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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옥 Jul 29. 2024

에세이 같은 게 무슨 책이라고

에세이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온라인 독서모임으로 시작해 오프라인에서도 종종 만남을 갖는 독서모임 '내 안의 서재' 리더 J 선생님께 작년 내 생일에 받은 김신지 작가님 에세이 -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책을 6월 한 달간 읽었다.

 하루동안 차를 타고 내리기 수 없이 반복하는 나는 차에 책을 놓고 차에서 내리기 전 길게는 10분, 짧게는 책 한 페이지 정도를 읽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는 굉장히 짧은 양의 책을 읽는다면 부담이 적어 책을 피는 데까지 에너지가 덜 들어 수시로 책을 피면서 책 읽는 습관을 기를 수 있게 싶어 시작하였는데, 잠시를 못 참고 다른 생각들로 머릿속을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내게 딱 알맞은 독서법이었다.

 수시로 짧게 읽는 독서법에 전공 책처럼 어렵고 학습이 필요한 책은 적합하지 않기에 문학 위주로 골랐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 제목에 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미래를 위해 살고는 있지만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벅찬 요즘, 이 책의 제목처럼 아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매일 하였기에 '이 책에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나? 이 책을 읽으면 여유를 좀 가질 수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책을 차로 가져갔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에세이를 싫어하였다. 정확하게는 에세이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18년도 예쁨 예쁨 한 표지에 책의 내용이라고는 그림과 여백투성이에 밑도 끝도 없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만이 담긴 책을 에세이라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를 도배하는 걸 보며, 에세이라는 건 수필이 아니라 책팔이들이 있어 보이게 만들어 파는 쓰레기구나 싶어 에세이라 쓰여 있는 건 보지도 않았다.


 원래 같았다면 에세이를 선물 받아도 책장 한편에 꽂아두고 꺼내지 않았을 텐데 내 안의 서재방 J선생님께서 주신 책이면 분명 좋은 책이라 싶었기에, 이 책의 제목과 J 선생님께서 선물해 주신 덕분에 에세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렇게 진중하고도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고, 책의 프롤로그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프롤로그를 지나 1부 첫 시작인 "I에게 쓰는 편지"를 읽는데 이 부분은 이 책을 읽기도 전에 몇 번 보았던 파트였다. '내 안의 서재 방' 단톡방에서는 각자가 읽은 책의 좋은 부분을 공유하거나 줌으로 만나 낭독의 시간을 갖기도 해, 서로 책을 읽고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를 알 수가 있는데 'I에게 쓰는 편지'도 이야기가 나와 단톡방에서는 I가 누구일까라는 추측이 가득했던 적이 있었다. 서재방 선생님들 나름 추측한 I는 누구일 것이다! 라며 그 누군가에 대입을 해서 읽어도 좋았지만 작가님이 쓴 I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을 때 나로서는 생각도 못 한 대상이었기에 아 이렇게도 글을 쓸 수가 있구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라고 느끼며 흥미로운 마음으로 다음 장을 읽어 나갔다.


 이 책 사이에는 두 장의 포스트 카드에 글귀가 따로 적혀 있는데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를 쓴 걸까?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적은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이 글귀를 적어 놓은 이유가 어찌 되었든 작가님의 의도는 독자들이 함께 삶의 여백을 느끼고 오늘의 기쁨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은 것이겠지.


 이 책의 끝자락이 다가올 때쯤 이 책이 끝난다는 아쉬움에 책을 넘기기 싫으면서도 과연 이 에세이는 어떻게 마무리를 할까?라는 궁금증에 빨리 결말을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6월 한 달간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와 힘을 받았는데 앞서 말한 예쁨 예쁨 한 표지로 너는 할 수 있어 식의 응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김신지 작가님의 삶과 생각에 대해 적은 진짜 에세이 그 자체인데 어떻게 내게 위로를 주고 힘을 주었을까.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을 돕고, 힘든 사람이 힘든 사람을 돕고, 슬픈 사람이 슬픈 사람을 돕는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세상은 이미 틀렸다는 비관이나 사람에게 환멸을 느낀다는 말 같은 건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라고 이 책에 적은 김신지 작가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힘을 주고 도움을 준다. 그 도움이라는 형태는 관계에 따라 모습이 바뀌겠지만 결국 근본은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 일 테니, 이 에세이를 통해 나는 작가와 독자라는 관계 속에서 힘을 얻고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닐까.


 김신지 작가님과는 서로의 나이도 모르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책을 통해 나는 김신지 작가님이 새롭게 이사 간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산책을 나갈 때는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눈에 담으려 하며 퇴사와 생일, 휴가 기념으로 전남 완도군에 있는 섬 신지도와 생일도를 다녀왔고 왼쪽 검지에 내일을 향한 화살표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이렇게나 힘이 될 수 있다니! 한 사람의 삶을 안다는 게 이렇게나 값진 거라니!


단지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을 뿐인데 이야기를 보는 이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때론 옆에서 훌륭한 조언을 해줄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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