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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이 Jan 30. 2024

30대, 마침내 버지니아 울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광기 넘치는 천재언니의 ‘독립’에 관한 3가지 조언


여성에게 30대 후반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너무 광범위한 주제이니 우선 한 여성이 사회적으로 지니는 역할에 따라 생각해 봅시다.


우선 ‘여성’으로선, 있었는지도 몰랐던 ‘젊음’이란 것이 손가락 사이로 주르르 흘러 나가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직장인으로서는 커리어의 의미를 다시금 고민해 보는 시기. 내가 직장에서 어떤 의미인지 또 직장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면서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워 넣으려는 끝도 없는 자기 계발을 하고 서로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싶을 때는 슬며시 다른 꿈도 꾸어보는 시기입니다. 기혼이라면 부인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기억되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 시작하는 때겠군요. 모든 걸 통틀어 봤을 때 여자에게 30대 후반이란 나이는 무언가를 꽤나 많이 잃기 시작하고, 다시금 용기를 내어 무언가를 꿈꾸는 시기, 즉 내 것을 만들기 위한 n번째 독립과 자립을 꿈꾸는 시기입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에게 의미 있어지는 시기는 바로 이때가 아닐까요?


<자기만의 방>을 통해서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으로서 자립이 불가능했던 100년도 훨씬 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만의 것이라곤 장신구 몇 가지가 전부였던, 여성에게 허락된 것이라곤 그 정도밖에 없었던 시대. 울프는 그런 상황에서도 물살을 거슬러 가길 선택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려 했던 여인들의 분투와 좌절, 그리고 턱없이 적은 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만들어낸 몇몇 여성 작가들의 성공을 보여줍니다.


희귀하고 희귀한 사금을 모으듯 책장을 뒤지고 뒤져 버지니아 울프가 찾아낸, 여성들의 독립을 위한, 자유를 얻기 위한, 자신의 두 발로 서기 위한 세 가지의 팁은 바로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의 수입’ 그리고 글쓰기입니다.


자유를 원한다면 우선,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나만의 것에 빠져들 수 있는 장소를 가질 것.


두 번째는, 500파운드의 수입. 즉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만한 수입을 가질 것. 고정된 수입이 아니라도 좋으니 아주 자그마한 여유를 가지고 있을 것. 버지니아 울프는 말합니다. “고정된 수입이 사람의 기질을 엄청나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말이죠. 고정된 수입은 한 사람으로 하여금 음식과 집, 의복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노력과 노동을 끝내는 것, 증오와 쓰라림을 없애는 것,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 아무도 자기에게 해를 입힐 수 없게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도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아부할 필요도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아주 조금 생기는 여유만으로도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할 힘을 얻게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글쓰기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이 만약 역사를 다시 쓸 수 있게 된다면 십자군이나 장미전쟁보다 ’중산층 여성들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을 ’더 충실하게 묘사하고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유합니다. 여기서 그녀가 말하는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가다듬어 보는 기회를 말하는 거겠죠.


‘독립’이란 말 그대로 스스로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뼈대를 갖추어야 하며 안이나 밖, 적어도 한 부분은 외부에서 가하는 압력에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무관심한 질문에 상처받지 말아야 하며, 문득문득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자기 파괴적인 의심들도 맞받아쳐야 합니다.


30대 후반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그 누구라도, 독립을 꿈꾸고 있다면,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광기 넘치는 천재 언니의 차갑고도 뜨거운 조언을 듣고 그 어떤 관심과 무관심, 질문과 의심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강해져서 꼭 멋진 독립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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