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주의와 낯설게하기

낭만 과학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를 보면, 채플린이 작업복을 입고 양손에 렌치를 든 채, 기어 톱니를 따라 몸이 말려 들어가는 장면이 자주 반복된다. 그럼에도 채플린은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슬랩스틱 몸짓으로 기계화된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이러한 상황을 자초한 것은 포드주의였다. 포드주의 하에서 노동자는 숙련된 장인이 아닌, 특정 공정 하나만을 무한히 반복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모던 타임즈’ 속 채플린처럼 계속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나사만 조이다 보니, 채플린은 나사 모양만 봐도 본능적으로 렌치를 휘두르는 직업병의 모습을 연출한다. 가장 서글픈 것은 인간의 신체적 한계는 배제된 채로, 기계의 속도에 맞춰 노동자가 움직여만 하는 상황이다.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에서는 이러한 포드주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포드는 우선 도축 공장의 방식을 가장 최적화해 생산 라인을 구성했다. 도축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일 때마다 하나의 고기가 해체되는 방식이었다면 포드의 공장에서는 움직일 때마다 자동차가 조립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단순화 표준화한 자동차 부품을 각자 하나씩 조립하며 자동차를 완성시키는 컨베이어 벨트의 어셈블리 라인을 체계화했다.”

포드주의 이전에는 노동자들이 부품 보관소와 차체 사이를 수없이 반복 이동하며, 시간을 낭비했다.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차체를 노동자 앞으로 바로 배치함으로써, 시간 낭비를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도축업자가 소 한 마리를 다 해체할 줄 몰라도 특정 부위만 잘라낼 줄 알면 족했다. 이를 본떠, 포드의 노동자도 엔진 전체를 이해할 필요 없이 나사 하나만 조일 줄 알면 충분했다. 채플린이 기계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장면은, 생명이 있는 고기를 해체하던 방식이 거꾸로 생명이 있는 노동자를 기계적 부품으로 조립해 버리는 역설을 시각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포드가 도축 공장에서 포드주의를 착상해 낸 것은, 일종의 낯설게하기(Defamiliarization)였다. 기존에는 자동차 생산은 노동자의 한 땀 한 땀 조립하는 고귀한 공정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다. 포드는 도축장에서 고기가 부위별로 나뉘는 과정을 보며, 자동차 조립 역시 거꾸로 된 해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꿰뚫어 본 것이다.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에서 포드가 만든 시스템을 다시 한번 낯설게 보여준다. 당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컨베이어 벨트를,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로 묘사함으로써, 산업화의 과실 뒤에 가려진 인간 소외를 관객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포드나 채플린 둘 다 같은 시스템을 보았지만, 낯설게하기 목적은 정반대였던 셈이다.

예술에서는 낯설게 하기의 대상을 더 감각적으로 들여다보지만, 포드주의에서는 노동을 의미 없는 파편으로 구성했다. 즉, 예술에서는 일상의 사물을 생경하게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감각을 회복시키는 반면에, 포드주의에서는 노동의 과정을 연속되는 물리적 과정으로 분해하여, 노동자를 지각의 마비 상태로 빠뜨렸다.

포드의 혁신은 기계의 속도에 노동자가 맞춰지는 것으로 관계를 전복시켜, 노동자는 컨베이어 벨트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부품처럼 취급했다. 포드는 도축장의 해체 방식에서 생산 효율의 극대화를 도입했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가 느끼는 완성품에 대한 긍지를 휘발시켜 버렸다. 즉 포드주의적 노동자는 결과물인 자동차에서 자신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이러한 혁신이 AI를 통해서 다시 한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100여 년 전 포드가 육중한 자동차와 컨베이어 벨트로 노동을 분절했다면, 지금 우리는 알고리즘과 데이터라는 보이지 않는 벨트 위에서 새로운 형태의 포드주의와 마주하고 있다.

이제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주 작은 태스크 단위로 쪼개져 AI와 인간에게 배분된다. 인간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보다는 AI가 뱉어낸 결과물을 검토하거나,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라벨링하는 단순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결국 효율성만을 쫓다 보면, 기계 사이에 끼어 있던 채플린처럼 완전히 소외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가?”를 물을 때다.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박영욱 지음/교보문고/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