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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옥 Sep 13. 2024

제 병명은요.

관우 그거 개뻥이야

어수선한 짐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의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나의 병명과 앞으로의 병원생활에 있어 전반적인 치료방향과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혈액암 판정을 받은 나는 내 몸 안의 암세포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항암치료를 해야 했고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진 이식이나 수술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 하셨다.


혹여나 수술을 해서 내가 꿈꾸던 파일럿에 도전을 하지 못할까 노심초사하였는데 나는 일단 수술을 안 해도 된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다음날 나는 항암제를 투여받기 위한 중심정맥관(Central Venous Catheter), C라인이라는 튜브 삽입 시술을 받기 위해 또다시 이송용베드에 실려 시술실로 이송되었다.


보호자는 밖에서 대기를 하고 나는 다시 혼자 시술실로 들어갔다. 중환자실에서 골수액과 척수액을 뽑아 검사를 하고 폐의 조직을 떼어 조직검사도 하고 기도 삽관을 하면서도 혼자 있었기에 울지도 시술을 거부도 못한 채로 시술을 진행하였는데 이번에 시술실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이 중환자실에서 기도삽관을 진행해 주신 선생님이셨던 것이다. 그 사실로만 해도 무척 반가웠는데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의 어머니 친구분의 친동생이라 하셨다. 중환자실에서 기도삽관을 시술할 때 어린아이가 있어 나이와 이름을 유심히 보았던 선생님은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고 어머니가 자신의 친구에게 내가 길병원에 입원해 있다 한 이야기를 친구분께서 동생에게 이야기하자 나인걸 알고 중심정맥 시술에 자신이 다시 들어온 것이었다. 혼자 시술실 침대에 누워있어 무서웠던 내게 그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와 지인이란 사실이 내게 큰 안정감을 주었고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꼈다.


시술을 위해 초록색 수술포가 내 얼굴까지 덮어 써졌고 시술할 오른쪽 가슴에는 구멍이 있어 맨살이 드러나 수술포의 감촉이 아니라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기분이었다. 시술 부위를 소독하기 위해 소독액을 바른 알콜솜을 가슴 위에 문질렀고 금방 날아가는 소독약의 냄새와 찬기는 내가 시술실에 누워있는 기분을 더 느끼게 해 주었다.


정맥을 찾기 위해 초음파 기계가 가슴에 올려졌고 마취를 위한 주삿바늘이 들어왔다. 두꺼운 바늘이 들어오는 통증도 통증이지만 주사기 끝을 통해 들어오는 마취액은 근육을 쥐어짜듯 더 심한 통증을 일으켰다. 마취가 돼서 안 아픈 게 아니라 마취액이 너무 아파 시술이 덜 아프게 느껴지는 건가 라는 생각도 잠시 내 혈관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바늘과 그 바늘 사이로 쑤셔지는 와이어는 샤각샤각 소리를 내면서 끔찍한 고통을 주었다. 혈관이 숨어 바늘이 잘 삽입되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혹여나 내가 움직이면 혈관도 움직여 삽입이 안될까 침조차 삼키지 않고 두 주먹을 꽉 쥐어 제발 혈관에 삽입되길 기도만 했다. 혈관에 바늘이 들어갔는지 이제 중심정맥관을 삽입하겠다는 말씀과 가슴을 칼로 살짝 째고 공간을 벌려 관을 삽입하는데 난 가슴에 못을 박는 줄 알았다. 마취가 된 건가 싶게 칼로 째는 느낌과 관이 삽입되는 통증은 생생하게 느껴졌고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골수검사보다 배로 고통스러웠던 시술을 마치고 관이 올바르게 삽입되었는지 혹여나 폐에 바람이 들어갔는지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한다며 나를 이송용배드로 옮겨 영상판독실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는데 들것을 통해 움직여지는 내 몸조차도 아팠지만 어쩌겠는가 의료진이 찍으라면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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