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윌 헌팅

by 이상

Good will hunting


첫 번째 영화 감상은 너로 정했다!


이 영화 10번은 족히 본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빨리 넘기지도 않고, 현재의 저로써 다시 한번, 생각하며 보는 영화입니다.


명 배우인 맷 데이먼, 벤 에플랙, 로빈 윌리엄스 등이 출연했죠.

(로빈 윌리엄스는 안타깝게 고인이 되셨죠. 죽은 시인의 사회 등 참 좋은 영화가 많았는데요.)


이 영화는 천재 ‘윌‘ (맷 데이먼)이 어렸을 적 받은 학대의 상처로 불우하고 반항적인 삶을 살다, MIT 수학 교수 '램보‘를 만나 재능을 꽃 피우고, ‘숀’ (로빈 윌리엄스)을 만나, 상처를 위로받고 변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많이 회자되는, 아래 대사가 함께한 장면이죠.


It's not your fault.


숀이 윌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이 대사를 반복합니다.


각자가 겪은 학대의 기억을 나눈 후에 말하죠.


처음엔 왜 그러냐며 안다고 이제 그만하라는 제스처까지 취하는 윌.


계속된 마주보며 하는, 진심 어린 말에 결국 눈물을 터트리고 윌이 숀에게 안깁니다.


불우한 과거를 드러내려 하지 않고, 어쩌면 천재적인 머리로 자신을 가리고,

어쩌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했던 윌.


자신을 위로해 주는 숀에게 눈물과 함께 마음을 열게 되는 순간이죠.


누군가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상처를, 속 마음을 보여줘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때 나를 온전히, 그대로 이해해 주고 감싸주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인생일 겁니다.


그런 사람은 드물고, 심지어 그런 척 하면서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이라 경계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도 하구요.





이 명장면이 있기 전에,


윌은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와 싸움을 하다, 제압하려고 온 경찰을 치고 재판에 넘겨지죠.


그때도 멋지게 스스로 판례를 언급하며 자신을 변호하지만, 판사님이 이전 과거 기록을 보며 결국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때 램보 교수의 도움으로,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연구를 돕는 조건으로, 처벌을 면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심리치료.


정신과 의사, 교수들이 윌을 치료하기 위해 오지만,

윌은 그 교수의 책을 읽고 와서 조롱까지 해버리며,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죠.


그러다 안 되겠다 싶어, 램보 교수가 만남을 주선한 사람이, 자신의 대학 동기인 숀이었습니다.



당연히 치료에 비협조적인 윌.


"자, 치료 한번 시작해 보시죠."

라며 첫 만남에서도 건방진 자세를 취하죠.


상담 과정에서 책 이야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한 그림을 보고, 숀의 아픈 과거를 꼬집으며 마음을 헤집어 놓죠.


그가 처음 만난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할 정도로 사랑했지만, 결국 사별한 부인 이야기를 하면서요.


그리고, 다시 만난 날,

연구실이 아닌, 밖으로 나가자고 해서 호수가 있는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다 숀이 이런 말을 하죠.


“너 고아지?

고아와 관련된 책을 읽는다고 널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전쟁에 관한 책을 읽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겠지만,

전장에서 죽어가는 전우의 눈빛을 보지 못한 넌.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어.


내 방의 그림 하나 보고,

나와 내가 사랑한 사람과의 삶을 쉽게 단정짓는

넌 결국 애송이야.“


라는 말로, 정신과 의사로서 치료라기 보다,

인생 선배로서 삶에 대해 이야기 해주죠.


이때부터 점차 서로를 이해하며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단초가 된 거죠.


제가 건대를 나온 건 아닌데,

종종 건대에 가서 밥 먹고, 호수를 한참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도 해보고, 같이 간 사람과 산책하며 사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도 이 장면을 본 후 부터죠.


이런 장소는 인생을 생각하고 나누기 참 좋은 장소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천재성이 돋보인 장면들 때문입니다.


위의 장면은 하버드 근처 펍에 친구들과 놀러 가서,

여학생들에게 작업을(?) 하는데,

나타나서 방해하는 훼방꾼 하버드 생을 혼내주는 모습입니다.


어려운 책 이야기를 하며 잘난 척하고 끼어드는 상대에게, 더 높은 수준의 지식으로 보기 좋게 깨 줍니다.


계속 도용만 하는 상대에게,

도용하는 내용의 출처를 말하며 나도 다 읽어봤는데, 너 생각은 없고 계속 도용만 할 거냐고 지그시 밟아주죠.


정말 통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장면입니다.


(깨알 비교한다면,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오징어 게임에서 박해수 님이 이정재 님에게 오지랖 떨지 말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다다다 쏘는 장면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정재 님의 맞대응도 기억에 남구요.)


대학에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책을 독학해서 저 정도 수준에 오를 수 있다니요.


제 글을 쭉 읽어 와 주신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흙수저라 학창시절 학원을 잘 다니지도 못했고, 그나마 짧게 다니다가도 집에 돈이 없어 학원을 그만둬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독학으로 할 수 있다. 스스로 다양한 책을 보고 깨닫자.

쫄지말고 몇 번이고 반복하고 공부해서 생각하며, 유감없이 실력으로 보여주자. 객관적인 시험 성적으로 말하자. 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노력하게 만든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 장면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MIT에서 청소부 일을 하면서,

램보 교수가 학생들을 위해 낸 초 고난도 문제를,

(수학계에서 최고의 상까지 받은 MIT 교수들도 증명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는 수준)


풀어버리죠.


혼자 책을 보고 공부하며 연구하는 모습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책을 쌓아놓고 공부하는 장면을 보며,

저 또한 학교 도서관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책, 저 책 읽기도 했었죠. 수레에 담을, 만 권 이상의 책을 보자는 말이 와 닿아 꾸준히 그렇게 해왔습니다.

회사 도서관 우수 이용자로 문화상품권을 받은 건, 내가 잘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 선물이었습니다.


거울에 수학 증명을 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갑자기 생각나는 영감이나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냅킨이든, 휴대폰 메모장이든, 어디든 일단 메모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수학 문제나 철학적인 고민이 있으면, 몇날 며칠, 길면 몇달동안 수첩에 적어두고 고민하고, 주변에 조언을 들어본 적도 있습니다.


참 멋진 영화죠.

사람의 인생에 이런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이 정도 영화의 명대사를 쓰는 날이 저에게도 올까요? 인생에 그런 시나리오와 책을 남긴다면, 행복한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나이 먹고도 참. 브런치를 하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하늘, 강, 바다를 좋아해서 사진을 찍게 만든 장면입니다 ^^




마지막은 역시 키스로 끝나야겠죠.

대한민국 최초 연애수필 연재 작가답게요.


윌은 천재성을 발휘해서 여자친구의 레포트까지 금방 써주고, 같이 놀자고 하죠.


대학 시절, 이 영화 따라서 여자 친구 레포트 써주다죽는 줄 알았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을 실감했죠.


그 덕에 공식적으로 부전공은 하지 않아서, 학력에는 쓸 수 없지만,

거의 부전공 급으로 레포트 써줘서, 웬만한 것은 많이 알아 잘 써먹고 살고 있습니다.


덕분에 마음을 담아 설레이며 사랑도 해보고, 쓰라린 마음으로 이별의 상실감에 허덕이기도 해봤죠.


지금까지 ‘밥 잘 사주는 누나’는 못 만나 본,

‘레포트 잘 써주는 오빠’ 이상이었습니다.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마지막 키스가 도대체 언제인가. 기억도 안 나네요. 그런데 연애수필을 쓰고 있다니. 인생의 아이러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