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실험으로 준비하는 시민의 윤리
나는 지금 하나의 생각실험을 해보고자 한다.
삶의 현장 어딘가에서, 육체적 힘이나 권력을 바탕으로 위협을 가하거나 공격성을 드러내는 사람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문신을 한 조직폭력배일 수도 있고, 어두운 골목을 무리 지어 다니는 불량 청소년들일 수도 있다. 혹은 교통 위반을 하고도 되레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하는 운전자일 수도 있다. 나의 기질과 신념을 고려할 때, 나는 그런 상황을 모른 체하고 지나치기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용기와 정의를 삶의 핵심 덕목으로 여긴다. 실제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옳지 않은 것에는 ‘아니요’라고 말하고 싶은 성격이다. 외면하고 회피해도, 오히려 자존심이 상하고 정신적으로 더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찰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순수한 힘이 지배하는 무정부 상태도, 폭력이 정당화되는 전쟁 상태도 아니다.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모든 폭력은 공권력에 의해 제재되어야 하며, 사적 복수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기억나는 사건이 있다.
2023년 10월,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청소년들에게 항의하던 60대 남성이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 기사는 전국적으로 보도되며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문제는 해당 남성이 도의적으로 옳은 말을 했음에도, 적절한 방식과 보호 장치 없이 대면한 결과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사건을 접하며 질문을 던졌다.
“정의롭고 옳은 말을 하는 것 자체는 훌륭한 일이지만, 그 방법과 타이밍은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내가 취해야 할 지혜로운 대응은 무엇일까?
나는 생각실험을 통해 몇 가지 전략을 정리했다.
첫째, 신고를 최우선으로 한다. 정부가 마련해 둔 간편 신고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놓고, 긴급 상황에서는 신속하게 공권력을 호출한다.
둘째, 상식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식적인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다. 예의와 배려가 결핍된 존재에게는 인격적인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셋째, 잘못된 행동을 눈으로 확인했다면 예의 바르지만 단호하게 언어로 경고하는 용기를 가진다. 다만, 상대의 반응이 감정적이거나 폭력적이라면 즉시 거리를 두고 상황을 종료한다.
예수께서도 말씀하셨다. “너희 말을 듣지 않거든 그 성에서 나와 너희 발의 먼지를 떨어 버리라.” (마태복음 10장 14절)
경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는 자리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라는 지혜로운 말씀이다.
우리는 악을 이기기 위해 악의 방식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악한 존재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내가 악해지는 것은 패배다.
이병헌 주연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처럼, 복수를 좇다 보면 결국 내가 악마처럼 변할 수 있다는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침묵만이 답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시민으로서 '악에 대하여 선하게 저항할 책임'이 있다.
무례한 행동, 불법적 위협, 반사회적 태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들은 점점 더 오만해지고 악행은 구조화된다. 최소한 우리의 표정과 태도로 불쾌함을 표현하고, 때로는 공적인 채널을 활용해 제재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하고, 충동이 아닌 신념으로 행동하며, 분노가 아닌 용기로 응답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실험을 통해 내린 윤리적 대응의 기준이다.
우리는 모두 우연한 삶 속에서, 예고 없이 다가오는 위협과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준비된 정신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생각실험을 통해 삶을 정돈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지혜롭고 단단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내면의 훈련을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