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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성공을 자랑할 수 없는가

by 신아르케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나는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과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심리적 만족이 주는 달콤함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성공을 자랑하는 일은 얼마나 불완전한 태도인지 금세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성공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이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시각 중심의 존재이며,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외모, 체격, 체형, 그리고 타고난 체력은 삶 전반을 결정짓는 요소다.
강한 체력과 체질을 가진 사람은 무엇을 하든 더 오래 집중할 수 있고, 더 많은 양을 더 빠른 속도로 수행할 수 있다.
집중력과 에너지가 강한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성취의 기회가 더 넓게 열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성공의 출발점은 이미 공정하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도 마찬가지다.
윤리와 도덕성조차도 상당 부분 타고난 기질의 영향을 받는다.
어린 학생들을 지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자연스럽게 정직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어떤 아이는 틈만 나면 요령을 피우고, 부정을 상습적으로 저지른다.
선천적 기질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말하자면 윤리·도덕 역시 ‘금수저’가 있고, ‘흙수저’도 있는 셈이다.

성격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온화하고 차분하며 공감 능력이 잘 발달해 있지만,
어떤 사람은 기질적으로 충동적이고 참을성이 부족하며 쉽게 폭력성을 드러낸다.
싸이코패스를 다룬 여러 연구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 자체가 거의 없는 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욕망의 정도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성욕·권력욕·경쟁심이 지나치게 강하고, 어떤 이는 비교적 온순하게 태어난다.
어떤 이는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10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만,
어떤 이는 “1의 노력”만으로도 쉽게 통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이 모두 그만큼 노력한 것일까?
꼭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어쩌면 그 사람은 그저 축복받은 유전자와 기질을 타고났을 뿐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우리가 사회적으로 정죄하는 사람들조차도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타고난 기질, 환경, 유전적 조건이 이미 불리한 방향으로 주어진 경우가 많다.
이 사실을 생각하면, 범죄자나 문제아조차 완전히 자신의 탓으로만 돌리며 비난하기 어려워진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공평하지 않은 세계다.
누가 “세상은 공평하다”고 말했던가?
시작점 자체가 다르고, 주어진 것 자체가 다르다.
그러니 끊임없이 비교하기 시작하면 삶이 힘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비교는 곧 열등감이 되거나, 우월감이 되거나, 둘 중 하나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생명, 기질, 성격, 능력에 먼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없는 것을 세어 우울해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들을 헤아리며 그 위에 삶을 쌓아 가야 한다.
그리고 그 제한된 조건 속에서, 자신의 선택과 의지로 자신의 존재를 형성해 가는 자유를 실천해야 한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말했다.
우리는 무한한 자유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던져진 세계 속에서의 제한된 자유만을 가진 존재라고.
내일 교수형을 앞둔 사람에게는 “죽지 않을 자유”는 없지만,
어떻게 죽을지에 대한 자유는 여전히 남아 있다.
존엄하게 죽을지, 아니면 울고불고 초라하게 죽을지는 그 사람의 선택이다.
자유란 바로 이런 것이다.
주어진 조건을 초월해서 다른 조건으로 뛰어넘는 힘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 안에서 선택하며 자신을 만들어 가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성공이나 능력을 자랑할 필요가 없다.
그저 운 좋게 좋은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을 뿐이다.
그리고 그 운이 모두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겸손해지고, 타인을 쉽게 정죄하지 않게 되며, 비교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남은 것은 단 하나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나의 선택으로, 나의 존재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인이 사는 방식이며,
우리가 결국 도달해야 할 삶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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