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가.

[농아와 그의 일기] 5/27 날씨: 맑음

by portrait of us

저녁은 늘 나를 몰고 간다.


새벽은 늘 나를 회유한다.


아침은 늘 나를 감상에 젖게 하고


오전의 햇살은 나에게 짐을 맡긴다.


늦은 오후의 황혼은 나를 이르게 한다.


아침을 맞이하는 너의 눈빛을 너는 본 적이 있을까. 어김없이 시작된 하루의 끝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을까. 너는 요즘 들어 멍때리는 시간이 많아진 듯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잔잔한 노래를 옆에 두고도 안절부절못하는 나는, 너의 그런 평화가 부럽다.


진한 아침의 향기가 코끝을 찌를 때, 역시나 네 앞에 나타난 것은 내가 아니었다. 너는 그가 있음에도 어딘가 쓸쓸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내 마음의 투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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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안이 많은 사람 같았다. 나는 그의 곁에 있음에도 불친절한 마음의 표현조차 하지 않는다. 너의 불안증을 돋구기 싫었다. 애써 범물에 무신경한 척하면서도 나는 너를 곁눈질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몰랐으니까. 네가 다가와 주길 기다렸다.


새벽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은 너의 불안증을 걱정한다. 너와 함께 있으면 불안증이 옮기라도 하는 듯하더라. 너는 오전의 햇살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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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말을 거는 듯한 그 아이와, 너의 표정과, 몸짓과, 습관 모든 것을 관찰한다. 관찰밖에는 할 수 없었다. 무슨 대화를 하는 걸까. 꽤나 가까이 있지만 멀리 있다. 너에게 말을 걸 용기가 없다. 나의 부끄런 어눌한 말투를 원망한다.

너의 소리를 듣고 싶다. 나의 마음을 가라앉혀줄 잔잔한 노래보다도 너의 말소리가 궁금하다. 네가 웃는 소리와, 장난을 주고받는 소리와, 우는 소리와, 화내는 소리가 궁금하다. 너와 함께하고픈 것들이었다. 너의 신경의 끝은 어디를 향할까. 나의 아침은 늘 너를 향한다.


너의 향수 냄새가 나를 자극할 때 너를 다시 쳐다봤다. 너는 허공을 바라보다가,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다. 나는 흔들리는 눈을 피한다.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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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감정은 황혼과 같았다. 서서히 지지만 빠르게 사라진다. 빛이 없어진 후는 어둡고,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 빛을 붙잡아라. 사라지는 너를 붙잡아라. 마음의 내가 외치지만 바깥의 나는 그저 바라볼 뿐.


어쩌면 너또한 나를 기다리는 게 아닐까.


황혼의 시간은 눈을 맞춘다.



하지만 너는 입을 열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도망치고 싶다는 눈빛과 나의 시선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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