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 19일 삼송동에 있는 청소년 카페 와락(유창프라자 503호)에 마흔일곱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이 들어섰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면서 엉키고 꼬인 타래를 다 받아들여 대화로 풀겠다고 나서는 도서관장 김재정은 별명이 ‘바다’다.
바다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가정이 평화로워야 마을이 평화롭고 마을이 평화로워야 나라가 평화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부부가, 어버이와 아이가, 이웃과 이웃이 머리 맞대고 평화 그림책을 연주하면서 가슴에 평화 풀씨를 뿌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꼬마평화도서관을 열었다”고 했다.
가운데 꽃을 모시고 높고 낮음이 없이 둥글게 둘러 앉은 개관잔치는 도서관장 바다가 ‘스틸 텅 드럼Steel tongue drum’으로 ‘달 뜬 강’을 연주하면서 문을 열었다. ‘달 뜬 강’은 1961년에 나온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기타를 치면서 불러 널리 알려진 가락이다.
달빛이 흐르는 넓디넓은 강. 언젠가 나는 아름다운 그대를 건너리. 그리운 꿈을 낳고, ……세계를 보려고 이리저리 헤매는 우리 둘. 아직 보지 못한 세계가 무척 많아. 같은 무지개 끝을 그리면서, 굽이진 모퉁이에서 기다려…….
달빛이 강에 드리우듯이 이웃과 이웃이 두루 어울려 평화를 그리면서 나아가겠다는 뜻을 담아 연주했을 테다. 이어서 잔치에 온 사람들이, 가정과 직장, 마을에서 사이가 틀어지지 않고, 설혹 틀어졌다 하더라도 사이를 돌려놓으려는 뜻을 담아 어우렁더우렁 ‘한몸살이놀이마당’을 펼쳤다.
꼬마평화도서관을 여는 잔치에서 꽃이라 할 수 있는 그림책연주 마당은 바다와 간호사 이유정이 이웃을 어떤 눈길로 바라보고 품느냐에 따라 평화로울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빚은 <눈>을 연주했다.
“눈은 우리에게 얼마나 값진 선물일까?”로 문을 여는 이 책은 옆 페이지에 뚫어진 구멍 두 개 사이로 눈동자가 보인다. 한 장을 넘기면 선물 상자와 꽃 두 송이가 펼쳐진다.
날마다 우리를 이끄는 눈은 위험에 놓인 우리를 살려주기도 하는데, 그것을 잊고 산다며 풀어가는 이야기는 눈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몫을 하는지 깨닫게 한다. 그러나 앞을 보지 못하더라도 눈이 아닌 다른 느낌을 살려 세상과 기꺼워질 수 있다고 하면서 장애를 넘어서는 힘을 일깨운다. 모든 이웃이 기껍고 흐뭇해질 수 있는 결을 찾아가겠다는 뜻을 담은 연주다.
청소년 카페 '와락'은 본디 삼송동안교회이다. 짚어보면 교회나 성당, 절은 쓸모있는 날보다 쓸모를 잃은 날이 더 많다. 어떻게 하면 이곳을 더 많은 이가 누릴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신동희 목사가 청소년 카페를 열어 젊은이들이 와서 누리도록 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꼬마평화도서관에도 품을 열어 앞으로 다달이 첫 번째 목요일 오전 11시에 평화그림책연주가 펼쳐지도록 했다.
꼬마평화도서관으로 그림책연주회장으로 카페와 교회를 넘나들며 탈바꿈하는 이곳은 무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