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여행

by 하얼리



여행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1. 낯선 곳에서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체험한다


2. 일상에서 떠나 몸과 마음을 쉰다(긴장 상태를 벗어난다)


3. 취미활동을 위한 목적을 가지고 즐긴다.



이밖에도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는 이 세 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타이베이로 향했을 때 우리 여행의 목적은 2번이었다. 잠시 쉬자.


비행기표와 숙소는 한 달 전에 정해놓았지만 그게 다였다. 둘 다 여행계획을 세울 만큼 여유가 없어서 그냥 닥치는 대로 그날 그날 할 일을 정하기로 했다.



입국선물.



다른 말을 쓰는 나라에 입국할 때의 엷은 긴장감은 럭키드로우를 하면서 해소가 되었다. 대만 관광청은 202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외국 국적의 해외관광객에 한해 럭키랜드라는 일종의 복권을 준다. 관광청 홈페이지에 입국날짜 일주일 전부터 나의 일정을 등록하면 바코드가 이메일로 보내지고, 입국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미니 패드 화면에 받은 바코드를 찍어서 한 번씩 추첨할 수 있다. 당첨금은 5000대만 달러, 우리나라 돈을 약 20만 원이 넘는 돈이다. 당첨 확률도 꽤 높다고 들었는데, 같이 간 동반자가 당첨이 되어서 우리는 두 끼를 호사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교통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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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패스와 공항특급의 토큰





공항에서 타이베이역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공항특급열차다. 보라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승강장과 차량인데 찾기도 쉽고 승강장으로 향하다 보면 중간에 교통패스를 살 수가 있어 편리하다. 타오위안 공항은 인천공항이나 나리타 공항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아서 끝없이 걷거나 헤매는 염려는 없을 듯. 타이베이역에 내리면 바로 택시를 탈 수 있고 전철도 연결되어 있는데 모두 이용이 편리하다. 공항특급은 보라색 토큰을 주는데 사실 이지패스로도 탈 수 있다.



4일 동안 택시, 버스, 지하철을 모두 이용했다.이지패스라고 불리는 교통카드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사용했고, 택시는 우버 등록을 하지 못해서 그냥 호텔에서 부르거나 길에서 손을 들어 잡았다. 택시의 경우 대부분 현금을 선호한다. 호텔에서 택시를 부를 때에도 직원이 현금이 가능한지, 아니면 카드로 지불할 수 있는 택시를 부를 건지 물어본다. 버스는 배차간격이 드문드문한 경우가 꽤 많다(약 25분). 시간이 맞으면 아주 편리하지만 자칫하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교통비는 우리나라보다 꽤 저렴하다. 택시비도 서울에서 타는 것보다 싸다. 버스는 꽤 빨리 달린다. 속도제한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니는 시간이 출퇴근 시간이 아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원시원하게 달리는 버스는 유쾌한 경험이었다.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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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비행기여서 타이베이에 도착했을 때도 아홉 시 반 정도였다. 아침을 먹기 위해 호텔에 짐을 맡기고 근처 골목을 배회했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어서 보니 두유와 빵을 팔고 있기에 먹어보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주저하고 있으니 두유를 가리키며 ’아마이 아마이’(달다는 뜻의 일본어)라고 외친다. 빵과 두유를 샀다. 빵은 공갈빵인데 안에 설탕 시럽이 진하게 들어있고 두유는 달고 고소했다. 다시 길을 건너서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영어메뉴를 부탁하자 다른 메뉴판을 준다. 무케이크와 오믈렛, 샤오롱바오를 시켰다. 모두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배가 불렀다. 만원이 좀 안 되는 돈을 지불했던 것 같다. 오믈렛은 비교할 대상이 없고 무케이크와 샤오롱바오는 우리나라에서 먹은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고궁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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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관의 오리들





유일하게 꼭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다. 역시나 미리 알아보지 않고 택시를 타고 갔다. 토요일 오후. 사람이 많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 정말 많았다. 그리고 볼거리도 끝이 없었다. 고궁박물관은 3층으로 대만의 2대 보물이라고 하는 동파육과 배추는 맨 위층 중앙에 전시되어 있다. 역시 두 개가 다 있지는 않았는데 배추는 타이난 근처의 고궁박물관지점에 전시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들 만큼 유명하지 않을 뿐, 고궁박물관의 보물 중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은 없다. 도자기와 서예, 각종 조각들은 저절로 우와 소리가 나올 만큼 신기하고 아름답다. 게 중에는 조각 훈련을 위해 올리브씨를 조각한 것도 있는데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잉거 도자기 마을










밀전병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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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내려 약 1km 정도 걸어가면 도자기 거리가 나온다. 아침에 일찍 서둘러 나갔던 터라 지하철 근처 시장에서 파는 밀전병을 사 먹었다. 줄이 꽤 길었는데 한쪽에서는 밀전병을 부치고 한쪽에서는 밀전병 위에 땅콩과 갈색설탕을 뿌린 뒤에 야채와 고기 양념을 얹어서 말아준다. 우리나라 돈을 약 1500원. 크기가 꽤 커서 둘이서 나눠먹었다. 단짠 호빵 같은 느낌? 밀전병과 속재료가 궁합이 좋고, 고기도 들어가 든든하고 맛있게 배를 채웠다. 너무 빨리 갔는지 문을 연 가게가 거의 없어서 나름 명물인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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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카공을 하러 온 학생들이 꽤 많았고 나이 지긋한, 동네 주민 같은 분들도 많았는데 아주 고즈넉하고 조용했다. 대만인들은 어디를 가나 대체로 목소리가 조용하고 나긋나긋하다. 도자기 가게들을 둘러볼 때도 그랬는데 딱 한집, 본토에서 오시지 않았을까 싶은 주인장이 계셨다(엄청난 영업력으로 몰아붙이셔서 약간 힘들었다). 도자기는 아주 싼 것부터 엄청나게 비싼 것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게 중에는 일본 공장에서 나온 도자기인 듯싶은 것들도 꽤 있었다. 역시 차의 나라답게 차도구와 관련된 것들이 아름답고 종류도 많다. 다관, 수반(찻물을 버릴 수 있는 테이블)처럼 부피가 있는 물건들부터 차시(차를 뜨는 숟가락) 같은 작은 물건까지 다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이 돌아가버릴 만큼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울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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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을 후딱 들여다보고 돌아오는 길, 룽산사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려 걷기 시작했다. 역시나 시장골목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모여 만두를 사고 있길래 3가지의 주먹만 한 만두를 샀다. 부추, 양배추, 고기만두. 각각 1000원이다. 중국음식 특유의 향을 조금 꺼려하는 동반자도 부추만두는 너무 맛있다며 즐거워했다. 부추와 계란 볶은 것이 들어가 있는데 부추향이 가득하고 향신료 없이 소금 후추로만 간을 한 것 같다. 또다시 대만의 길거리 음식을 칭찬하며 용산사에 도착했다. 타이완의 자금성이라고도 불린다는 룽산 사는 아름답다. 모든 기둥과 천장과 기와에 의미가 한가득 있을 조각이 새겨져 있다. 일요일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과자, 떡, 과일, 꽃등으로 공물을 올리고 기도를 하고, 한쪽에서는 무언가를 빌며 점을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라오허제 야시장



라오허제 야시장











라오허제 야시장 정문





숙소 앞에서 버스를 타고 랴오허제 야시장 앞에서 내렸다. 이지페이에 충전을 하기 위해 근처 세븐일레븐을 갔는데 역시나 현금만 가능하다고 한다.(대만은 생각보다 현금만 가능한 곳이 많다) 야시장 입구에는 룽산사만큼 멋진 건물이 있는데 알고 보니 쑹산 츠유궁, 도교 사원이라고 한다. 시장 초입부터 사람들이 넘쳐난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하다는 후추빵 줄도 어마어마하고, 지팡이 줄도 길다. 사람이 많아서 빨리 갈 수도, 늦게 갈 수도 없이 보폭을 맞춰 걸어가다 보면, 창펀, 오믈렛, 각종 국수류, 어묵류, 과일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판다. 간혹 오코노미야끼도 보이고, 한국식 간식들도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5시 즈음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줄을 서서 후추빵과 지파이를 먹고, 과일을 사고 반대쪽으로 나와서 작은 벤치에 앉아 입가심을 했다. 다시 들어가서 창펀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긴 줄과 사람들 때문에 포기하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이즈음, 동반자가 중국음식이 아닌 것을 찾기 시작했는데 맥도널드 간판이 반갑게 우리 눈에 띄었다. 진리의 콜라와 감튀, 햄버거를 사들고 올라가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타이베이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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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101의 내부










신이 지구





타이베이 역 근처에서 이틀을 지내고 숙소를 타이베이 101 근처로 옮겼다. 숙소 근처부터 타이베이 101까지는 모두 큰 쇼핑몰이 있는 지역이다. 대부분 미츠코시 백화점계열인 듯 한 건물들은 모두 2층에서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지상에는 사람의 통행이 많지 않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데에 딱히 흥미가 없었기에 대만 최고 높이의 빌딩은 올라가지 않고 몰에서 구경만 하다가 돌아섰다. 해 질 녘에 근처 상산을 올라가서 보는 풍경이 탐났지만 시간관계상 포기하고 저녁 먹을 곳을 찾아 헤맸다. 생각보다 중국식 외의 다른 먹거리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에 놀랐다. 어찌어찌 찾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해산물튀김과 파니니, 샐러드를 시켜서 먹고 남은 것을 포장했다. 일본과 달리 남은 음식을 싸주는 문화가 당연해서 어디서나 음식을 싸달라고 해도 된다.



쑹산 문화창의공원










쑹산문화창의지구의 분수대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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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일본 점령기 때 일본이 지은 담배공장을 공원과 갤러리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건물은 날일자(日) 모양으로 지어졌으며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든 생활을 공장 안에서 할 수 있게끔 샤워실과, 식당, 양호실, 정원등이 갖추어진, 삼성전자 사옥 같은 건물이다. 정원은 어느 각도로 찍어도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고, 작은 호수 근처에는 아침부터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있었다. 건물 자체에는 입장료가 없지만 갤러리와 서점(도서관)에 들어가려면 25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학생들이 문 열기를 기다려 입장료를 내고 도서관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서관은 대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기도 한다는데 일본식 방과 샤워실을 개조한 듯한 재미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펑리수



여행 갈 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 펑리수였다. 동반자는 회사 동료들의 부탁으로, 나는 가족들에게 돌려야 할 선물로 꼭 사야 했다. 검색을 해보니 유명한 펑리수 가게가 몇 군데 있긴 했는데 찾아가기에는 애매한 위치였기에 비행기 타기 전, 면세점에서 사자고 합의를 보았었다. 그런데 쑹산문화창의공원을 구경하던 중 아주 유명한 펑리수 가게가 분점을 냈다는 걸 알게 되어 펑리수를 한 아름 사서 호텔까지 낑낑거리며 들고 갔다(가족 해결). 무게 때문에 많이 살 수는 없어서 직장 동료들을 위한 펑리수는 공항에서 사기로 했다. 문제는 공항 안에도 펑리수 가게가 즐비하지만 막상 체크인하고 출국장에 들어서면 종류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 출국장에 들어서기 전에만 샀어도 다양한 물건들을 고를 수 있었겠지만 늦었고,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펑리수를 더 샀다. 돌아와서 맛본결과는… 음.. 펑리수는 미리미리 사야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미리 주문해서 호텔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고생해서 사온 펑리수는 박수를 받았다.




러키드로우 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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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드로우로 받은 5000대만 달러를 소비하기 위해 두 군데의 식당을 갔다. 쉐라톤 호텔의 The Dragon, W호텔의 YEN.


쉐라톤 호텔은 타이베이에서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The Dragon은 현지의 나이 지긋한 분들의 놀이터 같은 느낌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혹은 혼자 오신 분들도 간혹 있었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삼겹살 바비큐와 계절 야채볶음, 부추딤섬, 볶음밥이었다. 하나하나 감탄이 나올 만큼 훌륭했다. 삼겹살은 그야말로 겉바속촉. 껍질 부분이 튀겨지듯 나오고 겨자소스를 주지만 굳이 찍어먹지 않아도 간이 맞다. 계절야채를 물어보니 초이쌈이라고 하면서 굴소스나 마늘소스 중 선택하라고 한다. 우리는 마늘소스를 선택했다. 초이쌈은 그 자체로도 너무나 달고 맛있었고 마늘소스는 남은 바닥까지 긁어서 볶음밥과 먹어치웠다. YEN은 상대적으로 젊고 힙한 분위기였고 관광객이 훨씬 많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유명하다는 오리반마리와 역시 계절야채볶음, 그리고 흰쌀밥을 시켰다. 오리는 요리사가 직접 보는 앞에서 살점을 발라주고 밀전병에 오이, 파와 함께 말아준다. 오리가 유명한 집답게 간이 맛있다. 남은 오리는 탕과 죽, 볶음 중 선택을 하라고 한다. 우리는 볶음을 선택해서 쌀밥과 같이 먹었다. 이곳의 계절야채는 브로콜리와 초이쌈, 청경채, 그리고 목이버섯과 비슷한 버섯을 굴소스에 볶아준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다른 음식은 시키지 않았음에도 다 먹지 못했다. 친절하게 포장해 준다고 했지만 공항을 가야 하는 관계로 남기고 나왔다.



중화항공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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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육면과 돼지귀무침





이곳은 어지간한 뷔페식당만큼 음식이 다양했지만 우리는 배가 부른 상태라 많은 것을 먹을 수가 없었다. 동반자가 우육탕을 만들어서 가져왔는데 맛을 보다가 너무 맛있어서 결국 내가 다 먹어버렸다(사실 일정 내내 우육탕 먹고 싶었지만 동반자가 별로 안 댕겨하는 것 같아서 참았었다). 돼지 귀무침이라는 요리가 신기해서 가져왔는데 족발을 매콤 새콤하게 무친 담백한 맛이었다. 그 밖에도 고구마 볼, 각종 딤섬등 다양한 음식이 있었지만 먹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타이베이에서의 4일. 여기저기 가야 한다는 목적 없이 느긋하고 편안하게 즐겼다. 먹는 즐거움은 상상이상이었고 박물관은 타이베이에 또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늘, 여행의 9할은 날씨라고 여기는데, 운이 좋게도 머무는 내내 비가 오지 않았다(대만은 연중 비가 오는 날이 250여 일이라고 한다). 산들바람을 맞으며 걸은 디화제 거리나, 쑹산문화지구는 머릿속에 잊을 수 없는 스냅사진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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