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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Sep 25. 2024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봤다

축구협회 국회 청문회


https://youtu.be/FZhlLu41dQY?si=eUp3pvtaM-4xc2Ms


그냥 안타까웠다.


특히, 홍명보 형님이.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생방으로 목도한 나에게 그는 영웅이었다.


수비수이면서도 멋진 중거리 슛을 날리고 골을 기록하는 잘 생긴 믿음직한 형님.

거기다 우리의 4강행을 결정 짓는 8강 스페인 전 마지막 골의 주인공.

그 긴장된 순간에 침착하게 골을 넣고 마무리 짓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잘 웃지도 않던 형님이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나에게는 독일의 전설 중 하나인 베켄바우어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 형님도 인간이었다.

2002 월드컵 4강에서 독일에게 패할 때도 그가 주축이 되었던 수비진이 무너졌고, 3-4위 전 터키와의 경기에서 실점하는 데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그래도, 4강 신화와 그의 슛과 웃음이 모든 것을 가려줬다.

어떻게 사람이 항상 완벽하고 잘할 수만 있나.

그렇게 생각했다.


중요한 시기에 부동산 보러 다닌다고 조롱 당할 때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투자하자고 하는 걸 뭘 그렇게까지 말하나 했다. 물론, 시점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한 사람들도 많이 봐서 그냥 넘겼다.


이후 감독으로 데뷔해서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홍명보 감독은 동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동메달 결정전의 상대는 숙적 일본. 박주영과 구자철의 기가 막힌 골로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박주영은 프랑스 AS Monaco 뿐만 아니라 EPL의 아스날에서도 뛰기까지 했다. 구자철도 독일에서 활약했고 대표팀 주장까지 했었다. 좋은 감독과 선수들의 조화였다. 이때가 참 좋았다.


4강에서 대회 준우승을 기록한 브라질에게 맨유 홈 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아쉽고 지고, 조별 리그 B 조에서 우리와 0-0으로 비기고 2승을 따내고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던 멕시코가 결승에서 브라질을 누르고 우승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분명 대단한 성과임에 틀림 없었다.


그 성적을 바탕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국대 감독이 되어 조별 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약체로 꼽았던 알제리에게 2-4로 박살 났던 안타까운 기억이 남는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히딩크 감독에게 5-0으로 크게 졌던 차범근 감독님의 아쉬웠던 결과와 함께 스타 감독의 실패 사례로 뇌리에 새겨진 장면이다.


그러고 나서 중국에서 감독도 하고, 축구 협회 전무이사인가 행정가도 하며 나름대로 잘 살아가던 이 분이, 울산 현대 감독을 하며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았다. 프로 선수, 월드컵 4강 수비수 뿐만 아니라, 올림픽 팀과 국대 감독을 하며 쌓은 경험이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EPL 등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축구 도사 이청룡도 같이 뛰며 멋진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청룡은 FC 서울에서 뛸 당시 기성룡과 함께 팀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기성룡도 명문 구단 Celtic과 EPL에서 뛰기도 했고 국대 주장을 했다.)


거기까지 좋았다. 그냥 그렇게 갔으면 좋았을 텐데.


사단은 독일 축구 레전드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과 실패 그리고 거액의 위약금 지급에서 시작되었다. 한때 전 세계 4대 축구 강국을 구가했던 독일의 대표적인 공격수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흥분했지만, 선임 과정과 아시안 컵에서의 부진을 보며 안타까웠다. 감독 선임에 대한 기대와 아시안 컵 등 경기 결과에 대한 리뷰를 쓰기도 했는데, 예선전에 이어 다시 만난 요르단에 2-0으로 슛팅도 제대로 못 날리고 0패 했을 대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르단은 피파 랭킹 현재 기준 68위, 그 전에는 80위 대에 rank 한 국가다. 아시아 top class이자 EPL 득점왕 등을 보유한 우리가 그렇게 처참하게 질 상대가 아니었던 건 분명했다. 전략 전술도 부재했고, 선수단 관리도 엉망이어서 이강인의 하극상 사태까지 발생했다. 손흥민의 손가락 부상이 모든 것을 말해줬다.


비난에 대한 대응도 안타까웠다.

(이 정도면 잘 한 것 아니야?

헐~)


중간 경질이면 위약금도 통 크게 안 받는 모습이 그 동안의 레전드 다웠지만, 이미 독일의 다른 프로팀에서 그만둘 때 보인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역시 사람은 안 변하고 고쳐 쓰는 것 아니라고 했던가.

국내 체류를 하지 않고 재택 근무를 하며 셀럽 활동하는, 대한민국 국대 감독직이 N잡 중의 하나인 그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 유로 2024 등에 셀럽으로 등장했을 때에도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그렇게 어수선하게 클린스만 감독이 떠나고, 갑자기 올림픽 대표 감독인 황선홍 감독이 임시 감독을 겸임하면서 뭐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국대 감독직과 올림픽 대표 감독직이 얼마나 막중한 자리인데 무슨 편의점 타임 알바 같은 N잡러도 아니고 모두를 맡기는 게 상식적으로도 이해되지 않았다. 국대 경기는 다행히 그럭저럭 치뤄 냈는데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 것이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목표로 했으니 40년 만에 본선에 나가지 못한 것이다.


선수 기용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고, 아무리 잘하는 감독이라도 국대와 올림픽 대표 모든 팀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의 전술에 맞게 훈련 시켜서 실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어려운 일은 하나만 최선을 다해도 그것만 잘하기도 어렵다. 그걸 두 개를 한꺼번에 하라고 하니 문제가 터질 수 밖에. 결국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더군다나 상대는 우리 팀을 잘 알고 있는 국대 감독 경험이 있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아시안 컵 때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 전 때도 그렇고.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게 임시 감독 대행 체제를 거쳐 외국인 감독 선임을 위해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검토와 회의도 하고 직접 만나서 면접도 하고 후보 감독들이 적극적으로 어떻게 대표팀을 운영할지 presentation도 준비하는 등 이번엔 제대로 하려는 듯 보였다.


그런데, 조건이 잘 맞지 않고 협의가 잘 안 되고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냥 솔직히 이 전권을 갖고 있는 축구 협회 사람들이 영어는 제대로 할지도 잘 모르겠다. 협상 영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르며, 마지막엔 의사 결정권자가 직접 딱 제대로 짚어주고 잘 마무리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축구를 잘 모르거나 어설픈 통역을 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홍 감독도 쓴소리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울산 현대 홈 팬들에게는 자신은 울산 현대 감독직을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저버리고 감독 선임 과정도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호떡집에서 호떡 뒤집듯 전권을 위임 받았다는 붕대 투혼 이임생 이사가 결정을 해버렸다. 투혼이 오기가 되어 이상한 곳에서 튀어나와 버렸다. 이 아저씨도 이런 저런 말이 있었어도 선수 시절부터 그 동안 열심히 한 것도 있어서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요즘 말로 나락으로 가버렸다.


열심히 해서 중요한 자리에 있을수록 조심해야 하고, 평생 어렵게 쌓아 올린 명성도 한 순간에 날아가버릴 수 있다는 걸 공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래서 인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 공부가 필요하다.


고려대 학연부터 시작해서 그 동안 곪아 있었던 모든 문제들이 봇물 터지듯이 터져 나왔다. 원래 잘 될 때는 그냥 그렇게 넘기다가 안 되면 니 탓 내 탓부터 시작해서 말하지 않았던 것들이 이때다 하고 튀어나오게 된다.


박문성 축구 해설 위원의 비판에 반박한다며 이상한 소리를 하는 우리 홍 감독님을 보면서, 안타깝지만 사람은 안 좋을 때 바닥과 인성 그리고 수준이 드러난다는 말이 떠올랐다. 네임 밸류와 커리어에서 한참 못 미치는 후배 박주호 선수와 악수를 하면서 눈을 피하는 장면은 참 세상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당하게 살려면 최대한 똑바로 살아야 한다.


이제 시대는 과거에 대단했다고 무슨 자리에 있다고 떠받들어주고 찬양해 주는 시대는 지났다.

그냥 날 믿고 따라오라고 하는 말도 통하지 않는다.

결과로 말해주면 된다고 하는데, 과정과 공정이 시대의 key word가 된 지 오래다.


예전에 카리스마로 여겨졌던 것이 지금은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시절에 일어났다.


정몽규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현대가 재벌로, HDC 현대산업개발 회장이다. HDC는 아이파크로 대변되는 용산 종합쇼핑몰과 고가 아파트로 유명한 회사였는데, 2022년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고 인부들이 실종되고 차들이 매몰되며 기업을 존폐 위기까지 몰고 갔다. 2023년 발생했던, GS건설의 대표적인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순살 자이로 만들어 버린,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와 함께 큰 사고로 손 꼽힌다.


오만과 독선으로 기업 경영도 제대로 못하고 사고 치면서, 대한축구협회 회장까지 연임하며 한국 축구계를 자기 회사처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정몽규 회장에게 축구 팬들은 “정몽규 사퇴 OUT”으로 응수하고 있다.


처음에 그의 사퇴를 말할 때,

그럼 누가 하나.

전에 정몽준 아저씨가 축구 협회장 하면서 월드컵 4강 신화도 쓰고 그걸 발판으로 당 대표도 하고 대선에도 나간다고 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님과 단일화도 하고 그랬었는데, 그만한 재력과 관리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현대찬 정의선이 양궁협회장 잘 하고 지원하는 것처럼 정몽규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아래는 이번 국회에서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 등을 불러서 앉혀 놓고 질타하며 띄운 내용이다. 참혹하다. 사퇴해야 하는 이유가 10가지가 열거되어 있는데 솔직히 이 중 한 가지, 아니 양보해서 두 가지만 있어도 벌써 사퇴해야 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의 소신 발언한 정몽규 회장의 무능력, 무원칙, 불공정 관련되어 틀린 말은 내가 보기에 하나도 없었다. 한국 사회에서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방송으로 전달되는 곳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같은 축구계 식구들끼리 왜 그래? 힘들고 어려울 때 도와줘야지.

그래, 다 좋다.

그런데 잘못하면 그러다 망쪼 든다.

실제로 지금 그렇게 되어가고 있고.


지엄하신 대기업 회장이자 축구협회장님 그리고 국대 레전드 축구 스타이자 셀럽이며 프로 축구 감독 뿐만 아니라 국대 감독까지 한 분에게 이렇게 신랄하게 공개 석상에서 비판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거다.


뒤에서 욕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자리를 뺏던가 주지 않는 등의 치졸한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없도록 이런 소신 발언을 한 사람을 지켜주고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변화해서 좋은 결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일이라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FIFA U-20 여자 축구 월드컵에서 북한이 결승에서 일본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3번째 우승으로 미국, 독일과 함께 최다 우승국이라고 한다.


미사일을 쏘네, 오물 풍선을 날리네 하며 왜 저럴까 싶었는데, 우리가 월드컵 4강 신화, U 20 준우승과 이강인의 MVP 수상에 젖어 있을 때, 이미 FIFA 공인 국제 대회에서 두 번의 우승을 했고 이번이 세 번째라고 한다. 솔직히 대단하다.


국민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축구 협회는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박수칠 때 떠나야 멋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건 나가라고 전 국민과 국회의원, 장관까지 떠밀어도 듣지도 않고 고집 부리며 버티고 있다.


협회나 회사에서 만나는 측근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겠지.


“회장님, 힘 내십시요. 버티면 됩니다.

아파트 사고 나도 다 잊어 버리고 다시 우리 아파트 분양 잘 되고 값 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축구도 홍 감독이 몇 번 이기고 월드컵 본선 진출하면 다 잊혀질 겁니다.

올림픽 동메달도 땄는데, 월드컵 한번 시원하게 말아 먹었으니 이번엔 과거 실패를 교훈 삼아 16강 올라갈 겁니다.

못 올라가면? 미안하다고 하고 사퇴하면 됩니다.”


사람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달콤한 혀처럼 구는 말은 차단하고, 쓴 소리라도 맞는 말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진퇴를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늦긴 했지만 그나마 지금이 사퇴할 때라고 본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들 하지 않나.


Good Bye, 정몽규!


일단 본업부터 잘하자. 아파트부터 사고 치지 말고 하자 없이 잘 짓자!

황선홍 국대 임시 감독 케이스도 앞서 언급했지만, 멀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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