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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옥 Aug 02. 2024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지독한 감기

감기가 아닌가..?

나는 새해를 맞이 한 뒤, 눈이 내려 녹아 없어지지 않고 추위에 얼어붙는 날씨가 되면 지독한 감기에 걸려 일주일정도를 고생하고 감기에 나으면 다음 해 감기가 올 때까지 크게 아프지 않기에, 겨울 감기가 걸리면 올해도 올게 왔구나 하며 병원에 가 약을 좀 처방받거나 집에서 버티곤 했다.


 그해 겨울, 어김없이 감기는 찾아왔고 올해도 걸렸네라며 어릴 적부터 다니던 동네 1차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고 이 감기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약을 처방받고 2주가 지났지만 감기는 나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더 잦아지는 기침과 가빠지는 호흡에, 일주일을 더 집에서 버티다 감기에 걸린 지 4주가 정도가 되어서야 다시 병원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중학교 시절 학급에서 꼴찌를 할 정도로 공부도 안 하고 못하던 내가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며 파일럿이라는 꿈을 갖게 되어 공군사관학교를 목표로 공부를 열심히 하던 시기였기에 금요일 저녁, 겨울방학 특강을 들으러 학원으로 가는 길에 주사라도 맞아야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들린 병원에서는 이번에도 감기약만 처방해 주고 보내려  하였기에


 "제가 숨 쉬는 것도 힘들고 가슴이 너무 답답한데 주사라도 좀 맞을 수 없을까요?"라고 원장님께 묻자 원장님은 청진기로 내 숨소리를 들어본 뒤 X-RAY를 찍어보자 하였다.


 당시 열일곱 고등학생인 내가 보아도 X-RAY 사진은 기형적이었고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건 알겠더라. 원장님은 부모님께 연락을 하였고 곧장 아버지께서 병원으로 오셔서 나를 태우고 근처 3차 병원인 가천 길 병원, 응급실로 향하였다.


 크게 아프지 않고 자라왔던 아들이 폐에 문제가 보여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아버지 표정은 심각하였고, 아버지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내가 숨을 쉬지 못하면서 호흡이 가빠지자 아버지는 더 당황하시며 서둘러 응급실로 들어가 의료진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고 안절부절못해하셨다. 곧이어 어머니도 응급실로 오셨고 나는 채혈검사부터 X-RAY, CT까지 응급으로 검사를 진행하였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금요일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이었기에 담당 주치의는 퇴근하고 당직의만 있었기에 별다른 처방은 없이 내게 산소콧줄과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끼워주며 음식은 물론 물까지 금식시켰고 걷는 것도 금지시켰다.


 산소콧줄을 끼웠지만 숨 쉬는 건 여전히 불편했고 심장이 조여 오는 답답한 기분에 바람이라도 맞으러 바깥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처치실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 하였기에 아버지께서 끌어주시는 휠체어에 앉아 처치실 옆 복도로 나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병원 밖 야경을 보던 중 복도에 놓인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속에는 식혜음료가 있었고 식혜를 보니 어머니께서 집에서 해주시던 식혜 생각이나 아버지께 "식혜 딱 한 모금만 마시면 안 될까요?"라고 물었고 아버지께서 의료진에게 물어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의료진의 답변은 안된다였고 가슴이 조여지는 답답함에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식혜가 더 간절하게 그리워졌다.


 그날은 처치실에 놓인 베드에 누워 의료진들이 수시로 내 상태를 체크하고 부모님은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보기만 하셨다. 미성년자였던 나는 의료진과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기에 내가 어떤 상태인지,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잠에 들고 다음날 아침 들것에 옮겨져 이송용 베드로 나를 이송시키는 분주함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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