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나리는 봄비의 내음을 노래하다

창작 편집

삼일절 연휴 마지막 날 아침부터 을씨년스러운 비가 하릴없이 나리고 있다. 오늘은 아들 기숙사에 짐을 넣으러 가야 된다. 아들과 아내는 기숙사에서 한 학기 동안 지낼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 집을 나선다. 평소에는 인근 도서관에 가지만, 연휴에는 도서관도 문을 닫는다. 이럴 때는 카페를 찾는다.

이틀 동안의 봄기운을 휘발시키고 있는 비를 바라보며 차에 시동을 건다. 차는 강변북로를 지나 성수대교를 달린다. 안개와 비에 젖어, 온통 아늑함과 고요함이 가득하다. 강과 하늘의 경계가 모호해져 구름 속을 걷는 듯하다. 시야가 제한된 덕분에 주변의 소음마저 안개에 흡수돼 버렸다. 봄이 오다가 쫓겨나 버린 건가?

하긴 이제까지 봄이 단박에 온 적은 거의 없었다. 밀려나지 않으려는 동장군과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이며, 겨우겨우 봄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방심하면, 바로 여름에게 자리를 내주곤 했다. 봄은 참으로 오묘하고도 신기한 계절이다. 다 두 글자인데, 봄만 한 글자다. 그런데 ‘봄’은 다른 글자로 대체할 수 없을 것 같다. ‘봄’은 그동안 움츠렸다가, 풍광을 본다는 뜻으로 ‘봄’이라고 명명했을까?

봄비인지 겨울비인지 알쏭달쏭한 이 비는 풀과 꽃에 생명을 불어넣어 봄 내음을 더 자아내겠지. 아니면, 페르세포네를 명계에 보내고 슬퍼하는 데메테르의 눈물일까? 예전에는 비를 좋아하지 않았다. 비에 젖는 게 싫었고, 야외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 답답했다. 이제는 비 나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호젓하게 글을 쓰는 묘미를 알게 됐다. 오늘의 비가 가져다주는 안온함을 칠언율시로 남긴다.

詠江邊雨香(영강변우향)

三月初寒雨似霧(삼월초한우사무)

江天一色遙無邊(강천일색요무변)

冬將消盡猶未練(동장소진유미련)

春意才萌却被遷(춘의재맹각피천)

萬物含滴增綠翠(만물함적증녹취)

孤心感雨賦芳篇(고심감우부방편)

幽冥此日安穩趣(유명차일안온취)

獨坐窓前照碧天(독좌창전조벽천)


강가에 나리는 봄비의 내음을 노래하다

삼월 초 찬비는 안개처럼 그윽하고

강과 하늘은 하나의 색조로 저 멀리 끝이 없네

동장군은 기운 다 빠졌지만 아직도 미련 남아

봄기운 포도시 틔우려 해도 다시 밀어내고

만물은 빗방울 머금어 초록빛이 짙어가니

외로운 내 마음은 봄비에 실려 향긋한 시 한 수를 부른다

아늑하고 고요한 오늘 안온한 이 정취

창가에 홀로 앉아 파아란 하늘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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