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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Oct 01. 2024

시월의 첫날


안녕하세요 ^^


벌써 올해가 3/4이 지나가고 마지막 분기를 맞이했습니다.

여기까지 성실히 살아오신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사실 이 박수는 저에게 보내는 박수이기도 합니다.

올해 연초부터 쉽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도 이것 저것 해나가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이번 여름은 참 더웠지요. 열대야도 기승을 부렸구요.

하지만, 입추, 처서를 지나 추석까지 이어졌던 폭염은 어느새 물러났습니다. 낮에 남아 있는 여름이 있지만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던 지난 8월에 비하면 참을 만 하지요. 아침 저녁으론 이제 제법 쌀쌀하기까지 합니다. 오늘은 춥다고 느낄 정도이니 참 신기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퇴근할 때 저녁인데도 이렇게 덥나 싶었는데 말이지요.


쉽지 않은 인생에, 무더위에 짜증스럽기도 하고 그랬지만, 저는 시원한 도서관에 가서 실컷 책도 읽고 직면한 문제도 해결하고 다음을 기약하고자 고민도 했습니다. 연구도 하고 자료도 만들고 시도도 하고 그랬지요.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으면 그 동안 받은 커피 쿠폰을 들고 가서 까페에 가서 알차게 써먹었구요. 여름 막바지엔 집에 에어컨이 고장 나서 고칠려니 돈도 들고 기사님 방문 시간도 맞춰야 하고 해서 선풍기로 버티고 밤엔 가볍게 운동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더운 여름이라고 늘어져 있었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었을 텐데 꽤나 많은 시도를 했고 얻은 것도 많습니다. 마치 여름철 더운 날씨에 열심히 일해서 가을철 수확을 기다리는 것처럼 어려움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좋은 기회도 생기고 해서 시월과 가을이 기대됩니다.





저는 버스보단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해서 일이 있거나 여행을 갈 때 기차를 애용하곤 하는데요.

(기차 예약 앱이 생겨서 너무 편하게 예약하고 연기나 취소할 수 있어 참 편합니다.)


보통 30분에서 여유 있게는 1시간 가까이 전에 기차역에 도착하는데 늦게 일어나거나 어영부영하다가 가는 길에 기차를 놓칠까 봐 노심초사하며 간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노심초사하는 게 싫어서 여유 있게 가는데 그러지 못할 때에도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뛸 땐 뛰고, 기차를 타러 가는 이동수단에서 최단거리와 루트를 검색하는 데 만반의 준비를 하지요.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탄 적도 있습니다. 여유 있게 가는 것보다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잘 탔다며 안도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예상 외의 일들이 생겨서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거나,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다거나 등등) 기차를 제 시간에 탈 수 없는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도 저는 화 내거나 짜증을 내기보다 다음을 생각합니다. 도저히 탈 수 없을 것으로 보일 때는 출발 전 취소를 하고, 바로 다음 차를 예약합니다. 원래 예정된 기차를 타지 못하면 기분이 좋지 않고 괜히 남 탓을 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그것보다 저는 다음부터 이런 실수를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어떻게 수습하고 해결할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원래 탈 기차를 타지 못하면 다음 일정도 꼬이고 큰 일이 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취소 수수료도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고 (탑승 직전 취소 수수료로 보면 비행기나 호텔 등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기차를 타지 못해도 다음 기차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있어서, 여유 있게 차를 한잔 마신다 던지, 배고프면 기차 역에 보통 많은 밥집에서 밥을 간단히 먹는다 던지, 근처 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있으면 됩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나 손실은 최소화하고 좋은 기회로 만들 수 있기도 하지요. 물론, 늦지 않는 것이 제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일전에 따기 어려운 외국 자격증을 몇 년 준비해서 마지막 시험에서 아쉽게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도 힘들고 시험을 보고 나서 맥이 빠졌는데 시험에 떨어지니 도저히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이걸 다시 어떻게 하나 하는 심정이었지요. 아직도 그때 앉아서 한숨 쉬던 장소가 생각납니다.


한숨 쉬고 실망만 하고 있으면 해결되는 게 뭐 있나요. 일단 내려 놓고 잠시 쉬었습니다. 일을 해야 하다 보니 그러고 있을 틈도 없었지요. 그렇게 매달렸던 시험 준비도 하지 않고 일도 많이 정리되어 여유가 생기니 다시 도전할 힘이 생기더군요.


“그래, 지금껏 준비한 게 아깝다. 이번에 한번 떨어져 봤으니 배운 게 있고 한번 더 힘을 내서 도전해 보면 전보다 더 잘하겠지.”


시험 결과가 완전히 낙제점이었으면 재도전도 힘들었을 것이지만 다행히 아쉬운 면이 있었고 쉬면서 다시 보니 보완점도 보여서 한번 더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던가요. 시험에 떨어졌을 때는 쳐다도 보기 싫었는데 내려 놓고 잠시 쉰 다음 다시 도전하려고 보니 이전에 해둔 것도 많고, 다행히 재도전하면서 챙겨야 할 것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어서 좀 더 수월했습니다. 지레 짐작으로 하기 싫은 마음에 과대평가했던 것이지요. 어쩌면 포기하기 딱 좋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몰고 갔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그 시험에 다시 도전했고 이전에 어떤 부분에서 잘못 대답했는지 알았기에 그 부분이 다시 문제로 나왔을 때 전보다 훨씬 더 대답을 잘 했습니다. 인터뷰하시는 분의 만족스러워 하시는 모습과 잘 통하는 대화의 과정을 보며 다시 시도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결국 그 외국 자격증을 취득했고 자격 유지를 하면서 경험도 쌓고 더 노력해서 전문성을 갖췄더니 이제 제가 평가자가 되어, 이전에 제가 앉아 있었던 후보자들을 인터뷰하고 때로 조언을 하기도 하는 입장이 되었지요. 그 외에도 관련된 다른 기회들도 함께 찾아와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성실히 임해서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가고 있구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동시에 나쁜 일도 있습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지요. 불운을 만나기도 하구요. 그럴 때 어떤 사람은 세상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일이 있을 때야 잘 즐기고 겸손하며 오만하면 안 되는 정도지만, 안 풀리고 안 될 때 어떻게 하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성 분들이 싫어하는 남자 1순위를, 누나 많은 남자와 다투는 흙수저 집안 장남이지만 좋은 여성 분들도 만나 보았고 장점이 있긴 합니다.


책임감과 함께, 안 될 때 힘든 시절을 떠 올리며,


“그때 보단 낫잖아.”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또 인생이라는 항해를 다시 해나갑니다.


회사 생활을 하며 bad luck 이라는 걸 저도 어렸을 때 겪어 보았는데 그땐 지금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인 안정이 되어 있지 않았지요. 자칫 무척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요. 그땐 집 산다고 대출도 있었고 어린 나이에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이해서 많이 흔들렸던 것 같구요. 힘들어서 술도 꽤나 마셨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엔 희한하게 안 좋은 일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고 어두운 터널 마냥 끝이 잘 보이지 않는데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고 노력했더니, 우연한 기회가 생겼고 교유하던 분의 도움을 받아 더 나은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그때 안도감과 지난 일들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정리되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았지요. 좌절과 낙담보다 부족한 점을 채워서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 보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빚도 없고 상황이 나아진 상황에서 맞는 어려움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고 결국 해결하고 더 잘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실패가 있더라도 노력하고 시도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오고 그런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있고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 들이거나, 예기치 않은 일에 당면해도 마음가짐을 어떻게 먹고 대응해 나가느냐에 따라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위기를 기회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 잘 되고 결국 그만큼 더 성장하고 객관적으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 믿고 노력해 보렵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계실 것이고 안 되었을 때 크게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으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쉼이 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되길 바래 봅니다.

이 말은 또한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어려움이 있지만 모두 잘 이겨내고 올해 연말에는 더 좋은 결과를 얻고 내년 초에는 웃으며 이 글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성실히 살아 나가보려 합니다.


혹시 그래도 잘 안 되면 어떡하냐구요?

될 때까지 한번 달려 보렵니다.


정 안 되면 잠시 내려 놓고 쉬어 간 다음, 심기일전!

부족한 점도 보완하고 강점은 더 살려서 해내렵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니까요.


제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아름다운 가을이 되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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