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강

by 은월 김혜숙


고통을 나누자던 말 끝에
내 이름이 먼저 잘려 나갔다


퇴직은 신청이 아니라
통보였고
이별은 예고도 없이
가슴 한가운데를 베어 갔다


텅 빈 마음으로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아파트 정원수 하나
머리채가 댕강
잘린 채 서 있다
순간,
서로를 알아봤다


너도
버티다가
이렇게 된 것이구나
겨우내
묵언수행하다
결국
가장 아픈 곳을 내어준 채
우리는 지금
비슷한 모양으로 서 있구나


나는 사람의 말에
너는 사람의 손에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소리를 들었겠지

댕강 ㅡ


ㅡㅡㅡ


* 봄 새 단장 한다고 우리 아파트 정원수가 다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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