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보수 기독교는 사회로부터, 그리고 같은 신앙을 가진 성도들로부터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글은 비난이 아니라 내부를 향한 성찰을 위한 것이다.
신앙의 본질이 사랑과 진실, 그리고 정의라면, 우리의 믿음의 행태는 그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고자 한다.
먼저, 우리는 특정 의제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차별금지법 논의처럼 사회적으로 큰 파급력을 지닌 사안에서 신앙적 우려를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사실 검증과 타인에 대한 존중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공포를 자극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감정적 동원을 반복한다면,
교회는 진리를 전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불안의 확성기가 되고 만다.
성경이 말한 “진실을 말하라”는 명령은 특정 사안의 찬반을 넘어선 윤리적 태도를 의미한다.
둘째, 권력의 집중 문제다.
현대 민주주의가 삼권분립을 통해 권한을 나누듯, 교회 역시 거버넌스의 분권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목회자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는,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비판과 견제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
재정의 투명성, 의사결정의 공개성, 독립적인 감시 장치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이것은 목회자를 불신하자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을 전제한 지혜이다.
셋째, 교회는 공적 책임의 회복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와 가난, 정의의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정치적 이익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는
복음의 정신과 거리가 멀다.
신앙의 사회적 증언은 특정 진영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 공의와 긍휼을 드러내는 일이어야 한다.
나는 같은 신앙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교회 안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성정체성, 가족, 교육 문제 등 다양한 사안에서의 우려와 시각 차이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논의 속에서도 사랑과 진실이라는 불변의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
다름을 죄악으로 몰기보다, 사실을 분별하고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태도—
그것이 복음이 가르친 방식이다.
이제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권력은 분산하고, 정보는 검증하며, 약자를 먼저 본다.
지도자는 탈권위로 모범을 보이고, 평신도는 신앙적 양심과 시민적 판단력을 함께 훈련해야 한다.
그럴 때 교회는 사회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치유와 희망의 공동체로 다시 설 수 있다.
사랑과 진실을 불변값으로, 권력은 분산값으로.
그것이 오늘의 교회가 회개와 갱신을 통해 되찾아야 할,
하나님 나라의 질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