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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형은 저보다 책을 엄청 많이 읽어요.

젠장할 논술학원

by 선옥 Feb 25. 2025

 물속에서만 보던 아이들이 몸을 말리고 옷을 입은 채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하면 이 아이가 누구였지 하곤 생각을 하게 된다. 강습을 마친 뒤 샤워실로 들어가 보니 한 녀석이 안경을 쓰고 있길래 너도 안경을 쓰냐며 말을 걸자 대뜸 옆에 있던 녀석이 자기도 안경을 쓴다며 자신의 시력이 몇이냐 맞춰보라 하더라.

뭐 대충 0.5 정도 되려나 싶어 대답했지만 아이의 답은 마이너스 2.45라고 하는 것이다. 굴절도수 -2.45D라면 대충 시력이 0.1 정도 될듯한데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녀석이 눈을 쓸 일이 얼마나 많았기에 벌써부터 시력이 떨어졌나 싶다. 내가 스마트폰을 많이 하냐고 묻기도 전에 녀석은 자기는 스마트폰이 없다며 폰을 하지 않는다며 먼저 답을 하더라. 대부분의 어른들이 스마트폰 많이 해서 시력이 나빠졌냐 물어봤기 때문이겠지.

스마트폰도 안 하는데 왜 그렇게 시력이 나쁘냐 묻자 자기는 책을 어두운 곳에서 가까이 들고 보다 버릇해서 나빠졌다 하더라. 곧이어 녀석은 자신의 형은 자기보다 책을 훨씬 많이 읽는다며 옆에 있던 형을 불러 형이 읽는 책이 어떻게 되는지 내게 알려달라고 자신의 형을 자랑스럽게 끌어당겨왔다. 형은 이내 본인이 읽었던 책들을 내게 이야기해주었고 대부분이 고전문학 책 들이어서 꽤나 놀라웠다. 이제 중학교 들어가는 아이가 책을 좋아할뿐더러 고전문학을 이렇게나 읽었다니. 마침 아이가 말한 책 중 "데미안"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데미안"을 재미있게 읽기도 하였지만 내용이 난해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꽤나 있었다. 과연 이걸 초등학교 6학년 이 아이는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였을까 궁금해 "데미안"에 관하여 물어보았다. 아이는 재미있게 읽었다며 그 데미안은 꿈속 세상이고 우리 안의 그림자 이야기라며 내게 설명도 해주더라.

'꿈속 세상과 그림자라.. 젠장할 이건 아이의 생각과 느낌이 아니라 어른들이 떠들어대는 해석을 내게 그대로 말해주는 게 아닌가.' 데미안 해설을 따로 보았냐고 묻자, 옆에 있던 아이가 '그거 논술 학원 선생님이 이야기해 주신 거예요.' 라며 내 질문의 답을 가로채갔다. 나는 데미안을 통해 이 아이가 개인 스스로의 내면 탐구와 책의 해석을 찾아가는 과정이 궁금했지 이런 식으로 타인의 해석을 정답으로 생각한다는 대답을 듣고자 하지 않았다.

논술이란 사고의 폭을 넓히고,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이자 의사소통 수단이라 생각한다. 고전 문학은 우리 자신 스스로를 돌보고 이해하는 창구로 읽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각하지 이런 획일화된 사고는 무엇을 위한 논술이고 독서인가 싶다.

진정으로 아이들이 책을 원해서 읽고 그 속에서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독서가 학업에 이용되는 독서와 그 독서를 통해 답을 얻으려 하는 모습들은 오히려 개인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상실시키면서 비판적 사회 능력이 저하된 우리는 결국 다수의 의견이나 권위에 무조건 따르는 집단사고의 발생으로 더 나아가 개인과 집단의 성장 기반을 악화시켜 사회적 문제를 다양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저하까지 야기될 것이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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