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오래된 흉터를 만지면 아프진 않지만, 묘하게 신경 쓰여 괜히 손이 머뭇거려진다. 나에게 8월이 그렇다. 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퇴근 후 버스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체리가 달다는 광고를 보았다. 너를 떠올리며 망설임 없이 체리를 주문해 보냈다. 물론 아무 말도 없이. 배송 중에 체리에 상처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기쁘게 전화를 건 너의 목소리에 마음이 놓였다.
며칠 뒤, 우린 만났다.
내게 줄 게 있다며 눈을 감으라 했다. 생색을 잔뜩 내며 건넨 건 상처 하나 없이 반짝이는 체리였다. 다 먹고도 충분히 남을 시간이었지만, 함께 먹으려고 기다렸단다. 제일 예쁜 것만 골라 내미는 너를 보며, 참. 마음이 이상했다.
표현이 서툴던 나는, 너를 통해 진솔한 마음을 전하는 법을 배웠다.
‘이젠 고맙다는 말도 잘할 수 있는데. 우주엔 체리가 없을 텐데. 여행 도중에 체리맛이 그리워지면 어쩌나.’라는 생각을 끝으로 8월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