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더 가까이 올 때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맨몸운동을 하며 먹고사는 것.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내가 고민 끝에도 하고 싶었던 건 이것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해도, 해야 하는 일을 해도, 어떻게나 저떻게나 힘들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3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경험을 했다. 맨몸운동이라는 분야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생소한 편이지만, 더 많은 사람과 운동할 수 있었다. 맨몸운동은 원래는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나조차도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재미를 처음 느꼈다.
사정이 생기면서 강남 삼성동에서 왕십리로 옮기는 와중에, 그리고 그 후, 많은 회원님과 작별을 하며 어떤 부분에서는 리셋되는 것처럼 보였다. 매니저라는 위치에서 코치를 겸하는 포지션으로 개인적으로는 일을 늘리고 더 변화를 주려고 시도했다.
한때 새는 날아가며 뒤돌아보지 않는다며 더 열심히, 더 노력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초 있었던 개인적인 일로부터 인생 전체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 후 마침내 왕십리에 와서는 나는 내일이라도 바로 죽을 수도 있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는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가깝게 느꼈다. 언제까지 여기서 일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급속도로 들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한 해의 절반이 약간 넘게 지나간 시점에서 일적으로 새로운 목표이자 마지막 목표를 세웠고 당시 그 목표는 개인적으로는 달성할 엄두가 나지 않던 목표였다. 엄두는 나지 않지만, 이 정도도 못하면 아예 다 그만두는 게 맞지 않겠냐며. 가족을 차마 적군의 손에 죽게 하고 싶지 않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황산벌에 나가는 각오로 스스로만의 배수진을 쳤다. 10월경 그 목표는 초과달성 되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으로 이어졌다.
계백 장군 역시 황산벌에서 만약 이겼더라도 또 그다음이 더 큰 고민이었지 않았을까?
날아가는 새는 뒤를 보지 않더라도, 더 먼 곳을 보게 되어서인지, 내일 더 잘 날 수 있게 만드는 노력으로는 비행기가 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와닿게 느끼고 털갈이에 들어가기로 한다. 비행기가 되기 위한 오랫동안의 털갈이를.
새는 날아가며 뒤돌아보지 않고 결국 비행기가 될까? 아직 아무도 모른다.
[요마카세] 목요일 : 맨몸운동을 하며 생각한 것들
작가 : 종태
소개 : 맨몸운동을 10년 넘게 하며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든 생각이 운동보다 더 커졌고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나눠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