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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태훈 Dec 19. 2024

[인사] 2024.12.19 통상임금 판결 대응

인사기획 및 제도설계

1. Intro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의 의미

정확히 2주전 서울에 있는 모 사내하도급 업체를 방문한적이 있었다. 다른 업종도 비슷하겠지만 사내하도급 업종은 인건비에 매우 민감하다. 원청에서 매년 비용 효율화를 목적으로 타이트하게 용역비(임률도급비)를 산정하고 회사는 그 재원을 바탕으로 법 테두리 안에서 임금구성항목들을 속된말로 끼워 맞추게 된다. 당시 대표님께서는 요즘 통상임금 이슈 때문에 편히 잠을 못잔다고 하셨는데 오늘 이 판결을 소식을 라이브로 보면서 그 대표님이 바로 떠올랐다.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는 대한민국 노동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판결로 기록될 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조건 유무와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2013년 전원합의체 판례와는 대비되는 해석으로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과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을 열었다.


기존 판례는 "고정성"이라는 기준을 중심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했으나 조건 충족 여부가 불확실할 경우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등 예측 가능성이 낮았다. 이번 판례는 고정성을 제거하며 통상임금 판단 기준을 소정근로의 대가라는 본질적 개념으로 명확히 정의했고 이 결과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기업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뿐더러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2. 기업의 대응방안

(1)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분석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일은 단순한 법적 대응을 넘어 기업의 중장기 전략과 임금체계 개편 논의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분석이 시급하다. 지난 3년간 인건비 데이터를 보고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라 추가로 지급했어야 했던 금액을 추산(참고로 본 판결은 이미 계류 중인 사건이 아닌 이상 소급 적용되지 않음)해보면 그 금액은 앞으로 우리가 부담할 금액으로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번 판례에서 새롭게 포함될 수 있는 재직조건부 상여금 및 조건부 수당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여 최근 3년간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보면 이 금액은 앞으로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를 더한 총 인건비를 바탕으로 영업이익, HCROI, 노동소득분배율 등을 다시 계산해보면 재무적 Impact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기존 통상임금 구조 유지의 리스크를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재무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편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2) 통상임금 재원의 전략적 구분

회사 마다 다양한 임금구성항목을 가지고 있겠으나 통상적으로 이를 정리해보면 기본급, 고정수당, 변동수당 , 성과급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고 고정수당 내 재직자 조건 등 조건부 임금이 있으며 성과급은 정기 상여금과 경영성과급으로 나뉠 수 있다. 본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하여 기존의 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운바 회사는 ① 통상임금으로의 전환 ② 재원의 재배분 ③ 중장기적인 평가·보상체계의 개편 방안을 고려하며 참고로 사내근로복지기금 재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입사 시 혹은 각종 규정에 기본연봉 성격으로 간주되고 있는 재직자 조건이 있던 식대, 직책수당 등의 고정수당은 빠른 시일 내 통상임금으로 전환하는 것이 적절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노사 당사자에게 식대, 직책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어야 한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거나 이번 판례 이후에도 이를 통상임금으로 전환하지 않을 동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교통비, 체력단련비 등 복리후생 성격으로 비춰지거나 노사간 협의를 통해 통상임금 외 타 재원으로 활용이 가능한 영역과 정기 상여금 금원의 전부 또는 일부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재원으로 마련해 놓아야 한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내용 뿐만 아니라 지난 20년간 통상임금의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해오고 있고 연공중심의 임금체계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요즘, 앞으로 시간당 인건비의 가치는 점차 높아짐과 동시에 인건비 활용의 효율성도 동시에 강조될 것으로 본다. 


통상임금으로 전환해야 할 항목과 개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항목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구성원의 수용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전략이다.


(3) 임금체계 개편의 Roadmap 제공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인건비의 가치와 인건비 활용의 효율성이 강조되는 환경에서 임금체계 개편은 현실적으로 도입에 한계가 있는 직무급 대신 직능급, 역량급 혹은 직능자격제도 등 역할, 자격, 역량을 임금에 반영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조직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전 글에서도 강조했다시피 회사의 매출과 성장에 직접적으로 도움이되거나 영업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조직의 주요 성과를 도출하여 성과의 달성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당장 새로운 개편(안)을 만들기 어렵겠지만 2025년 주요 과제로 삼아 임금체계 개편 Roadmap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4) 동의 그리고 합의

공교롭게도 25년 연봉계약서 체결을 얼마 남기지 않는 시점에 큰 이벤트가 발생했다. 아마 오늘부터 인사담당자들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고 소급적용이 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어떤식으로 대처해야할지가 매우 막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상임금의 확대로 통상시급의 인상으로 비춰질 여지가 크므로 어떤 변화가 있던지 간에 개별 근로자와의 동의는 필수라고 생각하며, 특히 임금체계 개편 등 규정 변경을 동반한 변화가 있을 경우 근로자 과반수 또는 근로자대표와 합의가 필요하다. 


3. 25년은 인건비 관리가 곧 생존

이번 대법원 판례를 시작으로 25년도는 인건비 관리가 곧 생존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비용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건비를 구성하는 요소를 생각해보면 ① 사람 ② 시간 ③ 임금인데 인원 규모에 대한 관리, 근로시간에 대한 관리 그리고 임금인상과 임금수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시작될 것이며 인건비 관리의 효율성을 더욱 강조하고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체계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비용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이고 기업의 생존과 노동시장의 양극화 확대라는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 같아 고민이며 조만간 사내하도급 업체 대표님께 전화를 드려야 겠다. 


E.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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