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약에 우리〉 후기– 마음 둘 곳 없는 청춘들의 랩소디
영화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정원과, 조금은 가졌었지만 점차 잃어가게 되는 은호가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되고, 이별한 뒤 다시 재회해 그 시절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특별할 것 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속에서, 영화는 조용히 ‘그때의 우리’를 꺼내 보인다.
정원은 부모도, 보금자리도 없이 살아간다. 언젠가 자신만의 집을 갖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지만, 그 꿈은 구체적이기보다는 막연하다. 그에게 집은 공간이라기보다 마음 둘 곳에 가깝다.
은호에게는 어머니는 없지만 아버지가 있고, 비록 작지만 월세방이라는 공간이 있다. 그는 그 방으로 정원을 받아들인다. 정원에게 은호는 보금자리가 되고, 잠시나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된다.
하지만 은호는 아버지의 건강을 잃고, 월세방을 잃고, 자신이 그려왔던 미래마저 하나둘 놓치게 된다. 그가 기대어 있던 모든 마음 둘 곳이 사라지자, 정원은 그 자리를 대신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은호에게 그것은 끝내 쉽지 않은 일이었나 보다. 그렇게 숨이 찬 뜀박질 끝에도 붙잡지 못한 걸 보니 말이다.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같은 남자로서 너무나 이해 되는 자격지심의 순간들이다.
마음 둘 곳 없는 청춘들은 종종 사랑에 마음을 두려 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창가에 스며드는 햇살 같고, 바다에 저무는 태양과도 닮아 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사라지기에, 어쩌면 마음을 온전히 두기에는 불안정한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말한다.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 그리고 은호와 정원이 주고받는 ‘만약에’라는 문법을 통해. 그때 사랑했던 마음이, 인연에 마음을 두었던 선택이 후회로만 남지는 않는다고.
후반부는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조용한 클라이맥스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구체적인 대사를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찬란했던 나의 젊음과 스쳐 지나간 시절의 인연들이 문득 떠오른다면, 이 영화는 극장에서 만나는 편이 좋겠다. 그때의 ‘만약’을,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꺼내볼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