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허락하신 궁극의 관계, 결혼이라는 여정

by 신아르케

결혼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27세에, 제 또래에서는 다소 이른 나이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였고, 어느덧 18년째의 결혼 생활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남녀는 어떤 과정을 거쳐 결혼에 이르게 될까요? 흔히 말하는 ‘운명’이나 ‘천생연분’이라는 낭만적 상상을 잠시 내려놓고, 보다 이성적이고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결혼이라는 관계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결혼은 타이밍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너무 이른 만남은 열병처럼 지나가는 사랑으로 끝나기 쉽고, 너무 늦은 감정은 때로는 도덕적 경계를 넘나드는 관계로 흐를 수 있습니다.

연애를 시작하면 감정은 빠르게 타오릅니다. “이 사람은 내 인생의 단 한 사람이다”, “지금 놓치면 후회할 것이다”라는 확신이 강하게 밀려옵니다. 일명 ‘콩깍지가 씐’ 상태입니다.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이라면, 상대는 내가 오래도록 꿈꾸어온 이상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종종 생리학적인 작용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여성의 에스트로겐이 성적 매력을 유발하고, 이후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페닐에틸아민 등이 분비되어 상대에게 몰입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단점이 보이지 않고, 장점만을 과장되게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같은 호르몬들이 작용하며 정서적 유대감과 신뢰가 형성됩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우리는 연애 초기에 자신의 이상을 상대에게 투사합니다. 확증 편향으로 인해 좋은 면만을 보고 기억하며, 현실과의 괴리는 망각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비감은 사라지고, 환상은 서서히 무너집니다.

저희 부부는 교제 세 달 만에 결혼을 했기에, 그 시점에서 서로에 대한 환상은 절정에 달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저는 결혼은 ‘콩깍지가 씌었을 때’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모두 파악한 후에도 결혼에 이르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자주 말하는 “딱 맞는 사람”, “천생연분”이라는 표현에 숨어 있는 환상입니다. 같은 부모에게서 자란 형제자매도 성격과 기질, 취향이 제각각입니다. 하물며 성별, 배경, 가치관, 세대 차이가 있는 남녀가 완벽히 맞는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공통점을 발견하는 데 몰두했던 연애 초기와 달리, 결혼 후에는 차이점이 훨씬 더 많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천생연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결혼은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사랑의 환상이 깨지고, 서로의 민낯을 마주하며 다투고 실망합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아 기르고, 경제적 독립을 함께 이루기 위해 고난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됩니다. “이 세상에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서로 각진 퍼즐 조각 같던 두 사람이 부딪히며 모난 부분이 깎이고, 마침내 맞물리는 조각이 되어 가는 것. 그것이 결혼의 정수입니다.

성경 창세기 2장 24절은 말합니다.
“그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이 말씀은 단순한 육체적 연합을 넘어,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결합, 인격적이고 영적인 연합을 의미합니다.

결혼의 시작은 ‘남남’입니다. 생물학적으로 DNA 하나 섞이지 않은 타인이지만, 결혼이라는 서약 아래 그 관계를 성실히 지속해 나간다면, 결국 둘은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하나의 존재처럼 엮이게 됩니다.

‘한 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시작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과 인내를 통해 완성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물론 그 길은 험난합니다. 결혼 초기는 전쟁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신의와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인내하고 헌신한다면, 그 부부는 감정과 육체, 정신과 영혼이 깊이 섞인 궁극의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그것은 단순한 합이 아닌, 새로운 인격의 탄생입니다.

결혼은 누구와 하느냐보다, 그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본질이 있습니다. 천생연분은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사르트르는 말했습니다.
“사랑은 타인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함께 머물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키에르케고르는 덧붙였습니다.
“초기 사랑은 격정이고, 진정한 사랑은 믿음과 헌신이다.”

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어떤 아름다운 여인이 저를 유혹한다 해도, 그 누구와도 지금의 아내를 바꿀 수 없습니다. 낯선 설렘이 주는 쾌락은 짧고, 진정한 친밀감은 오랜 세월과 함께 쌓인 것입니다.

한 지인이 오래 사용하던 피아노를 중고로 처분한 후, 이유 모를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결국 그 피아노를 다시 되찾자, 우울이 사라졌습니다.
하물며 생명이 없는 피아노조차 그러하다면, 평생 함께한 배우자와의 관계는 얼마나 더 깊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까요?

실제로 오랜 세월 함께한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면, 남은 배우자도 곧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타카츠보 심근증’ 또는 ‘부부 심장 증후군’이라 부릅니다.
편도체의 과활성,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감소, 아드레날린·코르티솔의 급등 등은 심장 기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처럼 배우자는 단지 ‘동반자’가 아니라 존재적 일부입니다.

그래서 부부관계는 인생의 최우선에 두어야 합니다. 아무리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더라도, 가정에서의 행복이 무너지면 인생 전체가 흔들립니다.

좋은 부부관계는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대화와 설득, 인내와 사랑, 책임과 정직이 쌓여야만 이룰 수 있는 결과물입니다.
결혼은 제도나 관습이 아닙니다. 그것은 평생을 통해 완성해 나가는 영혼의 연대이자, 신이 허락하신 궁극의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