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섬집아기
https://youtu.be/K5O0xzDpV_A?si=CfuBAFRjPkonetPB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저와 비슷한 시대를 사셨던 분들이라면 이 가사를 들으며,
처음엔 설레고,
나중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이 가사와 노래가 추억이 되어버리셨을 겁니다.
어렸을 땐 만화를 좋아해서 아무 생각 없이 보았는데, 커 가며 보니 스토리도 있고, 감성도 있는 일본에서 온 만화였지요.
드래곤 볼도 그렇고, 슬램덩크 그 이후에 원피스나 여러 다른 일본 작품들을 보며,
왜 일본 만화를 한국에 들여왔는지
(서사와 감동을 한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라기 보단, 돈벌이가 되겠다는 이유가 더 컸을 것 같습니다.)
왜 일본 만화를 완전 개방하면 한국 만화가 망가지고, 만화에 담긴 정서나 문화에 우리가 잠식 당한다는 말까지 있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됩니다.
K 웹툰과 드라마, 영화가 큰 인기를 얻으며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지금.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하지요.
현재는 다른 나라에서 우리 아이돌을 자국민들이 너무 열광적으로, 때로 맹목적으로 좋아하니 그들의 공연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까지 취하기도 하지요. 그만큼 영향력이 커졌다고 봅니다.
제가 뜬금없이 옛날 만화 주제가를 꺼낸 이유는,
추억 감성팔이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문화에 대한 숭배나 그런 것은 더더욱 아니지요. 배척도 당연히 아니구요. 말랑말랑한 문화를 통한 침투나 문화를 통한 정신 지배의 역사도 알지만, 기본적으로 문화의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노래를 부른 김국환 가수 님의 기막힌 첫 소절 도입과 감성만을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다 좋지요.
저는 문학이나 예술, 음악엔 어떤 정서가 깔려 있고, 거기에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어야 널리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공감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경험 속으로 파고 들어 상승 작용을 일으킵니다.
제 경우 첫 소절보다 더 좋아하는 가사는 아래 부분입니다.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 오르네.
저희 어머니는 지금도 멀쩡히 살아 계십니다.
암에 걸리시기도 하셔서 돌아가실 뻔도 하셨는데, 다행히 그나마 조기에 발견해서 수술을 잘 받고 5년이 지나 잘 살아 계십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 집이 가난했던지라, 아버지도 일하시고, 어머니도 식당이나 학교 급식소 같은 곳에 가셔서 일을 하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동생과 함께 할머니 손에 컸는데, 할머니도 몸이 좋지 않으셔서 병원에 가시고 집에 아무도 없으면, 동생과 라면을 끓여 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래곤 했지요. 가난하면 좋지 않은 환경에 살아서 병환이 오기 더 쉽고 시간도 돈도 없다 보니 병원 가기를 미루다 더 병을 키우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학교 다녀와서 그렇게 집에 있으면서 이 만화를 보기도 했던 것 같은데, 어린 시절 재미로 그냥 봤던 이 만화와 노래 가사에 담겨 있던 정서가 제 어린 시절과 겹쳐지며 슬픈 감성과 쓸쓸함 그런 것들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엄마 나가서 돈 벌고 와야 하니까 동생하고 싸우지 말고 밥 잘 챙겨 먹어. 할머님 말씀 잘 듣고.“
이런 말씀을 하실 때 두려움과 헤어짐의 아쉬움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있었고,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고생하시고 마음이 좋지 않으실 어머니 앞에서 큰 아들이 울 수는 없었지요. 그렇게 초등학생 시절 눈물을 삼켰지만 그때의 감정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도 좋아합니다.
https://youtu.be/8zeRgW8dehU?si=gm-MOFqwBsKw9cHf
섬 마을에 살았던 적도, 어머니가 굴을 따러 가신 적은 없었지만,
부모님은 일하러 가시고 동생과 집을 보며 멍하니 있다 스르르르 잠이 든 적은 많습니다.
어머니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든 적이 많았는데요.
왜 여기서 이렇게 자고 있느냐는 말씀에,
식당에서 싸 온 음식 없으시냐고 묻곤 했습니다.
한창 클 때인데, 집이 가난하다 보니 먹는 것이 부실했고, 배 고플 때가 많아서 그랬을 겁니다. 콩물이 없어서 국수를 끓여서 설탕물에 넣어 먹으며 가족들끼리 좋다고 먹던 그런 시절이었지요.
신기하게도 지금 먹는 유명 맛집의 비싼 진국 콩국수보다 그때 배고플 때 가족들끼리 없는 살림에도 나눠 먹던 그 설탕물 속 국수가 많이 생각납니다.
결혼식장 같은 데서 어머니가 비닐 봉다리에 싸 온 음식을 부끄러워 하면서도, 맛있게 먹던 그 시절이었으니까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맞벌이 경향이 훨씬 심해졌지요. 자녀 사교육비만이 문제가 아니라, 집을 사려고 해도, 이런 저런 빚을 갚고 그나마 돈 걱정을 덜며 살려면 맞벌이는 필수라는 말까지 있지요.
남자들도 금수저가 아닌 이상 자신의 수입만으론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자연히 결혼 상대방도 일을 하며 경제적인 능력이 있길 바라며 찾는 일이 많습니다.
단칸방에서 시작하면서도 먹고 살 걱정은 없게 해 줄 테니 숟가락만 들고 오라고 호기롭게 말하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평생 손에 물 묻히지 않게 하겠다는 말도 통하지 않고, 그런 말 자체도 꺼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여성이 임신하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며 전업 주부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다시 복직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경력 개발을 하고 일을 하고 싶어서 그렇다고 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현실은 그보다 돈 때문에 하기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삶의 전쟁터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를 유치원이나 학원 등에 맡기고 일을 해야 하는 부모들을 자주 봅니다.
유치원에 가기 싫고, 부모와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아이들.
때로 울며 떼를 쓰기도 하고, 나중엔 혼이 났는지, 어린 나이에도 현실을 깨달았는지 침울한 얼굴로,
정신없이 출근하는 아빠, 엄마와 매일 이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봅니다.
유치원 생 같은 아이가 동생에게,
“그만 울어 바보야.
아빠하고 엄마 대출 갚으려면 계속 일하셔야 해.“
라는 말을 들으며,
낮은 출산율 세태와 부모님들이 달래며 때로 혼내며 했을 말이 짐작이 갑니다.
그렇게 포기하고 아이가 무표정한 얼굴로 출근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장면을 보면,
과연 이게 맞나?
저출산 대책이라고 부모가 원하면 아이를 하루 12시간 유치원에 맡길 수 있겠다고 하는데, 아이 어디 맡길 걱정 없이 일하고 이래 저래 도움은 되겠지만,
부모와 아이, 가족이 행복한 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노래 소개와 함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려보고,
저처럼 혼자 라면 끓여 먹으며 만화를 보던 추억이 아닌,
아이들이 부모님과 밝게 웃으며 뛰어놀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래 봅니다.
평화로운 일요일
음악과 함께 여유 있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섬집 아기는 듣고 나면 늘 울컥합니다.
그러게요
눈물을 쥐어 짜는 노래도 아니고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인데
때로 이런 노래가 마음을 더 울컥하게 하는 것 같아요
두 곡 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노래인데 글과 함께 구수한 추억에 빠질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작가님의 추억을 걷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저도 행복합니다 ^^
은하철도 999는... 오랜 시간을 지나왔지만 그 감성이있지요..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은하철도 999의 감성은 어떤걸지 궁금해지네요~~
오디션 프로 같은 데서 어린 친구들이 옛날 노래를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부르는 걸 보면, 좋은 노래는 세대 불문 통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즐겨 듣던 노래를 어렸을 때 듣다 함께 좋아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잖아요 ㅎㅎ
아이 키울때 섬집아기를 많이 불렀는데, 저도 시골에서 자라 부모는 항상 빈자리였어요. 작가님은 두 노래에서 부모의 사랑이 고픈 아이를 보셨는데 저는 아무 생각 없었네요. 그리고 섬집아기는 좀 무서웠어요. 아이 홀로 두고 굴 따러간 엄마의 마음이요.
그러셨군요.
요즘의 상식으로 오면 어린 아이를 홀로 놔둔다는 것이 상상이 안되지요. 장성한 아이들도 부모에게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로 느껴진다고 하니까요.
건강 잘 챙기시고 무탈하셨으면 합니다~
너무도 반갑네요. 어릴적 정말 기다리며 봤던 만화영화인데.... 철이의 친근한 모습과 상반된 멋진 메텔이 이상한듯 잘 어울렸던 기억입니다.
철이와 메텔의 모습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원래 제가 그렇게 생각했던건지,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니 그렇게 생각한건지 헷갈릴 정도로 공감이 가네요^^
아름다운 한 주 되세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방영을 했던 것 같은데 때가 때인지라 만화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들 어렸을 때 다시 방영을 해주어 아이들에게 보여준 기억이 나네요.
은하철도 999 노래는 요즘도 간간이 예능프로그램의 퀴즈로 등장해서 다 커버린 아이들과 함께 따라부르기도 한답니다~^^
섬집아기는 언제 들어도 슬픈 것 같습니다. 첫째 아이 어릴 적 잠 재울때 불러 주었었는데 늘 밝은 목소리로 시작을 하다가 끝부분에서 울컥해 목이 메던 생각이 납니다.
작가님의 글에 많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섬집아기와 관련된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니 저도 옛날 생각이 나네요.
음악이란 그냥 덩그러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과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가족간의 애착과 정 그리고 때로 잘 해주지 못하거나 부족한 것에 대한 미안함 그런 복잡 다단한 감정들이 좋은 음악에 함께 묻어 나지요.
평온한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들콩마음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