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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가치

블로그 20년 차에 브런치 작가가 되다

by 육씨네

나는 기록을 좋아한다.


내가 언제 뭘 했고, 어디를 갔었으며, 내가 언제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내가 언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가급적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나중에 뭔가 생각을 떠 올릴 때 되짚어 볼 수 있어 좋았던 경험이 종종 있다.


어릴 적은 일기 쓰기를 좋아했었고, 연예시절에는 편지 쓰기를 좋아했었다. 군대 다녀오고 나서 보니 인터넷이 등장해 있었고 글이라는 것을 종이와 펜으로서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써서 올릴 수 있다는 것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 글을 쓰고 올리고 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던 나는, 대학시절 학과의 소통공간을 직접 만들어서 학과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드는가 하면, 사진 동호회활동을 하면서 또한 동호회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을 자처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진을 좋아했던 것 또한 기록의 일환으로 매력을 느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끼던 나는, 2001년 결혼을 하면서 결혼 소식을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서 알리고 신혼일기를 인터넷으로 쓰기 시작한 것들이 계기가 되어, '블로그'라는 용어조차 등장하기 전이던 2003년도에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가족 블로그를 만들었다. 가족의 추억을 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남기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함께.


그렇게 블로그라는 것을 통해 내가 다녀간 곳에 대한 느낌,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생각들, 자녀의 다양한 모습들을 사진, 글을 통해서 기록해 온 기간이 벌써 22년. 돌이켜 보면 이러한 기록활동은 비단 기록의 의미를 떠나,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다듬고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하였던 것 같다.

글을 잘 쓴다 할 수는 없어도, 자주 기록하고 남기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정리하는 습관은 좀 늘어난 것 같다. 직장 생활하면서 메일을 쓰거나, 보고서를 쓸 때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보다 빠른 시간 안에 빨리 정리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고, 그게 대화로 표출되다 보니 주변인으로부터 '정리의 달인'이라는 소리를 종종 듣기도 한다.


블로그를 통해 사진과 함께 글을 꾸준하게 쓰면서 2015년에는 Tistory 블로그 Awards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였고, 사진 공모전에 입상하거나, 사진과 함께 글을 기고하는 이벤드들에서도 여럿 경품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의 경험들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자녀가 태어나면서부터 기록한 블로그에 저장된 추억들이 아닐까 싶다. 그 시절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글자로 생생하게 남아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이렇게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선정되는 계기도 생겼으니, 앞으로 이런 글쓰기에 대한 노력을 더더욱 가속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다.


기록의 가치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설사 수십 년 후에 Delete 한 번으로 내 모든 기록을 제거할 수 있을지언정 살아가는 과정에서 글쓰기는 내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좋은 기술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The Show Must Go 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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