦은 응석'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일까? 짜증을 부리고 방에 들어왔을 때 나는 나에게 또 실망하고 어머니에게는 또 죄인이 된 듯한 마음이 들었으며 또 끝없는 자기 연민에 빠졌다. 나는 스스로를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더 큰 슬픔에 빠지는 것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즐긴다는 것의 의미에는 약간의 습관화와 잘못된 나만의 슬픔 대처 방법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고 자기 전에 많이 울었는데 이러한 나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정말 한심한가? 나에 대해 한심하다고 판단한 그대들은 나에 대한 공감을 상실하고 자신의 관점에서 판단했다. 그렇다면 그대들도 나에게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아무튼, 성질은 부릴 대로 다 부려놓고 또 혼자 자기 연민에 빠져 비관적인 생각을 끝도 없이 하다가 울어버린다니. 나는 언제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 되어버렸는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자체가 너무나 이기적이기에, 나에게 그러한 질문을 한 사람의 심란한 마음은 생각도 안 하고 나의 슬픔에만 빠져 있는 행동이기에, 나는 나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이기적인 사람임을 또다시 깨닫게 되었다.
어느샌가 나는 늘 회피를 선택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인생이 너무나 비관적이게 되었고 이 굴레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게 느껴지는 때가 너무나 많아졌다. 특히 혼자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한데, 사춘기나 중2병이 늦게라도 온 건지 마음이 매우 심란하며 누군가 얇은 칼로 짓이기고 찢어놓는 느낌이 든다. 심장이 너무 무르게 뛰어서 마치 코로 들이마신 숨이 한쪽 벽이 뚫린 심장으로 들어가 매우 기분 나쁘게 따뜻해지는 느낌을 아는가. 마치 밤공기의 아주 차가운 바람이 아니면 들이마시기 매우 불쾌하여 더 이상 숨을 쉬기 싫은 듯한 느낌을 아는가.
끝으로, 시험을 망친 현실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은 생각도 않고 방구석에서 이따위 글이나 쓰는 나 자신이 매우 한심하며 그러는 와중에도 눈물은 흐르고 타인에게 이기적인 나 자신이 매우 역겹게 느껴지는 밤이다. 평소와는 다른 정신으로 쓰는 나의 글은 읽고 지나치길 바라며 조롱하며 가볍게 읽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