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출장 길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갑니다.
여행만큼 설레지는 않지만, 간만에 떠나는 길이고 좋은 분들과 함께 가는 길이라 기대감에 들 떠 있기도 합니다.
코로나 전엔 바쁠 땐 한 달에 두 번씩 해외 출장길에 오르기도 하며, 런던을 무슨 서울에서 양평 가듯 밥 먹듯 가던 때도 있었지요. 두 달 다녀오라고 해서 선뜻 가겠다고 해서 갔더니 결국 2년 있다 오기도 했었구요.
현지에 가서도 여기 저기 가라고 하셔서 현지 local 항공도 지겹게 탔었는데, 요즘 비행기 사고를 보면 그렇게 international / domestic, 장거리 / 단거리 가리지 않고 많이 탔는데 아직까지 안 죽고 살아있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어릴 땐 그저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가라면 가라는 대로, 하라면 하라는 대로 그렇게 막다니지 않았나 싶구요. 지금도 회사에서 시키는 걸 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때보단 소위 짬밥도 꽤나 더 먹었고 모시던 윗분들도 많이 가셔서 그나마 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2019년에 해외에서 복귀했을 땐, 더 이상 해외는 못 나가겠다, 아니, 10년 넘게 했고 해외에서 고생도 했으니 이제 휴직이든 뭐든 조금 쉴까 했었지요. 우습게도 2020년 터진 코로나 덕분에(?) 해외 출장도 급격하게 줄어들어서 살만 했습니다. 이니, 해외 출장은 커녕 어떨 땐 아예 회사에 나오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라고 해서 팔자에도 없던 재택근무하며 3년 정도 조금은 쉬어갔습니다.
외부 모임도 거의 가지 않아서 결국 코로나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밖에 제대로 나가지도 못했던 그 시절이 만남과 출장 그리고 회사생활에 지쳐있던 저에게는 안식년 비슷한 것이 되어 버렸지요.
삼국지에 보면 유비가 유표에게 의탁해서 신야에 있을 때, 전장을 누비고 다녔는데 이곳에 이렇게 안주해 있으니 허벅지에 살이 붙었다며 푸념을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저도 이제 고인 물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다시 시작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엔 여러 가지 일들로 정신이 없었는데 좋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모든 것이 정리되고 마무리되어 새 출발을 할 때 자세히 말씀 드릴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힘들지만 설레는 하루였고 오랜만에 기대감에 잠이 오지 않아서 뭔가 해보고 싶은,
그런 의욕적인 날입니다.
여전히 출장 가는 공항버스 창 밖의 한강은 평화롭습니다.
세상은 지옥이고 전쟁터라고 하는데, 여유를 가질 수만 있다면 모든 일상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번 출장도 잘 마치고 돌아와서 해야 할 중요한 일도 잘 마쳐서 중요한 11월을 잘 마무리해야 겠네요.
아마도 좋은 여건이 갖춰진다고 해도 변수가 있을 것이고 때로 힘들거나 어려울 때도 있을 것입니다.
이 좋은 계절.
상쾌한 기운을 받아 잘 다독이고 이겨내며 멋진 결과로 마무리 지어야겠지요.
그리고 12월엔 조용히 그리고 평화롭게 한 해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멋진 11월 되셨으면 합니다 ^^