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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현대블루핸즈보다 더 퍼런 블루핸즈KAPITAL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최애 브랜드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오늘은 제 최애 브랜드 Kapitl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일본 데님 문화는 미국식 오리지널 청바지를 복각하거나 레플리카 제품을 만들며 발전했어요. 여기에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을 더해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퀄리티의 데님을 만들어 가는 브랜드입니다.


캐피탈의 시작은 창업주 히라타 도시키요입니다. 고베에서 자라 운동을 좋아하던 히라타는 평소 패션보다는 무도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었죠. 1970년 오사카에서 열린 가라데 토너먼트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의 권유로 해외에서 무술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는 하와이로 떠나게 되었고, 체육관에서 일을 하며 지내던 중 미국 내 일본인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나게 돼요.


평소 패션에 관심이 없던 히라타는 청바지를 히피나 입는 옷이라 생각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았어요. 미국 횡단을 하며 청바지는 히피가 아닌 일반인들도 입는다는 사실을 보고 느끼게 되었죠. 미국 횡단 여행이 끝난 뒤 일본으로 돌아온 히라타는 일본에서 대학교를 졸업 후 결혼을 해 아내의 고향인 오카야마의 코지마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오카야마 그리고 코지마는 일본 내에서도 데님의 성지인 지역이었죠. 수많은 데님 브랜드와 공장이 밀집해 있었고, 직업이 필요했던 히라타는 존불이라는 청바지 제조회사에 입사하게 됩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입사한 회사였지만 일본 데님 문화에도 (그리고 저에게도?) 꼭 필요한 인물이었는지 일한 지 몇 년이 지난 뒤 히라타는 지역에서 전설적인 재봉사가 되어있었죠. 실력과 기술이 늘어가며 조금 더 발전된 옷들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일본 데님 브랜드는 미국의 트렌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어요. 회사가 성장할수록 미국을 따라 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히라타는 존불을 떠나게돼요. 미국을 뛰어넘는 청바지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1985년 캐피탈(Capital)을 설립하게 됩니다.


목표는 뒷주머니의 스티치나 라벨을 보지 않고도 무슨 브랜드인지 알 수 있는 청바지를 만들어 내는 거였죠. 소재, 재봉, 처리 등 수많은 실험을 거쳐 특유의 워싱과 오랫동안 사용한 듯한 흔적을 재현한 청바지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도쿄 의류 매장에서 판매하며 일본 장인 정신이 깃든 작은 데님 브랜드였던 피털이 지금처럼 확고한 위치와 마니아층을 만들게 된 것은 바로 히라타의 아들의 합류 시점부터입니다. 히라타의 아들 ‘히라타 가즈히로’는 일본에서 만들어졌음을 강조하고 일본 특유의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데님 브랜드 45rpm 디자이너였어요. 이때부터 브랜드의 시작점인 코지마의 K를 따와 Kapital로 브랜드를 설립하게 됩니다. 회사의 이름은 Capital이지만 브랜드 이름은 Kapital 이유입니다.


캐피탈 로고 블루핸즈


디자이너 아들이 합류하면서부터 브랜드의 확고한 콘셉트가 등장하게 돼요. 깔끔한 디자인에서 조금씩 다른 워싱만 추가되던 다른 복각 데님 브랜드와 달리 조금 더 남루한 보헤미안 콘셉트를 가미했어요. 카탈로그 제목부터 바다 집시, 하늘색 무정부 상태, 가라앉은 보물 속 데님, 콜로라도 히피 등 ‘방랑자 세계관’을 만들어 그에 맞는 의류를 론칭하기 시작했습니다. 로고부터 제 마음을 흔들었는데요. 로고는 블루 핸즈로 일본 인디고 염색장인의 얼룩진 파란 손을 모티브로 만들었습니다. 브랜드 탄생부터 로고까지 생산자가 상징이자 대표되는 것부터 Kapital의 정신이 느껴지잖아요.


캐피탈 본 시리즈
캐피탈 스마일 로고

대표적인 디자인은 갈비뼈 모양 프린팅인 Bone 시리즈와 스마일 프린팅이에요. 인기가 많아 높은 금액대에 리셀 거래가 되는 상품이죠. 그래도 마니아층을 사로잡은 건 브랜드의 시작점인 장인 정신이 깃든 디자인입니다. 바로 원단 모든 부분에 스티치가 수놓아져 있는 사시코 스티칭 센츄리 데님 들과 보로랍니다. 보로는 19세기말 원단이 부족해 생활필수품인 기모노나 이불보 등 원단이 얇아지게 되었는데 그 천을 모아 사시코 방식으로 꿰매 붙여 기워나가며 만드는 방식이에요. 원래 기반이 된 천이 뭐였는지 조차 구별하기 어려운 옷감으로 겉모습은 누더기?처럼 보이지만 찢어진 청바지를 수선하거나 일반적인 대미지 기법을 이용한 데님들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옷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오래 입은듯한 과감한 워싱과 흔적이 생겨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사시코 스티칭으로 Kapital 브랜드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100년을 입는 데님’입니다. 이미 100년 입은 것처럼 생겼다는 얘기도 종종 듣기는 하지만 100년 뒤에도 입을 수 있을 만큼 내구성도 뛰어나다는 것인데요. 결혼이나 자녀 계획은 없지만 만약 생기게 된다면 제 사시코 데님과 보로 재킷은 꼭 물려줄 생각입니다 �


<소장용>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애들입니다.


Kapital을 모르는 사람들은 역 근처에서 방황하는 저를 보면 돈을 건네줄 수도 있는 옷이지만 저에게는 높은 가격대에도 주저 없이 지갑을 열게 만들어요. 만드는 사람과 입는 사람 모두 병적으로 장인 정신을 강조하고 이로써 합리화하며 구매하는 제 최애 브랜드 Kapital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요마카세] 일요일 : 일단 사볼까?

작가 : 인정

소개 : 옷 파는 일로 돈 벌어서 옷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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