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며 나이를 먹지만, 우리의 내면은 좀처럼 함께 자라지 않는다. 신체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분명히 늙어가건만, 마음속 한편은 여전히 철들지 않은 어린아이처럼 남아 있다.
문득 떠오른 영화 한 편이 있다.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74세의 오말순(나문희 분)은 어느 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후, 20대의 젊은 여성(심은경 분)으로 변한다. 외모가 젊어지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진다. 내면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그를 전혀 다르게 대한다.
반대로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서는 성공한 변호사였던 여주인공이 사고로 인해 중년 여성의 몸으로 변화되면서, 이전엔 보지 못했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깨닫게 된다. 외적인 젊음이 사라지고, 매력이 퇴색되면서 비로소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진다.
두 영화는 공통적으로 묻는다.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는 외모만 자라고 내면은 여전히 어린 시절의 모습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어른의 책임과 권한을 지닌 나이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인정받고 싶은 마음, 질투와 시기, 미움과 자존심, 허영과 비교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간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생각과 행동은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이를테면 어떤 사회적 조직에서든, 겉으로는 고상하고 전략적인 판단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를 들여다보면 초등학교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싸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쟁심, 인기 갈망, 인정 욕구, 그리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는 착각.
이 모든 것은 여전히 우리 안의 미성숙한 아이가 발버둥 치는 흔적이다.
문제는 우리가 늙어가며 사회적으로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될 때, 이 미성숙함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은 단순한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라, 정신적 성숙이라는 과제를 함께 지닌 숙명이다.
톨스토이는 말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생명과 시간을 허락하신 이유는
그가 살아가는 동안 영적, 정신적 성장을 이루기 위함이다."
성경은 이를 "성화(聖化)"라 부른다. 단순히 구원받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날마다 거룩함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가 되라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해가 바뀔 때마다 나이만 덧입고, 생각은 그 자리에 머무르며, 세상살이에 익숙해질 뿐 내면은 성장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내 부모 세대가 떠나고, 내가 인생의 선배가 되어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나를 바라보며 배워야 하는 위치에 서 있는 지금,
과연 나는 그에 걸맞은 성숙을 이루고 있는가?
존경받을 만한 생각과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주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한다.
“나의 부족함을 아시는 주님,
나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나이가 아니라, 성숙함으로 진정한 어른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