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스타로 기억해 온 인물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다. 2025년에도 송대관, 김수미, 이순재, 변웅전, 김지미처럼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던 이름들이 조용히 무대에서 내려왔다. 너무 오래 함께해 왔기에, 우리는 그들이 늘 거기 있을 것이라 자연스럽게 믿어왔던 듯하다.
스타는 나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을 표상하는 시간의 닻과 같은 존재다. 닻이 사라지면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잠시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과 함께, 동시에 자신의 현재 위치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한마디로 정확히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가까운 표현은 ‘시간 닻의 상실(loss of time anchor)’일 것이다. 이는 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우리가 공유해 온 시대의 정신과 정서가 무대 뒤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러한 소식은 단순한 부고를 넘어,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몸으로 실감하게 하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시간은 그 자체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듯, 시간은 사라짐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기차 여행을 하며 창밖의 풍경이 뒤로 밀려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변화는 늘 배경의 후퇴로 인식된다.
어쩌면 우리가 오랫동안 친숙하게 여겨 온 유명인들은 우리 인생 무대의 배경에서 유난히 또렷했던 오브제(object) 또는 랜드마크(landmark)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존재했기에 우리는 한 시대의 의식과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무대가 막을 내리면서, 우리의 연극 역시 새로운 막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결국 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한 인물의 퇴장을 넘어, 그들과 함께했던 시절의 정신과 감정, 그리고 그때의 나 자신이 서서히 인생의 배경으로 물러나는 것을 뜻한다. 집단 기억을 담지하던 상징적 인물이 사라질 때, 우리는 ‘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상실감과 우울감을 함께 느낀다. 그래서 이들과의 이별은, 지나온 시간과 기억마저 옛이야기처럼 추억 속으로 떠나보내는 씁쓸한 작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